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 전주' 2심서 주가조작 방조 유죄…김여사 영향 주목(종합)
권오수 전 회장,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블랙펄 이종호도 집유
'2010년 10월 이후 포괄일죄' 유지…"인정된 활용 계좌 일부 변경"
(서울=연합뉴스) 한주홍 기자 =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돈을 댄 이른바 '전주'(錢主)가 2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유사하게 시세조종에 계좌가 동원된 경우에 대해 재판부가 일부나마 유죄 판단을 내린 것으로, 검찰에서 수사 중인 김 여사 연루 의혹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12일 투자자 손모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씨는 애초 주가조작에 공모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된 방조 혐의가 인정되면서 유죄로 뒤집혔다.
재판부는 손씨에 대해 "다른 피고인들이 인위적으로 시세를 부양하기 위해 매매 성황 오인·매매 유인 목적으로 시세조종 행위를 하고 있음을 알았던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손씨는 단순히 피고인들에게 돈을 빌려준 전주가 아니라,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하는 사실을 인식하고 이에 편승했다"며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해 인위적 매수세를 형성한 뒤 주가 부양에 도움을 주는 등 정범의 행위를 용이하게 하는 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사건의 주범 격인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1심 판결의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5억원보다 형량이 늘었다.
재판부는 "권 전 회장은 상장회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 지위에 있지만, 책임을 도외시한 채 자기 회사의 시세조종행위를 도모했다"며 "범행으로 유무형의 이익을 얻었고,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도이치모터스의 초기 안정적 성장에서 상당한 이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차명계좌를 이용해 권 전 회장 등과 시세조종 행위를 주도적으로 실행한 혐의를 받은 이종호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과 벌금 4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대표는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하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관련해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의 발단이 됐던 해병대 단체 대화방 참여자로 주목받았던 인물이다.
이 밖에 재판부는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 김모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원을 선고했고, 증권사 전·현직 임직원 4명에게도 각각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도이치모터스와 무관하게 아리온테크놀로지 주가조작 혐의로 기소된 이 회사 실질적 운영자 이모씨만 유일하게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2009∼2012년 차명계좌를 동원해 조직적으로 통정매매와 가장매매 등 시장에서 금지된 부정한 수단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2021년 10월 기소됐다.
2심 재판부 역시 1심과 마찬가지로 전체 주가조작 기간 중 1차 작전 시기(2009년 12월 23일~2010년 10월 20일)와 2차 작전 시기(2010년 10월 21일~2012년 12월 7일)를 나눠 봤다.
두 시기 시세조작 행위를 주도한 '주포'가 다르고, 범행 방식이 크게 달라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1차 작전 시기는 공소시효가 지나 '면소' 판결하고, 나머지 2차 작전 시기에 대해서만 각 시세조종 행위별로 유·무죄 여부를 판단했다.
이 사건은 김건희 여사가 시세조종에 돈을 대는 '전주' 역할을 했거나 주가조작이 의심되는 시기에 거래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큰 관심을 받았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 여사의 공모 여부는 판단하지 않았지만, 김 여사의 계좌 3개가 시세조작에 활용됐다는 사실은 인정했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구체적으로 시세조종에 동원된 것으로 인정된 계좌는 1심과 일부 차이가 있다면서도 "다만 큰 차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설령 다소 차이가 있더라도 김 여사 계좌가 활용됐다는 판단 자체가 달라지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최소한 '전주' 손씨가 유죄를 받은 만큼 이날 인정된 방조 혐의라도 김 여사에게 적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juh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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