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와 손잡은 반올림···"도넘는 삼성 공격, 국가전략산업 훼손"

서일범 기자 2024. 9. 1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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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직업병' 사회적 합의해 놓고 흠집내기]
관절염 등 질환 해결사로 등판
지구온난화 기후책임도 삼성 탓
'산재 조장하고 있다'식 여론몰이
삼성, 최악 복합위기 겪고있는데
브랜드 가치 훼손 땐 모두 패자
반올림 활동가들이 7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인근에서 ‘기후악당 삼성’이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걸고 도로 위에 누워 있다. 반올림홈페이지
[서울경제]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시민단체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이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손잡고 노사문제에 개입하는가 하면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 문제에까지 삼성의 책임을 주장하면서 활동 범위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계에서는 삼성과 반올림이 합의를 이뤄낼 수 있었던 사회적 대타협의 정신이 훼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①빛바랜 사회적 합의=반올림은 전삼노 파업을 계기로 삼성전자 문제에 본격 등장하기 시작했다. 반올림은 전삼노의 쟁의행위 돌입이 확정된 4월 성명을 통해 “전삼노 쟁의를 환영한다”고 밝히더니 8월에는 전삼노와 업무협약을 맺고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에서 발생한 집단 산재 문제 해결을 위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서 말하는 집단 산재는 기흥반도체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질환을 의미한다. 이 라인에서는 각종 관절염, 손목터널증후군 등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여성 근로자들이 많았는데 이 문제들을 집단 산재로 규정하고 자신들이 해결사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재계는 반올림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과 반올림이 10여 년의 진통 끝에 쌓아 올린 사회적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될 수 있어서다. 양측은 2018년 11월 반도체 사업장에서 직업병 문제 해결을 위한 사과와 보상, 예방조치 등에 합의하면서 상호 갈등을 원만히 해결하고 향후 협력을 강화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과 반올림이 상호 협력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식을 체결하고 있다.

재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법적 책임이 애매했던 노동자들의 질병 문제를 기업이 책임진 첫 번째 사례이자 직업병이라는 난제를 합의를 통해 사회적 타협을 이뤄낸 본보기인데 반올림 측이 또다시 삼성을 무차별 공격하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삼성전자는 500억 원의 산업안전보건 발전기금을 출연하고 외부인사로 구성된 옴부즈만위원회를 설치해 재해 현황을 감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흥사업장 라인을 일부 자동화하는 종합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의 이 같은 노력은 무시하고 ‘삼성이 산재를 조장하고 있다’는 식의 여론 몰이가 이뤄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지적이다.

②지구온난화도 삼성 탓=반올림의 전방위적 삼성 비판은 산재 문제뿐만이 아니다. 반올림은 7일 삼성전자 서초사옥이 있는 강남역 일대에서 ‘기후정의행진’을 진행하면서 “삼성이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거대한 공장을 증설하면서 지구 환경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의 책임이 삼성에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삼성 반도체(DS) 부문이 직접 배출한 온실가스는 2023년 기준 352만 2000톤으로 전년(571만 8000톤) 대비 감소했다. 스코프2(기업 에너지 소비에 따라 간접 배출되는 온실가스) 기준으로 기준을 바꿔보면 배출량이 48만 톤가량 증가하기는 하지만 일단 기업이 당장 할 수 있는 직접 배출량을 줄여가는 것만으로도 기본적인 대응은 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내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공급량 자체가 부족해 스코프2 감축에 구조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③브랜드 훼손은 막아야=반올림의 공격이 삼성의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삼성을 ‘산업재해의 온상’이나 ‘기후악당’으로 몰아가는 반올림의 공세가 삼성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을 수 있어서다.

더욱이 삼성은 창사 이후 최악의 복합 위기를 겪고 있다. 국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반도체 초격차 신화까지 흔들리는 상황이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이 경영 위기를 겪으면 투자와 고용 모두가 위축돼 경기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전 세계가 소리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는데 시민단체가 삼성 경쟁력을 훼손하는 것은 경제주체 모두를 패자로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일범 기자 squi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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