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시가격에 시세변동만 반영…文정부 이전으로 되돌린다(종합)
'현실화율 로드맵' 폐기하되 균형성 맞추기로…법 통과까지 난항 예상
(세종=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정부가 재산세 등 각종 세금을 매기는 기준이 되는 부동산 공시가격에 '시세 변동'만 반영되도록 산정 방식을 바꾸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도입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이전 방식으로 되돌아가되, 주택 유형·가격대·지역별로 시세 반영률에 차이가 나는 문제를 보완한다는 계획이다.
정부 계획대로 현실화 계획을 폐기하고 공시가격 산정 방식을 바꾸려면 야당 협조를 얻어 법을 개정해야 하기에 국회 통과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12일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올해 3월 현실화 계획 폐기를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새로운 산정 방식을 마련해온 국토부는 과거처럼 전년도 공시가격에 시장 변동률을 곱해 공시가격을 산출하겠다고 밝혔다.
산정식은 '전년도 공시가격 X (1+시장 변동률)'로 제시했다.
올해 공시가격이 5억원인 아파트의 시장 변동률이 10%이라면 내년 공시가격은 5억5천만원이 되는 식이다.
5억원 아파트의 실거래가가 1년 사이 5천만원 올랐다고 해서 시장 변동률이 10%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국토부는 조사자가 실거래가와 함께 감정평가액 변동, 유사 주택 가격, 빅데이터 기반 가격 예측모형(AVM·Automatic Valuation Model)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개별 부동산의 시장 변동률을 판단하도록 했다.
시장 변동률에 왜곡이 생기면 공시가격에 대한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조사자의 주관 개입 없이 시장 변동률을 얼마나 공정하게 산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공시가격은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사들이 표본주택의 공시가격을 매기면 각 지방자치단체가 이를 토대로 나머지 주택의 공시가격을 산정하는 방식으로 정해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조사자가 입력한 시장 변동률의 적정성을 실거래가, 감정평가 금액 등 객관적인 증거로 입증하도록 했기에 주관성이 개입될 여지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도 공시가격 산정 때 시세를 반영하지만, 현실화 계획에 따라 2030년(공동주택 기준)까지 단계적으로 공시가격을 시세의 90%까지 끌어올리게 돼 있다.
부동산 시세와 공시가격의 격차를 좁혀 조세 형평성을 높인다는 취지였지만, 기계적으로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을 올리는 구조이다 보니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공시가격은 오르는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그대로 두면 국민의 보유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기 때문에 현실화 계획을 폐기해 시세 변동 외에 공시가격을 움직이는 요소를 걷어내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부터 현실화 계획 도입 이전인 2020년 수준(공동주택 69%)으로 현실화율을 되돌려놓고 공시가격을 산정해왔다.
국토부는 현실화율 90% 적용 때는 시세 변동이 아예 없다고 가정해도 재산세 부담이 지금보다 재산세 부담이 61% 증가한다는 조세재정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제시했다. 또 전체 공동주택의 20%에서 공시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실화 계획 폐기와 동시에 정부가 내세운 것은 공시가격의 '키 맞추기'다.
서울과 지방, 아파트와 단독주택, 고가와 저가 주택 사이 벌어진 시세 반영률을 공평하게 맞추는 작업을 점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부촌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단독주택의 시세 반영률은 40∼50% 선에 그치고, 지방 저가 주택은 70∼80%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문제 제기는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도입의 배경이 됐기 때문이다.
균형성 제고는 3단계에 걸쳐 이뤄진다.
정부는 조사자가 입력한 공시가격을 평가해 균형성 평가 기준에 어긋나는 곳을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한다.
이 지역을 중심으로 균형성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 부동산 공시가격에 대해서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재산정을 요구한다.
대학교수 등 외부 전문가가 재산정안을 최종 검수하고 나면 국토부가 공시가격 열람안을 확정하게 된다.
국토부는 새로운 공시가격 산정 체계를 담은 부동산공시법 개정안을 즉시 발의할 계획이다.
현실화 계획 적용을 의무화한 조항의 삭제, 공시가격의 균형성 달성을 위한 국가의 책무 조항 신설 등이 개정안의 골자다.
진현환 국토부 1차관은 "조속한 시일 내로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국회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내년 공시가격을 어떻게 산정할지 올해 11월까지 발표해야 한다. 그 전까지 법 개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올해 공시가격 산정 때처럼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땜질'을 반복해야 한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종합부동산세, 재산세 등 각종 세금 부과는 물론 건강보험료 사정, 기초연금·기초생활보장 수급자 선정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사용된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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