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게임 의존은 질병인가…정부도 찬반 갈리는 ‘질병코드’ 도입 논쟁

노도현 기자 2024. 9. 12.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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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에서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 노도현 기자

세계보건기구(WHO)가 질병으로 분류한 ‘게임이용장애’를 국내 질병코드로 도입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는 가운데 찬성과 반대 측이 한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일방적인 찬반을 넘어 건강한 게임문화를 만들기 위한 다층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엔 공감대를 이뤘다.

강유정·임광현·서영석·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WHO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국내 도입문제 공청회’를 열었다.

WHO는 2019년 5월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판(ICD-11)에서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분류했다. 게임에 대한 조절력을 잃고, 게임을 다른 일상생활보다 현저히 우선순위에 놓고, 부정적 문제가 생기는데도 과도하게 게임을 계속하는 행동이 1년 이상 나타날 때 게임이용장애로 진단한다.

쟁점은 이 기준을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도 그대로 적용할 것이냐다. 통계청은 2030년 ICD-11를 반영해 10차 KCD 개정을 하고 2031년 시행할 방침이다. 10차 KCD 초안은 내년 10월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그간 통계청은 국제표준분류를 기준으로 한국형 표준분류를 작성하도록 한 통계법에 따라 ICD 내용을 수용해왔다.

강유정 의원은 “게임인들과 게임업계는 질병코드 도입을 반대하고 정신의학계는 찬성한다. 정부 부처에서도 문화체육관광부는 반대하고 보건복지부는 찬성하고 있다”며 “1년 뒤면 (10차) KCD 초안이 나오는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고 말했다. 2019년 국무조정실을 중심으로 문체부, 복지부, 게임엄계, 의료계가 참여하는 민간협의체를 꾸려 논의를 이어왔지만 뚜렷한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공청회에 참석한 이영민 문체부 게임콘텐츠산업과장은 “아직까지 게임이용장애에 대한 과학적 근거가 불충분한 반면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연숙 복지부 정신건강관리과장은 “찬반이 대립하기보다는 게임업계 우려를 최소화하면서 건전한 게임문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문가 토론에서 반대 측은 “질병코드 도입 근거가 부족하다”며 게임업계와 게임 이용자에 대한 낙인효과를 우려했다. 찬성 측은 “여러 의학적 연구 결과가 도입 필요성을 뒷받침한다”고 맞섰다.

반대 측 토론자로 나선 박건우 고려대 안암병원 뇌신경센터장은 “꼭 질병으로 봐야 모든 것이 해결되는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며 “병명이 만들어지고 나서 이것이 사회적으로나 의학적으로 오남용이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조문석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는 “질병코드가 등재됐을 때 의학적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찬성 측 이상규 한림대 의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게임 자체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가 있는 사람들을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안전조치(질병코드)가 있어야 올바른 게임문화를 형성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해국 가톨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단적 서술과 정의를 제공하는 것이 오히려 혼란을 막고 게임이용 문제에 대한 적절한 공중보건체계를 촉진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차원에서 WHO가 질병코드를 등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정부의 게임 과몰입 대응 체계가 충분한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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