삼성전자 덮친 '반올림 리스크'… 사회적 합의 파기 우려
직업병 이슈 다시 꺼내 사측 압박
삼성, 산업안전기금 500억 출연
합의 이행에도 경쟁력 저하 우려
■반올림, 일방적 합의 파기 우려
12일 업계에 따르면 반올림 이종란 상임활동가(노무사)는 전날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와 함께한 기자회견에서 "방사선 피폭 화상 사고를 복지공단과 노동부가 '질병'이라는 말도 안되는 억지주장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사고를 당한 노동자 2명에 대해 '업무상 질병'으로 판단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재계에서는 반올림이 전삼노와 함께 기흥 반도체 근로자의 근골격계 질환과 방사선 사고 등 직업병 이슈를 다시 제기한 것에 대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 6년 전 어렵사리 이뤄진 반도체 직업병 관련 사회적 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반올림은 10년여 갈등과 진통 끝에 조정위원회 중재를 거쳐 2018년 11월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과와 보상, 예방 조치에 합의한 바 있다. 이 합의는 백혈병 등 특정 질환만이 아니라 반도체 사업장에서 발병 가능한 모든 직업병에 대한 예방 지원책이 포함돼 '반도체 직업병' 전반에 대한 포괄적 합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양측은 합의를 통해 신의성실 원칙하에 반도체 직업병 문제와 관련한 대립과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상호 협력하기로 약속했다. 법 제도가 보장해 주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기업이 사회적 책임 의식을 바탕으로 보장한 선한 사례로 꼽혀왔다. 하지만 최근 반올림이 전삼노와 반도체 사업장 직업병 이슈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올림은 지난 8월 5일 전삼노와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집단 산재와 관련된 협약식을 맺고 반도체 사업장의 근골격계 질환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다.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 고조
반도체 업계는 지난해 글로벌 업황 불황을 극복하고 올해들어 회복세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인공지능(AI) 거품론에 따른 반도체 고점론, D램 현물가 하락에 따른 다운턴 전환 전망이 잇따르며 하반기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재계에서는 직접 보조금 지급 등 반도체 산업 지원에 국가적 지원 역량을 집결해야 할 시점에 '산업 재해' 프레임은 결국 삼성전자의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반올림의 최근 행보는 삼성전자와 맺은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고 또다시 대립과 갈등을 유발하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라며 "반도체 사업장을 '직업병 산재의 온상'으로 매도하면 국가 전략산업인 반도체에 부정적 인식을 심어주게 돼 근로자와 기업, 국가 모두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는 반올림과의 합의에 따라 반도체 직업병 관련 인과성을 따지지 않고 폭넓은 보상을 진행해 왔다. 사회공헌 차원에서 산업안전보건 인프라 구축을 위해 500억원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하는 등 사회적 책임도 성실히 이행하고 있다. 또 외부 전문가로 옴부즈만위원회를 구성해 내부 재해관리 시스템 점검을 받고, 관련 제안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은 △임직원 건강 관리 △작업 환경 관리 △건강 문화 구축 △감염병 방지 체계 구축 △질병 관련 연구활동 △화학물질 관리 체계 구축을 중심으로 임직원 건강관리를 위한 통합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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