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원 기수 관련 前마사회 간부·조교사, 항소심서 '유죄'

1심 무죄 뒤집고 징역형 선고
발표자료 '사전 검토' 뒤 등수 바뀌어
재판부 "조교사 선발 사회적 신뢰 깨트려"

지난 2020년 11월 2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문중원 열사 1주기 추모 주간 선포 기자회견'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2019년 숨진 고 문중원 기수가 유서에서 지적한 부산경남경마공원 조교사 개업 심사 비리 의혹과 관련해, 한국마사회 전직 간부와 조교사가 항소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항소 2-1부(계훈영 부장판사)는 12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 한국마사회 부산경남지역본부 경마처장 A씨, 조교사 B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뒤집고 A씨에게 징역 10개월, B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들과 함께 기소된 조교사 C씨는 원심과 마찬가지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조교사 개업 심사를 앞둔 2018년 8월부터 10월 사이 심사위원회에 제출할 발표자료를 사전에 검토해달라고 부탁하고 보완을 지시하는 등 조교사 평가·선발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듬해 심사에서 A씨는 평가위원을 맡았고, B씨와 C씨는 각각 조교사와 예비 조교사로 선발됐다. 조교사 면허를 딴지 5년째인데도 해당 심사에서 탈락한 문중원 기수는 "간부와 친분이 없으면 마방을 배정받을 수 없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숨을 거뒀다.

1심은 A씨 등의 행위가 조교사 선발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기는 부족하다며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은 A씨와 B씨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우선 B씨가 조교사 심사에 응시할 당시 제출한 발표 자료가 2018년 7쪽에서 2019년 18쪽으로 늘어났고, 마필 보유계획 등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이 담긴 점에 주목했다. 

A씨는 외부 메일을 통해 B씨로부터 자료를 받아 검토한 뒤 보완을 지시했고, 이에 B씨가 18쪽짜리 자료를 만든 것으로 봤다. 이 덕분에 2018년 심사에서 5등으로 최하위였던 B씨는 2019년 2등을 차지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또 A씨와 B씨가 마사회의 수사 의뢰 직후 휴대전화를 바꾸고 메일 계정을 탈퇴한 건 증거 인멸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조교사 선발의 사회적 신뢰를 깨트렸고, 다른 지원자 선발 기회를 박탈해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 A씨는 조교사 평가 선발 업무의 적정성과 공정성을 책임지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게 마땅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단 방어권 보장을 위해 A씨를 구속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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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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