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비만 치료제 '위고비' 10월 한국 상륙

김지희 기자(kim.jeehee@mk.co.kr) 2024. 9. 12.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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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주사로 15% 감량효과
美선 한 달 접종에 180만원
韓 보험 안돼 약값 부담 클듯
마운자로 등 경쟁약도 대기
비만약 시장 파이 확대 기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체중 감량 비법으로 꼽아 '꿈의 비만 치료제'로 불리는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다음달 국내에 출시된다. 앞서 출시된 삭센다가 국내 비만약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새롭게 등장하는 위고비가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를 앞세워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지 주목된다.

12일 한국노보노디스크제약에 따르면 위고비는 다음달 중 한국에 출시될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품목 허가를 획득했으나 물량 확보 등의 문제로 출시가 1년 넘게 미뤄졌다. 국내에서는 위고비를 체질량지수(BMI·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가 30㎏/㎡ 이상인 비만 환자 또는 27~30㎏/㎡인 과체중 환자이면서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한 가지 이상 체중 관련 동반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처방할 수 있다. 0.25㎎을 시작으로 0.5㎎, 1.0㎎, 1.7㎎, 2.4㎎까지 용량을 늘려 사용하도록 위고비 제품 5종이 허가를 받은 상태다.

위고비는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유사체 기반의 세마글루티드 성분 치료제다. 음식을 먹으면 나오는 GLP-1 호르몬 유사체인 세마글루티드 성분을 체내에 오래 머물도록 해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고 식욕을 억제하는 방식이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인 오젬픽으로 출시됐으나 체중 감량 효과가 확인되면서 2021년 미국에서 비만 치료제로 처음 판매됐다.

출시 이후 위고비는 선풍적 인기를 끌며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이미 판매 중인 미국, 독일, 일본 등 8개국에서 매출이 급증하며 지난해에만 전년 대비 407% 늘어난 45억달러(약 6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임상을 통해 심혈관질환 등으로 치료 영역도 꾸준히 넓히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위고비의 출시가 국내 비만 치료제 시장에 미칠 영향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내 시장은 노보노디스크가 위고비에 앞서 개발한 삭센다가 주도하고 있다. 삭센다의 지난해 국내 매출은 668억원에 달한다. 연간 18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국내 비만약 시장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위고비는 삭센다와 비교하면 후발 주자이지만 높은 감량 효과와 편의성 덕에 환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삭센다는 56주간 투여 시 평균 8%의 감량 효과를 보인 반면, 위고비는 68주간 투여로 평균 15%의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또 위고비는 주 1회 주사 형태로, 매일 주사를 맞아야 하는 삭센다의 번거로움도 덜어줄 수 있다.

다만 변수는 가격이다. 아직 위고비의 국내 출시 가격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미국에서 위고비의 한 달 접종 가격은 1350달러(약 180만원) 수준이다. 현재 국내에서 삭센다를 처방받으면 한 달에 30만~50만원이 든다. 국내에는 해외와 달리 고도비만 환자가 적은 상황에서 위고비 가격이 높게 책정될 경우 삭센다 대신 사용할 유인이 크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위고비의 국내 출시가 경쟁 약물인 '마운자로'의 출시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는 지난달 국내에서 만성 체중 관리를 위한 보조제로 식약처에서 허가를 받고 출시 일정을 검토 중이다. 주 1회 주사 방식인 것은 위고비와 동일한데 효과는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임상 3상 시험에서 72주간 투여한 결과 체중이 최대 22.5% 줄었다.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 수요가 급증하면서 글로벌 주요 제약사들의 관련 연구개발도 가속화하고 있다. 글로벌 리서치 기업 모닝스타·피치북에 따르면 2029년까지 비만 신약 16개가 출시될 전망이다. 전 세계적 인기에 암젠,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등 빅파마들이 비만 신약 후보물질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이에 맞춰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31년까지 20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제약사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미약품은 오는 11월 미국 비만학회에서 체중 감량 시 근육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비만 치료제 후보물질의 타깃 및 비임상 연구 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현재 출시된 주요 비만 치료제들이 지방뿐 아니라 근육량도 줄이는 부작용을 해소한 것이다. 이외에도 일동제약이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형태의 비만·당뇨약 후보물질 'ID110521156'의 후속 임상 1상에 착수한 상태다. 유한양행은 인벤티지랩과 함께 장기 지속형 주사제 형태의 비만약을 개발하고 있다.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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