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 혐의 인정된 주가조작 ‘전주’ 손모씨···김 여사 기소 가능성 높아지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항소심에서 ‘전주’ 손모씨에게 주가조작 방조 혐의 유죄가 선고된 것은 손씨와 유사한 혐의를 받는 김건희 여사에게 달갑지 않은 내용이다. 손씨에 대한 유죄 판결은 김 여사의 기소 가능성을 높인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조작에 계좌가 동원된 85명을 상대로 사실상 전수조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지난 7일 김 여사의 어머니 최은순씨도 비공개로 불러 조사했다. 4년 넘게 김 여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은 이 사건 항소심 판결 내용을 참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손씨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이 12일 항소심에서 유죄(징역 6개월·집행유예 1년)로 바뀐 것은 검찰이 항소심 재판 과정에서 손씨의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했고, 재판부가 이를 유죄로 봤기 때문이다.
검찰은 1심에선 손씨를 주가조작 공모 혐의로만 기소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손씨의 공모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손씨가 2차 (시기) 시세조종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공동의사에 따른 분업적 역할 분담에 의한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새롭게 제기된 손씨의 방조 혐의를 인정했다. 손씨가 주가조작이 이뤄지는 걸 알면서 이를 묵인하고 오히려 해당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여 이득을 취하려 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손씨는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를 도와줄 의사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다른 피고인들의 행위를 용이하게 했다”며 “단순히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손씨의 유죄 여부가 중요한 이유는 아직 수사 단계에 있는 김 여사의 사건 처분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때문이다. 손씨와 유사하게 주가조작 전주로 참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 여사는 피고인들에게 주가조작에 쓰인 자신의 계좌를 제공했다. 1심과 항소심 모두 김 여사와 그의 어머니 최씨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됐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최씨 계좌 1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의 차명계좌라는 의혹을 받는다.
이날 손씨가 유죄를 선고받으면서 검찰이 김 여사를 불기소 처분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건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주가조작 과정에서 자신이 직접 계좌를 운용했던 손씨와 달리 김 여사는 주가조작 일당에게 자신의 계좌를 일임했다는 점에서 방조 혐의가 더 뚜렷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손씨가 주가조작으로 손해를 본 반면 김 여사와 최씨는 20억원 넘는 수익을 올린 점도 검찰의 처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앞서 대통령실은 1심에서 손씨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을 근거로 김 여사 역시 혐의가 없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그간 이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지켜본 뒤 김 여사 처분 방향을 확정하겠다고 했던 검찰은 판결 내용을 분석한 다음 김 여사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2020년 4월 첫 고발장을 접수한 지 4년이 지나도록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검찰이 지난 7월 김 여사에 대해 비공개 출장조사까지 한 만큼 사실관계 확인은 대부분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손씨 사례와 김 여사 사례는 사실관계가 달라 단순 비교해 판단하기 어렵고 각 사실관계에 맞는 증거와 법리를 적용해 검토해야 한다”며 “판결문 내용과 법리를 면밀히 살펴 상고 여부를 검토하고 진행 중인 사건의 수사에 참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오는 13일 퇴임식을 앞두고 있어 결국 새 총장이 임기 초반에 명품가방 수수 사건과 주가조작 사건 모두 처분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사건 역시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는 터라 검찰 외부위원에게 기소 여부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가 개최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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