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응급실 뺑뺑이 사망에 “가짜뉴스, 어디서 죽어나가냐”

박하얀·이유진·이보라·신주영·박용하 기자 2024. 9. 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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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의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국회 대정부질문 나흘째인 12일 야당은 정부를 상대로 의료공백 사태 해법과 대일 외교 문제 등을 집중 추궁했다. 정부 책임론을 두고 한덕수 국무총리와 야당 의원들 간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의혹을 두고도 여야가 맞붙었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교육·사회·문화 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보건의료 재난’에 대해 국민들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한 총리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하는 데 협조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야당 의원석에서는 “국민들이 죽어나가고 있다”라는 고성이 터져 나왔고, 한 총리는 “가짜뉴스다. 어디서 죽어나가나.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며 맞받았다. 한 총리는 “그것은 의사 선생님과 간호사들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했고, 야당에선 “오늘도 죽어나갔다”고 외쳤다.

한 총리는 이후 “응급실에서 죽어나간다고 하는 표현은 ‘응급실에서 24시간 헌신하고 있는 전문의, PA 간호사, 기사 등을 얼마나 서운하게 할까’ 그런 생각의 표현이었다”고 부연했다. 한 총리는 김윤 민주당 의원이 권역센터 중증 응급환자의 전원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상승한 수치 등을 제시하자 “(응급실 뺑뺑이 문제가) 더 심해질 가능성이 있다. 똑같다면 그건 거짓말”이라며 한발 물러서는 듯 했으나, 대국민 사과를 할 의향은 없다고 재확인했다.

한 총리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2025년 의대 증원 유예,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책임자 문책을 건의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지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왜 자꾸 (경질하라고 하느냐)”라며 “문제에 있어서는 본인들이 다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 공백 사태와 관련해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지 않는지” 묻는 백 의원의 질문에 “정부 책임이 있다”면서도 “첫 번째는 (전공의에게) 책임이 있다”고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가 12일 국회 본회의 교육·사회·문화 분야의 대정부질문에서 민주당 의원들과 설전을 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부가 밀어붙인 ‘2000명 증원안’ 추계의 합리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남 의원이 “2000명 (증원)은 22대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숫자 아니냐”라고 묻자, 한 총리는 “정치적으로 표를 얻기 위해 한 것이 절대로 아니다”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정부는 1만명 정도를 2035년까지 양성하자고 정했다. 10년이 걸리기 때문에 내년도부터 한 2000명을 키워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한 모든 투자·시설 계획 같은 걸 만들자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일 굴욕외교’ 의혹에 대한 공세도 이어졌다.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야권의 문제제기를 대통령실이 ‘괴담 선동’이라 지칭한 점을 문제삼자, 한 총리는 “정말 괴담에 가깝다”고 일축했다. 김준혁 민주당 의원은 “일본내각 관방 홈페이지 첫 화면에 독도가 자기네 땅이라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총리는 “이 문제에 대해선 조금도 양보할 수 없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면서도 “지금 독도를 우리가 실효적으로, 역사적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적인 (문제로) 쟁점화하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뉴라이트 역사교과서’ 논란도 소환됐다. 김 의원은 해당 교과서에 담긴 ‘소중화’ 표현을 두고 “철저하게 ‘조선시대 때부터 우리가 타율성, 비자주성이 있었기 때문에 일본이 우리를 침략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는 뉴라이트사가 낸 핵심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과서가 “(한반도) 침략 지역”을 “진출 지역”이라고 표기하는 등 일본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한 총리는 “우리나라 교과서를 말씀하고 계시는 것이냐”고 되물었고, 김 의원은 “뉴라이트 학자들이 쓴 한국학력평가원 교과서에 이 내용이 있다”며 검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국민의힘 조정훈 의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야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의 ‘전주’인 투자자가 이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자, 이 사건 ‘전주’로 가담한 의혹을 받는 김건희 여사의 책임론을 부각했다.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김 여사에 대한 유죄 판결 가능성을 묻는 백 의원 질문에 “수사하는 사람들이 정보와 법리에 따라 결론내릴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밝혔다.

정부는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책임론을 피하려는 모습도 보였다. 한 총리는 사태가 발생한 원인을 묻는 남 의원 질의에 “정부가 잘못했다는 답변을 듣고 싶으신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아니라고 본다.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의 발달이 좀 비정상적으로 된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당은 이날 정부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야당의 특검 추천권을 문제삼았다. 박 장관은 “고발한 사람이 수사할 사람을 선택하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고, 객관성과 중립성에도 문제가 있다”며 “대통령에게 실질적인 임명권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삼권분립 침해라는 위헌성이 항상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재명표 정책’을 겨눈 비판도 나왔다. 조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체불임금 문제에 관해 질의하며 “국회에서는 ‘(민생회복지원금) 25만원을, 아무것도 일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막 주자’ 이러고 있는 판에 이분들(임금체불 피해자)은 정상적으로 다 일한 거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김 장관이 이날 본회의 개의 후 연단에 서 인사하자 야당 의원석에선 항의가 쏟아졌다.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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