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되고 저긴 안되고"···은행 '난수표 대출' 분양시장까지 파장
◆ 불확실성 더 커진 대출현장
금융당국 실수요자 보호 강조에
은행별로 예외요건 둬 관리 강화
기준·증빙서류 달라 혼란만 가중
신한銀 등 전담심사팀 가동에도
현장 혼선은 당분간 이어질 듯
은행권에서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전세대출 중단 조치가 퍼지는 것은 현재 대출 시장의 혼란상을 반영하는 사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 당국이 은행별로 자율적으로 가계대출을 관리하는 대신 실수요자는 보호하라는 방침을 내놨지만 가계대출 잔액이 불어나 이후 규제를 받을 것을 우려한 은행들이 실수요자에 대한 해석을 소극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마다 실수요자에 대한 대출 예외 요건을 내놓고 있어 대출을 알아보는 사람들은 ‘내가 실수요자인지 아닌지’ 확신을 할 수 없다”며 “이 상황 자체가 사실상 대출을 포기하게 만드는 문턱으로 작용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NH농협은행은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제한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6일부터 신규 분양 주택에 대해서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대상에서 제외해왔지만 13일부터는 원칙적으로 이를 금지하기로 하면서 5대 은행 가운데 하나은행만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허용하게 됐다.
다만 같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한이라도 은행마다 세부적인 내용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농협은행은 대출 실행 전까지 임대인의 분양 대금 완납이 확인되는 경우 임차인에 대해 전세자금대출을 내준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집 주인이 잔금을 다 치렀어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있다면 대출을 내주지 않는다. 다만 국민은행은 제한 조치를 10월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하기로 했다. 둔촌주공 입주가 11월인 점을 감안한 것으로 해석된다.
13일부터 1주택자와 미등기 신규 분양 주택의 전세자금대출 취급을 제한하기로 한 신한은행은 실수요자에 대해서는 예외 요건을 뒀다. 직장 이전이나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부모 봉양, 이혼 등으로 이사하는 경우에는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 아울러 신한은행은 심사 전담팀 운영을 통해 실수요자를 가려내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신규 분양 주택뿐 아니라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허용 조건도 은행마다 차이를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1주택자라고 하더라도 △기존 주택을 처분하고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대출 실행일 6개월 이내 결혼 예정자가 주택을 구입한 경우 △대출 신청 시점에서 2년 이내 주택을 상속받는 경우에 한해 규제 예외를 허용하고 있다. 이 경우 매도 계약서, 청첩장, 상속 결정문 등 증빙 자료를 첨부해야 한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1주택자의 주담대를 막았던 우리은행 역시 국민은행과 같이 결혼 또는 상속 등의 경우를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규 주택 구입 목적으로 주담대를 실행한 당일에 기존 보유 주택을 매도하는 조건으로 예외를 허용한다. 징구 서류는 보유 주택 매도 계약서와 구입 주택 매수 계약서다.
아울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1주택자에 대한 전세자금대출 취급도 제한한다. 신한은행은 본인 또는 배우자의 보유 주택이 투기·투기과열지구 3억 원 초과 아파트가 아닌 1주택 소유자 중 실수요자에 대해 예외를 적용해 대출을 내준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기존 보유 주택에 대한 제한은 별도로 없이 직장을 옮기는 경우, 자녀 교육, 질병 치료, 부모 봉양, 이혼 등의 이유가 있는 실수요자에게는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신용대출 한도 규제를 도입한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경우에도 내용에서 차이를 보인다. 국민은행은 예외 조건 없이 신용대출 신규(증액 포함) 취급 시 연 소득 이내로 대출 가능 금액을 제한한다. 신한은행도 원칙적으로 연 소득의 100%를 한도로 적용하지만 본인 결혼, 가족 사망, 자녀 출산, 의료비 등 예외 요건을 서류로 증빙할 경우 연 소득의 150% 또는 1억 원 범위 내에서 100% 초과를 허용한다.
은행이 각종 대출 규제에 예외 요건을 둬 관리를 강화하는 것은 실수요자 보호를 강조한 금융 당국의 기조에 따른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신한·우리은행은 자체적으로 실수요자 여신 심사팀을 신설하고 ‘실수요자 가려내기’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은행별로 각각의 대출에 대해 적용되는 규제와 예외가 다른 만큼 대출자 입장에서는 당분간 혼선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권은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실무협의체를 구성하고 매주 대출 심사 사례를 공유하며 의견을 교환한다는 방침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마다 규제도 다르고 예외 요건도 달라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는 고심이 클 것”이라며 “창구 상담을 많이 받아보며 본인의 상황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준호 기자 zero@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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