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배달왕’ 오토바이 탄 채 돌연사···“하루 16시간 배달”

박은하 기자 2024. 9. 12.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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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 저장성 항저우시 위항구의 주택가 자전거·오토바이 전용도로에 세워진 전동 오토바이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된 위안모씨(55) 주변으로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중국 온라인. 시민 목격자 촬영 사진.

중국 항저우에서 하루 16시간 넘게 일하며 ‘배달왕’이라고 불리던 55세 배달 노동자가 오토바이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2일 홍콩 성도일보와 중국 계면신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새벽 저장성 항저우시 위항구의 주택가 자전거·오토바이 전용도로에 세워진 전동 오토바이 위에서 위안모씨(55)가 숨진 채 발견됐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그는 지난 5일 오후 9시쯤 주문을 처리한 뒤 오토바이에 누워 휴식을 취했다. 이튿날 오전 1시쯤 그가 일어나지 않고 흔들어 깨워도 반응이 없자 행인들이 경찰에 신고했다. 오전 3시쯤 구급차가 와서 위안씨가 사망했다고 판정했다.

경찰과 위항구 당국은 10일 위안씨의 죽음에 타살 등 범죄 혐의점이 없으며 유족들이 플랫폼, 보험사 등과 협의해 장례를 치렀다고 전했다. 고인의 사생활 등을 고려해 추가 정보는 밝히지 않았지만 중국 매체들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계정을 운영하는 시민기자들이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위안씨가 죽기 직전까지 장시간 노동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계면신문에 따르면 지역의 동료 배달 노동자 후모씨는 “이 형은 동네에서 유명한 ‘배달왕’이다. 하루에 서너시간만 잔다. 500위안(약 9만4000원)을 벌어야 퇴근하고 비 오는 날에는 700위안(약 13만1700원)을 벌고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사망 당일) 평소처럼 길에서 쉬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경찰통제선이 쳐진 것을 보면서 (그가)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상업지구 대형 약국에서 일하는 장모씨는 계면신문에 “그는 하루 16시간 일한다. 오전 5~9시 일하고 2시간 쉬고, 낮 12시~오후 2시, 오후 5~10시, 밤 12시부터 오전 2시까지 일하고 집에 가서 잠을 자고, 다시 오전 5시에 일하러 나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에는 사고를 당해 다리가 부러졌다. 이달 세상을 떠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장씨는 위안씨가 후베이성 출신이며 항저우의 축구 학교에 다니는 차남 교육을 위해 이사 와서 아들과 함께 살고 있다고 전했다. 아내는 결혼한 장남의 집에 살면서 손자를 돌본다고 전해졌다. 위안씨는 시간을 아껴 더 많은 배달을 처리하기 위해 종종 오토바이 위에서 자며 “너무 열심히 일하지 말라”는 말에 “익숙하다”고 대답한다고 장씨가 전했다.

지역의 또 다른 배달 노동자는 “그는 종종 체크무늬 셔츠를 입고 주문을 처리하며, 깨끗하게 보이고 돈을 벌기 위해 노력했다”며 “슬프다. 모두가 몸을 돌보면서 돈을 벌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계면신문이 전했다.

베이징의 한 백화점 카페에서 지난 8월 전자상거래 플랫폼 메이퇀의 배달원이 엎드려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중국의 플랫폼 노동자 수는 약 2억명으로 추정된다. 배달 노동자만 1200만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제조업 구조조정과 코로나19로 실업자가 급격하게 늘어난 가운데 플랫폼 노동은 구직자들을 흡수하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낮은 배달 수수료와 장시간 노동, 안전 등이 문제로 떠올랐다.

플랫폼 노동 시장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항저우에서는 위안씨가 사망한 다음날 최대 배달 플랫폼인 메이퇀이 45세 이상의 배달원들에게 주문을 맡기지 않는다는 소문이 퍼지기도 했다. 기존 메이퇀 배달원 조건은 18~60세이다. 메이퇀은 거짓 소문이라고 일축했지만 배달 노동자 사이 널리 퍼진 불안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공산당은 배달 노동자 당 지부를 만들고 당원을 발굴해 처우 개선을 도모하는 한편 배달 노동자들의 움직임 등을 관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전국 1위’ 배달기사 전윤배씨 교통사고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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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은하의 베이징 리포트] 1위안 월병 대소동
     https://www.khan.co.kr/world/china/article/202409031848001

베이징 | 박은하 특파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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