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창 서울대 교수 “美대통령 방한 때 삼성 반도체 공장부터 찾는다”
주영창 교수 인터뷰
”기술패권시대 대비해야”
지난달 한국인 최초로 세계 최대 재료학회인 미국재료학회 회장에 선출된 주영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11일 본지 인터뷰에서 “옛날엔 미국 대통령이 방한하면 청와대를 방문했는데 지금은 삼성 반도체 공장부터 찾는다”며 “반도체는 국가 전략 기술인 만큼, 미·중 패권 갈등이 본격화되는 시기에 적극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기존의 한국 기술은 산업적 성격이 컸지만 이제는 기술의 외교·안보적 성격이 강해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AI 반도체 시대, 대만계 엔비디아, TSMC 등의 맹추격으로 위기에 처한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대해 주 교수는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카드가 너무 많기 때문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TSMC가 파운드리에 뛰어든 것은 선택지가 그것뿐이었기 때문이었다. D램은 한국이, CPU는 인텔이 선점했었다”며 “한국은 대만과 달리 많은 분야에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한 방면의 기술을 버릴 수가 없다”고 했다. 그는 “어느 분야를 특화할 것인지 과감한 전략적 선택을 하고, 국가와 민간이 합심한다면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굳건히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당선 소감을 묻자 “미국재료학회의 역대 48명 회장 중 동아시아인이 전무한데 내년 회장직에 아시아 최초로 일본인이 선출된 데 이어 그 다음 내가 한국인 최초로 선출됐다”며 “비미국인이 48%에 달하는 글로벌 학회에서 첫 한국인 회장이 돼 영광스럽다”고 했다. 이어 “내가 당선된 것은 한국의 재료학 연구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고 세계적인 학회가 이를 인정해준 것”이라고도 했다.
주 교수는 국내 연구진들에게 세계적 학회를 더는 ‘남의 잔치’로 생각하지 말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나의 당선을 계기로 국내 연구진들이 (학회에서) 발표만 하고 오는 옵저버라고 스스로 생각하지 말고 내부에서 주인 의식을 갖고 역할을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1973년 설립된 미국재료학회는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과 관련된 과학 기술을 논의하는 세계 최대 재료학회다. 재료공학 외에도 물리·화학·기계·화학공학·생명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70여개국 1만3000여명의 연구자들을 회원으로 보유하고 있다. 주 교수는 내년 이 학회 부회장직을 수행한 뒤 2026년 회장직을 맡을 예정이다.
주 교수는 서울대 금속공학과에서 학·석사 학위를 취득 후, 미 매사추세츠 공대(MIT)에서 재료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Max Planck Research Institute)와 미 반도체 기업 AMD를 거친 뒤, 1999년부터 모교로 돌아와 재료공학부에서 강단에 섰다. 서울대 대학산업기술지원단장, 차세대융합기술연구원장 등을 지냈고, 윤석열 정부 초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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