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돈의 선한 영향력’ 믿어 전 재산 ‘환경운동’에 내놨죠”

윤연정 기자 2024. 9. 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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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 7년째 이끄는 ‘숲과나눔’에 기부한 장재연 이사장
장재연 숲과나눔 이사장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양재동 숲과나눔 사무실에서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기부와 공익 활동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김영원 기자 forever@hani.co.kr

“요즘 많은 분야에서 시민단체들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안전·보건·환경 분야에서만이라도 시민사회의 에너지와 동력을 만드는 게 목표예요.”

최근 몇십억원 규모의 전 재산을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에 기부한 장재연(65) 숲과나눔 이사장을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숲과나눔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이제는 돈 없이 가난한 곳에서 인재가 나오지 않는다. 최소한 기회가 있어야 그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숲과나눔 같은 공익재단의 지원과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아주대 의대 명예교수(예방의학)인 장 이사장은 1985년 온산병 대책위원회 활동을 시작으로 환경운동에 참여해 시민환경연구소 소장, 서울환경연합 의장,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장과 공동대표 등을 지내는 등 환경 분야에서 오래 활동해왔다.

숲과나눔은 2018년 에스케이(SK)하이닉스의 343억원 출연 약정을 기반으로 ‘안전’, ‘보건’, ‘환경’ 분야의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재단이다. 장 이사장은 당시 재단의 완벽한 독립성을 보장받는 것을 조건으로 이사장을 맡아 지금껏 활동해오고 있다.

지난달 초 그는 “큰 규모의 재산은 아니지만, 서울에 집 있고 평생 대학교수로 있으면서 모은 돈도 있고 해서 중산층 정도 되는 재산을 전부 기부했다.” 유산 기부를 위한 법적 공증 절차가 지난달 6일 마무리되면서 유언장에는 장 이사장의 자택, 예금 등 모든 부동산 및 동산, 권리 등을 재단법인 숲과나눔에 기부한다는 내용이 담기게 됐다. 향후 재산의 처분과 활용 방식은 재단 이사회에 위임된다.

“큰돈의 선한 영향력”을 믿기에 실천에 옮긴 기부라 했다. “기부하는 몇만원도 너무 소중하지만, 단위가 1억, 10억, 100억원이 넘어가는 돈들은 생각보다 그 영향력이 엄청나다는 것을 지난 7년 숲과나눔을 운영하면서 알게 됐어요. 돈이 잘 쓰이면 개인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려면 돈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이사장인 나부터 기부를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2018년 숲과나눔이 만들어진 이후 매년 1200만원씩 기부해 왔고, 2022년엔 자신이 찍은 바다생물 사진을 전시하면서 작품 판매금 전액인 3900만원을 재단에 내놓기도 했다.

“특히 환경 분야는 정치적 악용, ‘그린워싱’ 우려 등으로 돈의 출처가 예민한 영역이기 때문에 더더욱 재단의 독립성이 중요하다. 숲과나눔이 진보·보수 혹은 노동자·기업, 정부·시민의 편으로 편가름 되지 않고 양쪽 모두에게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공익재단으로 운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재단 이사회에 에스케이하이닉스 관계자가 참여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장재연 이사장이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영원 기자

올해 7년 차를 맞은 숲과나눔은 안전·보건·환경 분야의 장학생 지원,국내외 환경운동 의제 발굴 및 활동가 양성, 환경 자료와 사진 아카이브 구축, 사진 공모전과 전시회 등 문화사업과 도서 출판, 교육 등 다양한 공익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장 이사장은 “환경 분야에서 미래 주역이 될 석박사 대학원생과 연구생, 만학도 등에게 장학금을 지원하고 시민실천 프로그램을 통해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도 지원을 해준다”며“이들이 모여 ‘함께’하는 것에 대한 미덕을 바탕으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활동할 수 있는 인프라와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더 나아가 장 이사장은 현재 국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접근 방식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도 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온실가스 배출을 지금 당장 멈추더라도 기후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어서 당장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며 “탄소중립은 장기적인 피해 완화를 위해 필요한 감축만 해줄 뿐, 현재 일어나는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적응’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후변화로 영향받는 독거노인 등 취약계층을 돕는 근본적인 정책이나, (기후변화 등으로 인한) 사망자 숫자를 매일 신속하게 집계하는 ‘사망자 감시 체계’ 시스템을 만들어 실제 피해를 구체적으로 추적하고 대안을 만들어야만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연정 기자 yj2gaz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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