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막전막후] 포스코, 투자 축소 없다더니…'캐즘'에 뒷걸음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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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전기차 시장의 침체로 배터리 업계도 부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장기화되는 침체에 기업들은 투자 계획을 축소하고, 속도 조절에 나서며 대응 중인데요.
포스코 그룹 배터리 소재 계열사인 포스코퓨처엠도 마찬가지입니다.
'철강통' 장인화 회장이 올해 초 회장 자리에 오른 뒤, 그룹 배터리 사업이 제대로 추진될까 하는 우려가 많이 제기 돼왔죠, 그럴 때마다 장인화 회장, 배터리 사업 속도 조절은 없다며 의지를 밝혀왔는데요.
그런 장인화 회장도 전기차 '캐즘'이라는 한파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신성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신 기자, 먼저 포스코퓨처엠이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죠?
[기자]
지난 4일 포스코퓨처엠은 포항 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코발트 생산 기업인 중국 화유코발트와 짓기로 했던 전구체 합작공장 계획을 전면 철회한다고 밝혔습니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해 5월 화유코발트, 경상북도, 포항시와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약 1조 2천억 원을 투자해 2027년까지 공장을 짓기로 했는데요,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 생산능력을 확대해 양극재 생산기지와 연계한 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그런데 투자양해각서 체결 이후 전기차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조 단위 규모의 합작 투자를 철회하기로 한 것입니다.
포스코퓨처엠 측은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하에 투자에 대한 검토 절차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앵커]
이번 합작공장 철회뿐만 아니라 전반적으로 생산 목표도 내려 잡고 있죠?
[기자]
시장 침체로 인해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내년까지 양극재와 음극재 생산능력을 각각 34만 5천 톤, 9만 4천 톤으로 확대한다고 밝힌 바 있는데요, 양극재의 경우 앞서 발표한 계획보다 생산 목표를 5만 톤 줄였고, 음극재 생산 목표는 4만 톤 감소했습니다.
내년 생산 목표를 줄이면서 자연스레 장기적인 생산 목표도 감축했는데요, 2026년 음극재 생산 목표는 기존 22만 톤 대비 약 11만 톤으로 반토막 났습니다.
전기차 시장 침체, '캐즘'의 장기화를 우려하는 모습입니다.
[앵커]
올해 초 장인화 회장이 취임하면서 줄곧 배터리 소재 사업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는데, 이와는 다소 배치되는 양상이네요?
[기자]
철강생산본부장부터 그룹의 철강부문 전체를 총괄하는 철강부문장까지, 장인화 회장은 대표적인 그룹 내 '철강통'으로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그룹 본업인 철강 분야는 두루 거쳐왔지만, 그룹이 키우고자 하는 배터리소재 분야의 경험은 상대적으로 부족한데요, 그렇다 보니, 배터리소재 부문의 투자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습니다.
[장인화 / 포스코그룹 회장 (지난 3일 21일) : 2차 전지 소재사업은 저희 회사가 1~2년 한 것이 아니라 10여 년 동안 꾸준히 했고요. 이 사업은 무조건 성공시켜야겠다 하는 굳은 마음을 갖고 있고요. 투자 부분에 있어서도 결코 소극적이지 않겠습니다.]
장인화 회장은 지난 5월에도 포스코퓨처엠 세종 공장을 찾아 "전기차는 꼭 가야 하는 방향"이라고 재차 강조하기도 했는데요.
이렇게 현장 경영까지 나서며 거듭 투자를 유지하겠다고 밝히긴 했지만, 길어지는 전기차 침체 현상을 무시할 수만은 없던 것으로 보이고요.
또 무엇보다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에서 조 단위 규모의 투자를 섣불리 진행하기도 부담이 됐던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업황 부진으로 인한 실적 타격, 어느 정도로 심각한 상황입니까?
[기자]
실적을 살펴보면, 포스코퓨처엠은 올해 2분기 매출 9천155억 원, 영업이익 27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문제는 영업이익이 점점 감소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지난해 2분기에는 약 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1분기는 380억 원을 달성했습니다.
영업이익률을 놓고 보면, 지난해 2분기 4.4%에서 올해 1분기 3.3%, 2분기 0.3%로 곤두박질쳤습니다.
전기차 시장 침체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고요, 여기에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상 중국산 흑연을 사용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주지 않는 제재가, 오는 2026년까지 유예되면서 중국산 음극재로 수요가 몰린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입니다.
포스코퓨처엠의 천연흑연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올해 40%대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시장 침체에 따른 수주 공백 속 최근 1조 8천억 원 규모의 전기차용 양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해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거래 상대방 등 세부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앵커]
실적이 여의치 않다 보니, 합작사 지분까지 팔며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죠?
[기자]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8월 26일 이사회를 열고 피앤오케미칼 지분 51%를 합작사인 OCI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보유 지분 전량으로, 매각 금액은 537억 원입니다.
피앤오케미칼은 포스코퓨처엠과 OCI가 각각 51%, 49% 지분으로 참여해 세운 합작 회사인데요,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과산화수소를 생산하는 업체로, 음극재 코팅소재 생산도 준비 중이었습니다.
이번 지분 매각은 가뜩이나 부진한 실적에 비주력사업을 내놓는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풀이되는데요, 포스코퓨처엠 측은 "양극재, 음극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하기 위한 것"이라며 "경영 효율화로 사업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정리하자면, 부진한 실적 속 배터리 소재사업에 집중하기 위해 구조조정에 나서고는 있는데, 정작 시장 침체의 여파로 배터리 소재사업마저도 적극 추진하긴 어려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딜레마에 놓여있습니다.
[앵커]
그렇다고 그룹 상황 자체도 좋은 것은 아니잖아요?
[기자]
사실 그룹 본업인 철강 사업이 잘 진행되고 실적이 잘 나온다면, 그룹 차원에서 배터리 소재사업에 좀 더 드라이브를 걸 수 있었을 텐데요, 본업인 철강 사업도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타격을 입고 있는데요, 올해 2분기 포스코의 매출은 약 9조 3천억 원, 영업이익은 약 4천200억 원입니다.
1년 전과 비교해서 매출은 소폭 줄었고, 영업이익은 반토막 났습니다.
철강과 배터리소재 사업 모두 부진하다 보니, 장인회 회장, 신규 투자에 더 신중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앞서 올해 초 장인화 호가 출범하면서 계열사 사장단 첫인사로 포스코퓨처엠의 수장도 교체된 바 있습니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와 유병옥 그룹 친환경미래소재 총괄이 자리를 맞바꾼 것인데요, 그룹 배터리 소재 사업의 성장과 위기 탈출이라는 특명을 받은 셈인데, 업황 악화에 위기가 이어지는 모습입니다.
특히 배터리 소재 사업의 경우, 신규 투자가 더욱 많이 필요한 만큼 고민은 더욱 깊어질 전망입니다.
[앵커]
신성우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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