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투' 벌인 해리스·트럼프, 나란히 ‘9·11’ 추모식에···장외 기싸움은 지속
그라운드제로서 12시간만 대면해 악수
유세 등 선거 관련 일정 대신 추모 집중
TV 토론 여파···공화당 내부서 실망·우려
라부아·머스크 등 트럼프 후원자도 난색
민주는 모금 기세 올려···4300만불 모여
미국 대선을 불과 50여 일 남겨두고 9·11 테러 23주년을 맞은 11일(현지 시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정쟁을 잠시 내려놓고 추모에 뜻을 모았다. 그러나 전날 치러진 대선 TV 토론의 후폭풍과 치열한 막후 공방은 이날도 이어졌다. ‘해리스 판정승’으로 평가되는 토론 이후 트럼프 캠프는 승리를 주장하며 조 바이든 정부와 해리스에 대한 비난 공세를 강화했다. 해리스 캠프는 우세가 드러난 여론조사 결과와 글로벌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지 등을 앞세워 표심 굳히기에 나섰다.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해리스와 트럼프는 이날 9·11 테러 현장인 뉴욕 맨해튼의 세계무역센터(WTC) 부지 그라운드제로 추모식에서 TV 토론 12시간 만에 다시 만났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인 J D 밴스 상원의원과 동행한 트럼프는 잠시 후 바이든과 함께 도착한 해리스와 악수를 나눴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 후보는 이날 유세를 포함한 선거 관련 일정을 일절 잡지 않았다. 바이든과 해리스는 이후 펜실베이니아주 섕크스빌 기념관과 버지니아주 알링턴 펜타곤에서 열린 헌화식에 차례로 방문해 추모를 이어갔다. 트럼프 일행 역시 시간차를 두고 섕크스빌을 찾았다. WP는 “전 국민이 기억하는 비극 앞에서 두 후보가 잠시 정치적 적대감을 내려놓았다”고 전했다.
다만 추모장 밖에서는 해리스와 트럼프의 첫 TV 토론을 둘러싼 거센 여파가 이어졌다.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의 승리 주장에도 불구하고 토론 결과에 대한 실망과 우려가 잇따랐다.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공화당 소속 의원을 인용해 “트럼프가 첫 토론 때처럼 차분하지 못했다는 데 실망했다. (대선 승리를 향한) 길이 매우 좁아졌다”고 보도했다. 토론을 주최한 ABC방송을 포함한 언론의 편파성을 탓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편 트럼프 캠프는 이날 바이든이 추모 행사에서 초당적 단결을 강조하기 위해 트럼프 지지자가 건넨 ‘트럼프 모자’를 쓴 사진을 X(옛 트위터)에 올리며 “어젯밤 토론에서 카멀라가 너무 못 해 바이든이 모자를 쓴 것”이라며 공세를 지속했다.
선방한 TV 토론과 스위프트의 지지를 계기로 기세를 올린 해리스 측은 지지자 결집에 나섰다. 시청률 조사 업체 닐슨에 따르면 전날 미국 7개 TV 네트워크를 통해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 수는 6700만 명을 기록했다. 토론 시작 몇 시간 만에 민주당은 기부 플랫폼에서 4300만 달러(약 577억 원)를 모금했는데 이는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가 부통령 후보로 선정된 당일 이후 일일 최고 금액이다. 해리스 캠프는 이어 유권자들에게 발송한 e메일에서 “스위프트와 함께 해리스 선거운동을 지지하겠는가”라며 25달러(약 3만 3000원) 기부 촉구에 나섰다. 전날 스위프트가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공식 선언한 인스타그램 게시물에는 960만 개 이상의 ‘좋아요’가 달렸는데 여기에는 제니퍼 애니스턴, 설리나 고메즈 등 할리우드 스타들도 대거 포함됐다.
트럼프는 스위프트를 겨냥해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지만 앞서 통 큰 기부를 해왔던 후원자들마저 난색을 표하는 등 후폭풍은 가라앉지 않는 양상이다. 벤처투자자 키스 라부아는 “트럼프가 최선을 다하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해리스가) 대부분 예상을 뛰어넘었다”고 평가했다. 또 억만장자 존 캐시마티디스는 “트럼프는 자만했거나 준비가 부족했다”는 혹평을 내놓았다. 일각에서는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해리스와의 2차 토론에 나설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캠프가 받는 재정 압박을 거론하며 “두 후보 간 금액 격차는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바이든 정부는 이날 11월 대선을 치른 후 내년 1월 6일 실시되는 선거인단 투표 집계 및 인증 절차를 대통령 취임식 수준인 국가 특별안보 행사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이는 트럼프가 대선에서 패배할 경우 또다시 불복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2020년 11월 대선 당시 바이든이 승리하자 인증 절차를 막기 위해 의사당 폭동을 선동한 바 있다.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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