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뜻 모았지만…野·醫 "신뢰하기 힘들어"
"의료단체 온다, 야당도 참여해라" 촉구
민주당 "증원 문제 놓고 정부·여당 입장 정리부터"
[이데일리 김유성 최영지 기자] 정부와 여당이 ‘여야의정 협의체’를 조속히 출범시키기로 뜻을 모았다. 일부 의료단체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의사를 밝힌 만큼 야당의 협조를 당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의대 증원에 대한 합의점이 마련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협의체 참여를 유보했다.
정부·여당은 12일 지역·필수 의료 체계 개선을 위한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이들은 추석 연휴 기간에 발생할 수 있는 응급실 대란을 방지하기 위한 방안 등을 논의했다.
우선은 추석 연휴를 포함해 25일까지 ‘추석 연휴 비상응급’ 주간을 운영키로 합의했다. 당직 의료기관을 지정하는 등 추석 연휴 응급의료 이용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방침이다.
전공의 처우와 수련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논의도 했다. 정부가 시행 중인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을 확대하면서 전공의에 대한 처우 개선 대책도 마련키로 했다.
의대 학생 수 증가를 고려해 의학 교육 여건도 개선키로 했다.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했던 ‘의학교육 개선을 위한 투자 방안’이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오는 2030년까지 약 5조원을 투입해 의학교육 인프라를 개선키로 했다.
이날 가장 관심을 모았던 여야의정 협의체와 관련해서는 원론적인 입장만 나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여야의정 모두 대화를 해야 한다”면서 “협의체 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회의 후 기자들을 만난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야당에서 기대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의료공백사태를 예방하면서 필수 의료 체계 개선에 뜻을 같이 할 의료 기관과 단체가 준비돼 있다”면서 “여야의정 협의체에 참여할 의료 기관과 단체를 계속 독려하고 있고, 하루 빨리 출범할 수 있도록 (정부·여당이)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野 “어긋난 당정, 신뢰 안 간다”
여야의정 협의체를 앞서 정부·여당에 제안했던 야당은 싸늘했다. 윤종군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여당의 협조 요청에 “의사 단체 2개 정도 얘기하던데 대표성이 있는지 의문스럽다”고 의구심을 보였다.
실제 의료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에 어떤 의사 표시도 하지 않은 상태다. 이틀 전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현택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사퇴를 요구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 회장이 참석하는 모든 협상 테이블에)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날(12일)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위원들과 간담회를 열었던 박주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은 “2025년도 정원도 논의 가능하다고 한동훈 대표가 얘기했는데,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정부는 또 안된다고 했다”면서 “여야의정 협의체 참여 관련해서 (정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거론됐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정부·여당의 전향적이면서도 정리된 입장을 요구했다. 그는 “2025년도 증원까지 (한동훈 대표가) 논의 가능하다고 해서 (의료단체들이 협의체에) 들어 오려고 했는데, 정부가 아니라고 하면 어떻게 해야하나”라고 물었다.
실제로 이날 당정협의회에서 한동훈 대표는 “의제를 제한하지 않고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도 없어야 한다”며 “그간 일(의료개혁) 진행 과정에서 일부 관계자들이 (의료계에) 다소 상처주는 발언을 한 건 사실인데 그 발언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되고 상황을 악화시킬뿐”이라며 의료계 달래기에 나섰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전공의 대표들을 불러 조사하는 것 자체가 의료사태 수습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고도 힘줘 말했다.
반면 한덕수 국무총리는 2025년 의대 정원은 의제로 올릴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고 이 문제를 놓고 한동훈 대표와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도 2025학년도 의과대학 증원 규모 재조정을 두고서는 선을 그었다. 한 총리는 “이미 대학들 요청을 받아 50~100% 사이에서 자율 감축한 결과 나온 숫자가 2025학년도 1509명”이라며 “입시 절차도 이미 진행 중”이라고 일축했다.
김유성 (kys40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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