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전주, 1심 무죄→항소심 집행유예

이현승 기자 2024. 9. 1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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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 자금을 댄 이른바 전주(錢主) 손모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가, 항소심에서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 여사도 손씨와 마찬가지로 본인 명의 계좌가 주가조작에 동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는 증거 부족으로 손씨 등과 함께 기소되진 않았지만 현재 검찰이 수사를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항소심 판결을 확인한 뒤 김 여사에 대한 처분 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서 계좌가 활용된 이른바 '전주'(錢主) 손 모 씨가 1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5부(권순형 안승훈 심승우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2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권오수 전 회장 등 9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기일을 열었다.

권 전 회장은 2009~2012년 도이치모터스 최대 주주이자 대표이사로 재직하며 ‘주가조작 선수’와 증권사 전·현직 임직원 등 13명과 공모해 157개 계좌를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식 1599만 주(636억 원 상당)를 불법 거래한 혐의를 받는다. 지난해 2월 1심은 권 전 회장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벌금 3억 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권 전 회장에게 1심보다 높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 벌금 5억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2010년 10월 21일 이후 진행된 주가조작 행위에 주도적으로 가담한 이들에 대해 1심보다 형량을 높였다. 검찰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행위를 누가 주포(主砲·핵심 인물을 뜻하는 증시 은어) 역할을 했느냐에 따라 1차, 2차로 나눴다. 1차는 2010년 10월 20일 이전, 2차는 2010년 10월 21일 이후인데 1차 주가조작은 이미 자본시장법상 공소시효(10년)가 끝나 처벌이 안 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에서 주가조작 공모 혐의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은 손씨에 대해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일부 유죄로 판단,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손씨가 주가조작 범행을 함께 하진 않았지만 최소한 이런 범행이 이뤄진다는 것을 인지하고 수월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준 혐의는 인정된다는 것이다. 손씨는 부동산 개발 관련 사업장을 운영하면서 자신과 아내, 회사의 명의 계좌 총 4개를 이용해 고가매수 등 이상매매 주문을 제출하고 대량매집행위를 하는 방식으로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손씨가 주가조작에 100억원대의 돈을 댄 것으로 판단했다.

앞서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재판부는 손씨가 주가조작을 공모하진 않았다는 1심 판결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손씨는 다른 공범들과 달리 도이치모터스 IR에 참여·보조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주식을 영업하지도 않았고 자신과 자신의 처, 운영하는 법인 명의 계좌를 사용해 주식거래를 했을 뿐 이어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공동정범이라는 점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손씨가 단순히 돈을 빌려준 전주는 아니었으며 주가조작 범행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도움을 준 방조 행위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손씨가 피고인 김모씨와 주고 받은 문자메시지에서 ‘김씨 요청으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으로 매수하고 상한가를 찍었다’고 말하는 내용이 발견되고 손씨가 자금 사정으로 어려울 때는 피고인들로부터 도움을 받은 정황도 확인된다”고 했다.

이날 재판부는 시세조종에 동원한 계좌인지 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도 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직접 운용한 본인 계좌 및 차명 계좌 ▲지인이나 투자자들이 주식 투자를 일임해 피고인들이 시세조종 행위를 한 계좌 ▲피고인들이 대가 지급 등을 전제로 연락해 확보한 계좌와 계좌 명의자가 독자적 투자 판단 없이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 주식거래를 한 계좌를 시세조종 동원 계좌라고 판단했다.

법조계에선 손씨에 대한 항소심 재판부의 유죄 판단이 김건희 여사의 검찰 처분에 영향이 줄 지 주목하고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4월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대표(전 민주당 의원)가 김 여사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과 연루됐다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김 여사는 주가조작 전문가 이모씨에게 계좌를 맡겨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거래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른바 전주 역할을 했다는 것인데 이날 방조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 손씨의 역할과 비슷하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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