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 미완성作 보냈다, 돌아올 수 있을까

최지희 2024. 9. 12. 18:17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북한에 미완성 작품을 보내면 돌아올 수 있을까.

그는 '자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북한 자수 장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왔다.

자기 작품이지만 개입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두 개의 자수 작품 사이에 긴 테이프를 설치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제갤러리 함경아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
대한민국 대표 '자수 작가'
스케치 한 뒤 북한으로 보내
작품 받는 데 길게는 4년
돌아오지 못한 작품도 다수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를 열고 있는 함경아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북한에 미완성 작품을 보내면 돌아올 수 있을까. 돌아온다면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연락도, 소식도 닿을 수 없는 곳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기다리는 작가가 있다. 자신의 스케치를 북한으로 보내고 작업이 완성돼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돌아오지 못한 작품이 더 많다. 온다고 해도 4년 가까이 기다려야 한다.

위험하고 무모한 작업을 펼치는 작가는 함경아. 그는 ‘자수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북한 자수 장인들과 함께 작품을 만들어 왔다. 함경아가 이 작품들과 신작을 함께 들고 관객을 만나고 있다. 서울 종로구 국제갤러리에서 여는 개인전 ‘유령 그리고 지도’다. K1, 한옥, K3 등 세 곳의 공간을 함경아의 작품으로 가득 채웠다.

그는 대중가요, 인터넷 이미지, 시 등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스케치한다. 그러고는 브로커를 통해 그 작업을 북한의 수공예 노동자에게 전달한다. 그 후 함경아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기다림뿐이다. 자기 작품이지만 개입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불가항력적인 변수가 매번 생기기 때문이다.

작품이 무사히 되돌아오면 그 작품에 후반작업을 한다. 완성에 적게는 2년, 많게는 4년이 걸린다. 작품 설명에 완성 연도가 아니라 제작 추정 연도를 적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 나온 작품은 모두 이런 어려운 과정을 극복하고 작가에게 돌아온 작품들이다. ‘물리적 단절을 넘은 소통의 결과물’인 셈이다.

함경아는 자신의 작업이 북한에 새로운 예술 세상을 열어준다고 믿는다. 그는 “북한에서 미술이란 오로지 체제 홍보용일 뿐, 추상미술이란 영역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그런 북한으로 계속 추상 자수 작업을 보내는 건 곧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자수 프로젝트는 코로나19 기간을 겪으며 고비를 맞았다. 기존에도 어려웠지만 북한과의 소통은 단절됐다. 이 기간을 묘사한 작업도 전시에 내놨다. 두 개의 자수 작품 사이에 긴 테이프를 설치했다. 함경아가 겪은 긴 기다림과 고통의 시간을 표현했다.

바로 옆 국제갤러리 한옥 공간에는 코로나19 기간에 작가가 느낀 우울함과 절망감을 표현한 작품들이 놓였다. 팬데믹을 지나며 수많은 사람이 느낄 수밖에 없었던 절망감을 천 위에 색깔 눈물이 흐르는 것처럼 표현했다.

이 작품들은 종이에 그림을 그린 회화가 아니다. 실과 섬유로 만든 ‘태피스트리’ 작품이다. 보통 작품으로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함경아가 드물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특이한 작품이다. 단절 이후 북한에서 들려오는 우울한 소식과 단절 등에 대한 절망감을 표현했다.

K3관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선보이는 신작들을 놓았다. 인터넷 세계와 진짜 세상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표현했다. 대중이 사실이라고 믿는 진실이 결국 인터넷 등 가상세계에서 만들어진 게 많다는 점에서 작업이 시작됐다. 북한의 모습도 이와 같다는 데서 영감을 얻었다.

3관에 놓인 작품들은 프로그램이나 기계가 짠 것처럼 ‘디지털 패턴’을 띠고 있다. 하지만 모두 함경아가 가로세로를 손으로 짜는 아날로그 방식으로 만들었다. 그 위에는 구불구불한 컬러 선을 올렸다. 전시는 11월 3일까지다.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