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플랫폼에 의한, 플랫폼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 불공정 경쟁 일삼는데
체급 낮은 국내 플랫폼, 과징금에 휘청
역차별 해소 '자국 기업 보호' 정책 절실
현대인은 플랫폼과 함께 살아간다. 승강장(플랫폼)에서 지하철·버스를 타고 신선식품 플랫폼에서 먹거리를 구매한다. 앱으로 음식을 주문하고 택시를 부른다. 뉴스 검색과 메신저 대화도 마찬가지다. 간단하고 편리하다 보니 플랫폼 없는 삶을 상상하기 힘들다. 먼저 사업을 시작했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나 풍부한 자본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이용자가 몰린다. 소수의 플랫폼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행사하며 막대한 이익을 올리다 보니 독과점 문제가 뒤따른다. 빈번하게 발생하는 불공정 행위는 피해 기업의 소송 제기와 경쟁 당국의 개입을 부른다.
올 들어서도 전 세계적으로 플랫폼 기업의 독과점을 둘러싼 뉴스가 하루가 멀다 하고 전해진다. 애플은 자사 앱스토어 입점 앱들의 인앱결제(내부 결제)를 강제하는 관행을 고수하다 유럽연합(EU)으로부터 막대한 과징금을 부과받고 결국 정책을 바꿨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이 온라인 검색·광고 시장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업을 강제 분할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MS) 사례처럼 일정 수준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반독점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국내 플랫폼 기업을 대표하는 네이버와 카카오도 독과점 이슈에 늘 노출돼 있다.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이 60% 안팎인 네이버는 뉴스 알고리즘 공정성 문제와 제휴 콘텐츠 약관 위반 문제를 놓고 정치권·언론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택시 호출 시장에서 독보적인 1위인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몰아주기, 매출 부풀리기 의혹으로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은 데 이어 검찰 수사도 받고 있다. e커머스 시장을 평정한 쿠팡은 자체 브랜드 상품 부당 우대 의혹으로 1400억 원의 역대급 과징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올해 EU와 벌인 모든 소송에서 패해 과징금을 부과받은 애플과 구글은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일정 정도 이익이 줄더라도 사업에 타격을 받거나 영향력이 축소되지는 않을 것이다. 매출이 수백조 원에 이르는 글로벌 빅테크와 달리 10조 원에도 못 미치는 네이버와 카카오는 사정이 다르다. 국내외에서 받는 견제와 규제를 견딜 만큼 ‘맷집’이 강하지 않다. ‘동네 골목대장’이라는 비판을 듣지 않기 위해 미국과 EU·일본·동남아시아 등지로 진출했으나 아직 큰 성과를 내지 못한 상태다. 쿠팡은 연간 영업이익보다 많은 과징금을 부과받으면서 올해 다시 적자 전환했다. 글로벌 빅테크와 토종 플랫폼은 체급이 다르다.
최근 유럽사법재판소는 애플이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불법적 법인세 혜택을 받았다면서 21조 원이 넘는 세금을 내라고 판결했다. 세제 혜택을 믿고 아일랜드에 투자한 애플로서는 펄쩍 뛸 일이지만 이번 판결을 접한 국내 플랫폼 관계자들은 착잡하다. 구글은 지난해 국내에서 12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추정되지만 3653억 원만 공시했고 법인세는 155억 원을 냈다. 반면 지난해 매출이 9조 원대인 네이버는 5000억 원 가까운 법인세를 냈다. 정부가 행정처분 등의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글로벌 빅테크들은 소송을 벌이면서 버티기로 일관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하려던 ‘플랫폼법’ 제정을 포기하고 기존 공정거래법을 바꿔 자사 우대와 끼워 팔기와 같은 위법 행위를 제재하기로 했다. 규율 대상인 대규모 플랫폼을 사전에 지정하지 않고 사후에 추정하는 것으로 한발 물러섰다. ‘대규모유통업법’을 개정해 경제적 약자인 입점 업체를 보호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임시 중지 명령과 같은 독소 조항이 있지만 플랫폼 업계는 최악은 피했다는 평가다.
각 나라가 규제를 통해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글로벌 기업의 확장을 제한하는 ‘국가 플랫폼 자본주의’가 확산하는 추세다. 국적을 불문하고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대해서는 규제하더라도 자국 기업을 보호하고 이익을 도모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자국 정부의 뒷배를 믿고 진출 국가에서 불공정 경쟁을 일삼는 글로벌 빅테크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국내 기업에 대한 역차별을 해소하는 일이 시급하다. 토종 플랫폼들도 시장 지배력을 남용하기보다는 소비자 후생을 두텁게 하고 혁신 생태계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려는 노력을 게을리 말아야 한다.
성행경 기자 saint@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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