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4차 반감기 후 150일의 기록 "가격상승 공식 깨졌다"
가격 상승 기대감 컸지만
반감기일 대비 18.6% 하락
미 금리 인하하면 가격 오를까
미 대선 중대한 변수로 떠올라
지금으로부터 150여일 전인 지난 4월. 가상화폐 시장의 최대 관심사였던 비트코인의 네번째 반감기를 앞두고 시장 안팎에선 장밋빛 전망이 흘러나왔다.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할 것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1만 달러를 넘어 15만 달러, 30만 달러까지 상승할 것이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비트코인 채굴 보상으로 얻을 수 있는 비트코인 수가 절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이다. 이번 반감기로 비트코인 채굴 보상은 기존 6.25개에서 3.125개로 감소했다. 결국 "공급이 줄면 가격이 오를 것"이란 단순한 논리가 비트코인 시장을 관통한 건데, 그럴싸한 근거도 있었다. 앞선 세차례의 반감기 이후 비트코인 가격이 폭등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채굴보상이 50개에서 25개로 감소했던 2012년 1차 반감기로부터 150일이 흐른 후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 당일 대비 940.9% 상승했다. 2차 반감기(2016년·25개→12.5개)와 3차 반감기(2020년·12.5개→6.25개)도 150일이 흘렀을 무렵 각각 18.5%, 27.2% 올랐다. 특히 2020년엔 비트코인 가격이 처음으로 개당 1만 달러를 돌파했다.
■ 반감기 후 가격 = 비트코인의 네번째 반감기는 4월 20일에 이뤄졌다. 지난 11일을 기준점으로 삼으면, 반감기 이후 144일이 지났다. 이제 곧 150일이다. 그렇다면 4차 반감기 이후에도 비트코인 가격은 이전과 같은 상승세를 보였을까.
비트코인의 가격을 살펴보자. 올해 초 5719만3000원이던 비트코인 가격은 2월 7000만원을 웃돌았고, 3월 11일 1억113만5000원을 기록하며 마의 1억원대을 돌파했다. 4차 반감기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출시될 것이란 기대감이 비트코인 가격을 끌어올렸다.
하지만 비트코인은 정작 반감기 이후엔 이렇다 할 상승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비트코인 가격은 반감기가 이뤄진 4월 20일 9377만원을 기록했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서며 5월초 81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비트코인 가격이 반감기 직전 고점인 1억원은커녕 9000만원대에서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는 거다. 특히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가 본격화한 8월 이후에는 큰 폭의 하락세만 기록했다. 7월 말 9300만원대를 기록했던 비트코인 가격은 8월 5일 7100만원대까지 떨어졌고, 여전히 8000만원대를 밑돌고 있다.
지난 11일 비트코인 가격은 7580만원이었다. 반감기 당일 가격인 9377만원에서 19.1% 하락한 수치다. 반감기 효과보다는 시장의 불확실성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건데, 사실상 반감기 이후 가격 상승 공식이 깨진 셈이다. 12일 오전 9시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7750만원을 기록했다.
■ 비트코인 기대와 변수 = 그럼에도 시장에선 여전히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무게를 두고 있다. 근거는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 18일(현지시간)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를 인하하면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점이다.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는 "비트코인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는 미 기준금리 인하폭과 경기침체 우려를 해소할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라며 "미국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고금리 악재가 해소되면 시장이 다시 활기를 띨 것"이라고 전망했다.
물론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11월 미 대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적 변수가 남아 있어서다. 업계는 가상화폐 시장에 비판적인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보단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집권을 바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월 한 모금행사에서 "가상자산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할 만큼 가상화폐 시장에 우호적이다. 지난 7월 27일 열린 '비트코인 2024 콘퍼런스'에선 "미국 정부가 현재 보유하거나 미래에 획득하게 될 비트코인을 100% 전량을 보유하는 게 차기 정권의 정책이 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치러진 첫 TV토론에서 해리스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CNN이 당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유권자의 63.0%는 해리스 후보가 토론에서 더 나은 성적을 거뒀다고 답했다.
이는 미 대선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세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금리인하 기대감과 미 대선 우려가 공존하는 상황에서 비트코인은 어떤 방향성을 보일까.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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