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몰할 것 같은 진실, 끈기있게 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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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제25회 이효석문학상은 우리 시대 문학에 연루되어 있는 인간에 대한 질문과 응답의 형식으로서 최근 한국소설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과정에 가까웠다.
자기와 정체성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하는 인간 존재가 소설의 허구적인 인물의 삶과 겹쳐질 때 발생하는 문학적 성찰들이 흥미로운 스펙트럼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문학상 심사에서 포괄적이나마 한국소설의 지형을 살펴보는 일은 분명 하나의 일괄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동시대성의 복합적 얼굴을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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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효석 문학상 ◆
2024년 제25회 이효석문학상은 우리 시대 문학에 연루되어 있는 인간에 대한 질문과 응답의 형식으로서 최근 한국소설의 현주소를 살펴보는 과정에 가까웠다. 자기와 정체성 사이에서 진자운동을 하는 인간 존재가 소설의 허구적인 인물의 삶과 겹쳐질 때 발생하는 문학적 성찰들이 흥미로운 스펙트럼을 구성했기 때문이다. 동시대성이란 하나의 대표적 시의성으로는 환원되지 않는 우리 시대의 여러 얼굴을 의미한다. 문학상 심사에서 포괄적이나마 한국소설의 지형을 살펴보는 일은 분명 하나의 일괄적인 기준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동시대성의 복합적 얼굴을 복원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손보미의 '끝없는 밤'은 단연 압도적인 소설적 긴장감으로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총체적인 삶에 대한 복습이자 불가능하며 불가피한 자기 발견의 심리극이라고 말할 수 있다. 10억원을 웃도는 가격의 보트 위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아홉 명의 사람 사이에서, 주인공인 '그녀'는 그들을 감싸고 있는 적당한 거리감과 불안한 대화 속에서 스스로의 삶을 돌이키며 애써 모르는 척 잊고 살아왔던 자기 삶 내부의 통증을 예민하게 감각해나간다. 사람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큰 파도와 거센 바람이 요트를 흔들면서, 과민할 정도로 자신을 사로잡았던 통증에 대한 강박을 되살리는 '그녀'의 모습은 자기 자신의 내면을 구축하는 과정의 고통스러움을 그대로 재현한다. 동시에 이 소설의 진정한 매력은 불가피하게 삶을 반추하며 발생하는 거센 격랑 위에서 우리가 발견하는 그러한 삶에 대한 진실이란 과연 가능한 것인지, 그 모든 것을 연결하고 붙잡으며 감각하는 순간의 믿음이란 가능한 것인지를 묻는다는 점이다. 바닷속으로 가라앉은 보트처럼, 삶에 대한 진정한 감각이란 어쩌면 다시 되찾을 수 없어 애도되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심사위원들 역시 '끝없는 밤'은 한 사람의 내면을 통증으로 인식하고 관념화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는 점, 그리고 끊어지고 침몰할 것 같은 진실을 현기증 나는 세계 안에서 끈기 있게 추적하는 방식을 높이 평가했다. 심사위원들은 만장일치로 손보미의 '끝없는 밤'을 2024년 제25회 이효석문학상 대상 수상작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 이 소설이 갖춘 형식적 완미함의 미덕뿐만 아니라 그 소설적 물음의 끈기가 삶의 고통을 온전히 복원하려는 고고학적인 소설가적 태도에 대한 이해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손보미의 '끝없는 밤'은 소설이 감당해야 하는 자기 이해의 비극적 고통을 되살려냈다. 고통이란 겁이 많고 예민한 사람들의 상상력 속에서 증폭되며 우리의 감각을 더욱 강렬하게 만든다. 그러한 고통을 실로 삼아서 바느질처럼 자신을 엮어내는 '끝없는 밤'의 자기 서술의 직조물은 우리 시대 근대적 소설의 화풍이 도달한 표현주의의 극치처럼 보인다.
[박인성 평론가 대표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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