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OTT는 적 아닌 파트너···K콘텐츠 '지재권 확장성' 높여야 생존"

연승 기자 2024. 9. 1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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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진원·방송학회 K콘텐츠 상생·협력 세미나
넷플·디즈니 활용땐 파급효과 커
IP 쪼개기 전략으로 권리 확보를
협소한 내수시장이 '성장 걸림돌'
플랫폼·스튜디오 등 규모 키워야
[서울경제]

“그 동안은 세계 속에서 통하는 콘텐츠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세계인들이 사랑하는 K콘텐츠에서 생겨난 지식재산권(IP)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그리고 이를 어떻게 확장해 나갈지 고민해야 합니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콘텐츠 제작사는 물론 방송사, IPTV 등 제작·유통 플랫폼, 영화 제작사, 극장 등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당시 국내 콘텐츠 관련 기업들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등 막대한 자금으로 무장한 글로벌 OTT에 주도권을 빼앗겼고 시장 점유율마저 이들이 잠식한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 속에서 양질의 K콘텐츠가 생산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K-콘텐츠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글로벌 시장에서의 확장성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성민 한국방통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2024 방송영상 현안 세미나’에서 방송영상 콘텐츠 IP 유통 확장 전략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투자 제작, 유통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규빈 기자 2024.09.12

1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세미나에서는 학계와 업계를 대표하는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K콘텐츠를 둘러싼 여러 문제와 이슈를 공유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한편 깊이 있는 인사이트를 제시했다.

특히 ‘상생과 협력: K-콘텐츠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제작사-플랫폼 동반 성장 방안’을 주제로 열린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투자·제작·유통 활성화 방안에 대한 다양하고 심도 깊은 토론이 펼쳐졌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K콘텐츠의 다양한 전략과 정책 제안이 쏟아져 나와 코로나로 위기를 겪고 있는 K-콘텐츠 제작과 유통 현장에서 적극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이성민 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K-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IP) 확보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며 확장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넷플릭스의 ‘오징어 게임’으로 인해 방송, 영상 분야에서 IP에 대한 산업적인 중요성이 부각된 것이 사실"이라며 "지금까지는 어떻게 IP를 확보할 것인가에 집중을 했다. 그런데 이보다 중요한 것은 IP가 확장돼 다양한 팬들의 마음을 얻었을 때 가치가 생겨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IP 확보에 치우쳤던 전략에서 ‘확대’로의 전략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유통에 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이 교수는 “글로벌 OTT든, 토종 OTT든 우리 콘텐츠가 글로벌화 되기 위해서는 유통 플랫폼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글로벌 OTT를 적대시하기 보다는 ‘윈윈’해야 할 파트너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겹살 랩소디’(KBS) 등은 넷플릭스를 통해 글로벌 파급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글로벌 시장에서 K-콘텐츠가 IP로서의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IP 권리를 다양화할 필요성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는 “완전한 오리지널 IP 권리를 다 가질 수도 있지만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등으로 세분화해서 IP 권리를 확보하는 ‘IP 쪼깨기’ 전략 등 종합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며 “모태펀드를 통한 IP 확보 지원,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 OTT 플랫폼 중소제작사 간 연계를 통한 중소제작사의 IP 확보 등 전략적인 정책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K-콘텐츠가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IP 확대 뿐만 아니라 내수 시장을 확대하고 스튜디오를 대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노동렬 성신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현재 방송시장의 위기와 한계의 근본 원인은 협소한 내수 시장 규모에 있다”며 “이는 정부가 방송플랫폼 확대 일변도 정책으로 일관하면서, 광고 정책에는 유연성을 보여주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노 교수는 이어 "우선 정책적 해법에 접근하는 순서를 바꿀 것을 제안한다. 제작비 지원과 IP 확보는 결국 제작비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핵심 과제"라며 "하지만 IP를 확보하기 위해서 제작비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가 아니라, 내수시장을 확장하기 위해서 제작비를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 그래서 IP를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시장 확대를 위한 우선 과제로는 광고 시장 확대와 플랫폼·스튜디오의 대형화 등을 꼽았다. 노 교수는 “세계시장에서 경쟁하고 거래하기 위해서는 생산하는 작품을 세계 표준에 맞춰야 하는데, 이 조건 자체가 비용 상승을 내포한다”며 “따라서 생색내기식의 규제 완화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시장 확대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정도와 수준의 정책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문체부와 콘진원은 최근 BBC 스튜디오(BBC Studios)를 비롯해 동남아 대표 OTT 플랫폼 뷰(Viu)와 글로벌 방송영상 콘텐츠 제작·투자 및 유통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국내 콘텐츠 제작사와 OTT 등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콘진원은 BBC 스튜디오, Viu와의 협력이 K-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를 위한 중요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현 고려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2024 방송영상 현안 세미나’에서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투자 제작, 유통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왼쪽부터 강재원 동국대학교 교수, 김승욱 에이스토리 팀장, 이성민 한국방통대 교수, 김정현 고려대학교 교수, 백헌석 이엘TV 대표, 성원영 SLL 변호사, 황진우 썸씽스페셜 대표. 김규빈 기자 2024.09.12
이성민 한국방통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매화홀에서 열린 ‘2024 방송영상 현안 세미나’에서 방송영상 콘텐츠 IP 유통 확장 전략을 주제로 발제하고 있다. 이번 세미나는 국내 방송영상콘텐츠의 글로벌 시장 진출 확대와 투자 제작, 유통 활성화 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김규빈 기자 2024.09.12
연승 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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