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과' 일부러 찾았는데 전문의 아냐?…밤에만 빛나는 간판 꼼수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 또는 타 과 전문의가 진료과목 피부과로 개원하는 사례가 느는 가운데 '피부과 전문의'가 아닌데도 마치 피부과 전문의인 것으로 혼동할 수 있게 홍보하거나 간판을 내건 동네의원이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 예로 주사용이 아닌 앰플을 얼굴에 주입했다가 얼굴이 오돌토돌해지는 이물육아종이 발병해 업무상과실치상 사건으로 경찰에 접수된 사례도 있었다. 심지어 이런 일명 '미용의원'에서 피부과 질환을 오진하거나 제대로 된 진단이 늦어지면서 피부암 같은 중증질환이 진행해 사망한 사례도 확인됐다.
12일 대한피부과학회(회장 강훈,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피부과 교수)가 '피부과 전문의가 국민의 피부를 지킵니다'를 주제로 서울 중구 웨스틴 조선 서울에서 개최한 '제22회 피부건강의 날'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윤석권 전북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올해 1월 17일~2월 6일 피부과 전문의·전공의 280명을 대상으로 피부과 의사를 거짓표방하는 미용 일반 의사들의 행태와 문제점 및 대처방안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결과를 공개했다.
조사 결과, 비(非)피부과 의사들은 △미디어 악용(88.2%) △진료과목 표시 위반(72.9%) △불법 홍보(62.7%) △진료소견서 속이기(32.9%) 등 수법을 이용해 '피부과 전문의'나 '피부과 의사'인 것처럼 거짓 표방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2021년 이 학회가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피부질환을 가진 환자의 90%가 피부과 전문의 진료를 원했지만, 상당수가 병원 간판의 표기 문제로 인해 전문 병원을 구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다수는 해당 의사가 피부과 전문의인 줄 알고 진료받았다는 것이다.
현재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피부과는 '홍길동피부과의원'이라고 표기할 수 있지만, 비피부과 전문의(타과 전문의, 일반의)라면 '홍길동의원'은 크게, '진료과목 피부과'는 작게 간판 등에 표기해야 한다. 하지만 낮에는 '홍길동의원 진료과목 피부과'라고 적혀있지만, 밤에는 간판 조명에서 '홍길동 피부과'란 글자 부분에만 불이 켜지도록 해, 마치 홍길동 피부과 전문의가 운영하는 피부과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들 비피부과 의사에게 진료받고 발생한 부작용·의료사고는 △피부미용시술 부작용(86.7%) △피부질환 부작용(63.9%) △피부미용시술 사고(47.6%) △피부질환 사고(18%) 순으로 많았다. 이런 현상에 대해 피부과 의사 95.7%는 "심각한 상태"라고 답했다. 나찬호 조선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잠행 백선, 옴진드기 감염증, 기저세포암, 흑색종, 필러 사고 등 비피부과에서 오진, 잘못된 시술을 통한 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비피부과 의사가 피부과 의사로 환자를 속이는 이유에 대해서는 △낮은 의료보험 가격(66.4%) △무한 경쟁(53.9%) △쉽게 진단하는 경향(52.1%) 등으로 응답했다. 해결을 위해 법규 개정이나 단속(84.3%), 교육과 홍보(76.8%) 등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외에도 바이탈과 의사 인력 부족 사태와 의사들의 피부미용 시장유입 현상이 관련이 있는지에 대해 91.8%가 "그렇다"고 답했다.
최근 의대증원 문제를 틈타 기승을 부리는 한의사들의 불법 피부미용시술, 피부과 의사나 피부과의원이 아닌데도 언론에서 '피부과'라고 표현하는 건 더 문제라고도 지적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가 피부과 의료기관 이용 효율, 의료비 지출 개선, 의료사고 예방, 의사의 정상적 배치를 저해하는 의대정원확대 반박에 유용한 자료로 활용되기를 기대한다"며 "의사에게도 불안전한 미용의료를 의사 외에 허용하려는 정책의 중단을 정부는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로 22회째를 맞이한 '피부건강의 날'은 대한피부과학회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피부 건강의 중요성과 피부 질환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매년 개최하고 있는 인식 개선 캠페인이다. 대한피부과학회는 1945년 10월에 설립 이후 정회원(피부과 전문의) 2665명, 준회원(피부과 전공의) 284명, 기타 준회원 17명, 특별회원 1명 등 총 2967명이 소속해 있으며, 11개의 지부학회와 15개의 산하학회가 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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