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주가조작' 錢主 유죄… 金여사 수사 영향 주목

무죄 판결 뒤집은 2심
"시세조종 사실 알면서도
작전세력에 계좌 빌려줘"
일각선 "가담 정도 달라서
金여사와 단순 비교는 곤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도이치모터스 사건 2심에서 '전주(錢主)' 의혹을 받는 손 모씨에 대한 방조 혐의가 인정됐다. 손씨처럼 본인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활용된 의혹을 받는 김 여사에 대해서도 방조 혐의 기소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안승훈·심승우)는 12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9명에 대한 2심 선고기일을 열고 이같이 판결했다. 2심은 피고인 대부분의 시세조종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는 동시에 특히 주도적 역할을 한 피고인들에 대한 형을 원심보다 무겁게 정했다. 권 전 회장 등은 2009년 12월부터 약 3년간 91명 명의의 계좌 157개를 동원해 통정매매 등을 통해 당시 2000원대였던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8000원대까지 높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200시간을 명령했다. 그와 함께 기소된 주가조작 선수 이 모씨에 대해서는 항소를 기각하고 징역 2년에 벌금 5000만원이 선고됐다. 투자자문사 블랙펄인베스트의 이종호 전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4억원과 사회봉사 160시간을 선고받았다. 권 전 회장의 경우 1심에서 선고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보다 형이 더 늘었다.

이번 사건은 권 전 회장 등 주범보다 전주 손씨의 유무죄에 더 큰 관심이 쏠렸다. 손씨는 주식거래에 본인과 배우자 명의 등 4개 계좌를 이용한 행위 등으로 기소됐는데, 이는 본인 명의 등 계좌 3개가 시세조종에 활용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김 여사가 받고 있는 혐의와 유사하다.

손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2심은 그의 방조 혐의를 일부 유죄로 볼 수 있다며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1심은 그가 시세차익을 노린 의도는 인정되지만 시세조종에 가담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2심은 손씨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면서도 대출받은 자금 등으로 주식 매매 주문을 제출하고 작전 세력의 요청을 수락해 주가 하락 방지 등을 용이하게 한 행위가 방조에 해당한다고 봤다.

선고 후 법정을 나선 손씨는 기자들에게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2심에서 손씨가 일부 유죄 판단을 받으면서 그와 비슷한 혐의를 받는 김 여사에 대한 검찰의 기소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검찰은 이번 항소심 재판부의 판결문을 분석한 뒤 김 여사 처분을 결정할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재판부가 손씨가 시세조종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이를 사실상 방조했다고 인정한 이상, 검찰 역시 김 여사를 방조 혐의로 기소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2심 재판은 사실관계를 확정하는 의미가 있어 김 여사 사건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면서 "검찰이 기소를 안 하고 넘어가긴 힘들 것"이라고 했다.

손씨와 김 여사를 평면적으로 비교하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손씨는 주가조작 세력들과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주식 매매를 직접 하기도 하는 등 다른 전주들보다도 무거운 혐의를 받았다. 실제 여러 전주 중 재판에 넘겨진 이는 손씨가 유일하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검사는 "같은 혐의를 받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사실관계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기소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여사가 안고 있는 사법 리스크는 도이치모터스 사건과 디올백 사건 두 가지다. 이 중 무혐의 처분이 유력시되던 디올백 사건은 다시 한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판단을 받게 됐다. 최재영 목사의 수심위 소집 신청이 서울중앙지검 검찰시민위원회에 의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새로 소집된 수심위가 최 목사에 대해 기소 의견을 낼 경우 검찰이 난처해질 수 있다. 금품 준 사람은 기소하고, 받은 사람은 불기소하는 모양새가 국민 여론을 자극할 수 있어서다.

검찰은 조만간 항소심 판결문을 분석한 후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처분할 계획이다.

[박민기 기자 / 강영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