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혁신기업] 숨은 인재 콕 찾아 기업·인재 잇는 `두들린`

유진아 2024. 9. 1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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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채용문제 돕고자 스타트업 도전
컬리 등 6000개 이상 기업 고객사 확보
지원자 추적·이력서 한번에 관리 ATS
'인재 풀' 관리 TRM… 2개 서비스 제공
인재 재발굴 'AI 파싱' 기능 고도화 예정
창업, 결국 사람과 경영하는 방법 조언도
이태규 두들린 대표. 두들린 제공
이태규 두들린 대표와 직원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두들린 제공
그리팅 프로그램으로 지원자의 이력서를 관리하는 화면

AI 파도에 올라탄 SW 창업자들

인공지능(AI)이 산업과 인류의 일상을 바꾸는 변화가 시작된 가운데 변화의 파도를 앞서서 헤쳐가는 실력자들이 있다. AI가 코딩을 대신해 준다 하더라도 소프트웨어 실력과 도전정신으로 뭉친 명장들은 더 큰 꿈을 꾸며 변화를 이뤄낸다. 교육, 채용, 헬스케어, 콘텐츠 등 산업과 생활 현장에 소프트웨어 파워를 심는 창업자들을 만났다.

올해 채용 시장의 3대 트렌드는 중고 신입 선호, 수시 채용 증가, 인공지능(AI) 활용 확대다. 기업들이 인재를 빨리 뽑고 신속하게 투입할 수 있는 수시 채용을 늘리는 추세다.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수시 채용 활용기업 비중(58.5%)은 지난해 상반기(57.1%)에 비해 1.4%포인트 증가했다.

또 수시 채용 증가와 더불어 기업들의 채용 과정에서 AI 활용이 점점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상반기 신규 채용 과정에서 AI를 활용하고 있거나 활용을 고려 중인 기업 비중은 40.7%로 이 중 AI를 이미 활용 중인 기업은 22.0%, AI 활용을 고려 중인 기업은 18.7%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 기업 10곳 중 6곳(62.3%)은 서류전형에 AI를 활용하겠다고 했다.

이런 두 가지 트렌드를 미리 예측한 사람이 있다. 바로 2020년 3월 인사관리(HR) 스타트업 두들린을 설립한 이태규 대표다. 두들린은 화려한 스펙과 유사한 경력 사이에서 회사에 딱 맞는 인재를 찾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이는 기업용 채용관리 솔루션 '그리팅' 출시의 바탕이 됐다.

◇"취업시장에서 채용 문제를 푸는 스타트업"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두들린 본사에서 만난 이 대표는 "두들린은 취업시장에서 채용 문제를 푸는 스타트업"이라며 "기업에 좋은 인재가 들어가게 되면 그 기업이 갖는 미션을 달성하는데 도움을 줘 세상을 조금 더 이롭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기업의 채용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설립된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SW마에스트로에서 취업 준비생들의 면접 준비를 도와주는 프로젝트를 진행한 게 계기가 됐다"며 "AI를 활용해서 지원자들의 면접을 녹화하고 피드백을 주는 시스템 만들고 나서 보니 취업과 채용 현장의 문제를 푸는 회사가 앞으로는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립 당시를 회상했다.

◇'아시아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

이 대표는 두들린 창업 전 소프트웨어(SW) 인재 양성 프로그램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SW마에스트로' 10기에 지원했다. 그곳에서 공동 설립자인 서동민 두들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만났다. 이후 SW마에스트로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 경험을 살려 2020년 기업용 채용관리 솔루션 기업을 설립했다. 이 대표와 서 CTO는 두들린을 이끌면서 올해 포브스가 선정한 '아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30세 이하 리더'에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현재 두들린은 LG디스플레이, 카카오페이, 컬리 등 6000개 이상의 기업을 고객사로 확보했다. 이 대표는 "기존 공개 채용에서 수시 채용으로 흐름이 바뀌면서 기업들이 지원자를 평가하는 방식도 달라져야 하는 등의 문제가 있는데, 이를 제대로 소화하기 힘들어 하는 기업이 많아서 도움을 줄 수 있는 툴을 만들자고 생각해 탄생한 게 그리팅 서비스"라고 말했다.

◇평가·면접·채용결과 통보까지 '한번에'

그리팅 브랜드는 ATS와 TRM, 2개 서비스로 나뉜다. '그리팅 ATS'는 지원자 추적 시스템이다. 다수의 채용 플랫폼으로 들어온 이력서를 엑셀 작업 없이 한 번에 관리할 수 있게 돕는다. 지원자 협업 평가, 면접 일정 조율, 채용 결과 통보 등도 지원한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 중 약 98%가 ATS를 사용할 만큼, 해외에서는 채용시 ATS를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수시 채용 증가 트렌드와 맞물려 ATS를 도입하는 기업이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그리팅 TRM'은 인재 정보를 쌓고 지속적으로 관계를 가져나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서비스다. 기업이 당장 채용하지 않더라도 다음 수시 채용 시 연락할 수 있도록 인재 풀(pool·집단)을 관리할 수 있다.

이 대표는 "TRM은 우리 회사에 지원하지 않은 지원자들의 프로필을 모아 장기적으로 관리하고 그 지원자에게 적합한 직무가 나타났을 때 빠르게 매칭해 지원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면서 "채용은 지원자가 서류를 내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그 이후 기업에서 평가하는 사람도 필요하고 면접을 잡는 과정이 있는데, 그런 과정에서 기업들이 좀더 편리하게 지원자의 정보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AI 파싱으로 숨은 인재 발굴 도울 것"

두들린은 향후 AI 파싱 기능 고도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그리팅 팀이 자체 개발한 AI 파싱 기능은 여러 형식의 이력서 정보를 일정한 데이터 형식으로 변환하는 역할을 한다. 이 대표는 "지원자들의 PDF 이력서를 텍스트로 바꿔서 파싱해 주는 기술을 가지고 있다"며 "PDF, 한글, 워드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제출된 지원자 이력서를 DB화해 저장하고, 추후 기업 리크루터가 이력서를 검색 및 필터링해 인재를 재발굴하는 데 활용할 수 있게 한다"고 말했다.

AI 파싱 기술을 활용하면 지원자(DB) 검색을 다중 필터로 할 수 있어 △후보자가 재직 중인(했던) 회사 △직무 △경력(연차) △최근 근속 기간 등 원하는 조건을 설정하고 요건에 맞는 지원자를 신속하게 추려낼 수 있다. 예를 들어 A기업 출신, 3년 차, 프론트엔드 엔지니어를 찾고 싶다면 이전 지원자 중 해당하는 후보자 목록을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창업 시 가장 필요한 건 초기에는 돈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결국은 사람과 경영하는 방법"이라며 "창업에서 성공하려면 운이 90%라는 말이 있는데, 운 좋게 성공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직원들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해 창업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런 것들을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창업에 뛰어들지는 말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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