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유예 요구, 널뛰는 모평…정시 불안감에 수시 몰리나
연세대 등 오늘 마감…타 대학들 13일까지 접수
증원 없었지만 두 대학의 의대 경쟁률도 높아져
서울대 지균 등 고3만 지원 가능한 전형은 하락
상위권 N수생 다수 참여 영향…'정시 불안' 지적
[세종=뉴시스]김정현 기자 = 수시 모집을 마친 서울대 등 일부 주요 대학의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올해 입시에 상위권 'N수생'들이 대거 참여한 영향력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 증원 유예 요구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모의평가 난이도 '널뛰기'로 수험생 불안감이 커진 결과라는 목소리도 있다.
12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입시 전문가들은 전날 2025학년도 수시 모집을 마친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쟁률이 지난해 수시보다 높아진 원인에 대해 대체로 N수생의 참여가 늘어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서울대는 전년도 8.8대 1에서 9.1대 1로 지원자 수가 541명 늘었다. 서울대 수시 전형은 모든 수험생이 지원 가능한 일반전형과 학교장 추천을 받은 고3 재학생만 지원 가능한 '지역균형(지균)전형'으로 나뉜다.
올해 서울대 수시 경쟁률을 견인한 것은 주로 N수생이 참여 가능한 일반전형이었고, 지균 경쟁률은 4.91대 1로 전년(4.97대 1)보다 오히려 소폭 감소했다.
고려대는 전체 경쟁률이 20.3대 1로 전년(12.9대 1)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고, 지원자 수도 지난해 3만3501명에서 올해 5만4328명으로 2만여명 늘었다. 7년 만에 부활한 논술전형에서만 전체 64.9대 1을 기록해 경쟁률 견인에 기여했다.
그러나 N수생이 지원할 수 없는 학교추천전형(학생부교과)은 9.12대 1로 전년(10.3대 1)보다 소폭 감소했다. 학생부종합(학업우수, 계열적합) 등 다른 전형 경쟁률은 모두 올랐다.
전문가들은 두 대학은 서열이 높아 애초에 지원할 수 있는 수험생의 규모가 한정적이라고 분석한다. 또한 올해 재수, 반수생이 될 수 있는 지난해 기준 고3의 규모가 전년 대비 3만6178명 감소했던 만큼 N수생 규모 자체가 줄어들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3 전형 경쟁률은 감소했으나 N수생이 참여할 수 있는 전형의 경쟁률은 높아진 것이라 전문가들은 N수생이 견인한 결과라고 분석하는 것이다.
N수생이 늘어난 원인으로는 앞서 다수 지적됐듯 대입 사전예고제에 따른 대입 시행계획 확정 시점이 1년 지난 뒤인 올해 5월 말 확정된 '의대 증원'이 꼽힌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가 증원되면서 서울대에서 반수, N수하는 학생들이 많고, 그 자리를 연세대나 고려대 등 주요 대학에서 채우려는 것"이라며 "서울대 지균 등은 N수생이 원서를 못 쓰니 일반전형은 해 볼 만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N수생은 대체로 수시보다 정시를 선호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단순히 N수생이 입시에 많이 참여했다는 것만으로는 경쟁률 상승을 다 설명하지는 못한다.
수시는 주로 학교생활기록부, 즉 고교 내신 성적이나 비교과 활동, 면접 등으로 당락을 가르는 만큼 N수생은 대학별고사(수시 논술)이나 수능(정시) 등 자신의 노력으로 당락을 바꿔볼 수 있는 전형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그럼에도 수시 경쟁률이 높아진 것이다.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정시 전형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킬러문항' 배제 이후 2년차 수능을 앞두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실시한 두 번의 모의평가에서 6월은 어려웠고, 9월은 아직 채점 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쉽다는 평가였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상위권이든 중하위권이든 정시는 모두 다 불안한 상황"이라며 "난이도 예측도 하기 어렵고 N수생이 잔뜩 들어왔다고 하니 어떻게든 수시에서 원서를 더 낼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N수생이 늘어난 원인으로 꼽히는 의대 증원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시 모집을 코앞에 두고 여야의정협의체 구성 논의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2026학년도 입시에서 의대 증원이 없던 일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의료계는 협의체 참여를 두고 2025학년도 증원조차 유예하라고 주장한다.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2026학년도에 기회가 없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2026 의대 증원에 대한 불안감과 내년도는 어떻게 될 지 모른다고 하는 생각과 2025 입시도 건들지 모른다는 생각도 불안감을 높이는 원인"이라며 "의대 지역인재 선발전형에 반드시 합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수험생들이 서울대나 고려대를 한 번 지원해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강화' 정책이 작동하면서 N수생의 참여가 보다 쉬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지환 서울중등진학지도연구회 교사(서울 배재고)는 "서울대 경쟁률 상승은 재수생이 많이 들어왔기 때문인데, 자기소개서 등의 요소가 폐지돼 앞서 학종으로 붙었던 학생들도 연쇄 이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서울 주요 대학 모두 수시 경쟁률이 높아질지는 아직 지켜봐야 할 일이다. 이날 오후 연세대, 건국대, 이화여대 등 일부 주요 대학이 모집을 마치고, 오는 13일 대부분 대학이 원서 접수를 마칠 예정이다.
임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의 최종 피해자는 지방대가 될 것"이라며 "점수(합격선) 낮아진다고 하고 글로컬대학과 같은 정부 정책은 무엇인지도 몰라 수험생들은 '뭐 하러 가느냐' 생각하는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obag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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