펩트론·인벤티지랩, 대규모 자금조달에도 주가 회복한 까닭
주가 악재 인식 방식에도 상승세 유지…여전한 기대감 속 '선제적 투자' 인식 배경
펩트론과 인벤티지랩이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섰다는 이유로 한때 주가가 급락했지만, 최근 다시 주가가 회복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두 회사는 약물 장기지속형 기술을 기반으로 글로벌 비만치료제 개발사와 기술수출을 추진 중이다. 이번 자금 조달이 향후 계약이 성사됐을 때 필요한 투자를 위한 것으로 시장이 받아 들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12일 업게에 따르면 최근 펩트론은 최근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1200억원을, 인벤티지랩은 CB발행을 통해 390억원을 조달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매출 합계 40억원 수준인 양사가 적게는 수백억에서 1000억원이 넘는 자금 조달을 단행한다는 점에서 큰 폭의 주가 하락이 우려됐지만, 실제 주가는 고점을 유지하거나 오히려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펩트론은 지난달 16일 12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운영자금 550억원, 시설자금 650억원 마련이 목적이다. 유증 규모 자체에도 눈길이 쏠렸지만, 외부 투자 유치가 아닌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한 증자라는 점에서 주가하락의 우려를 샀다.
실제로 다음날 회사 주가는 12.4% 급락한 뒤 하락세를 지속하며 이달 초까지 약 3주새 40% 가까이 낮아졌다. 하지만 최근 4거래일 연속 하루 평균 6% 이상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 유증 발표 직전 수준(8월16일 5만8000원)까지 회복한 상태다.
인벤티지랩은 지난 11일 장 마감 이후 390억원 규모의 CB 발행을 공시했다. CB는 기업 입장에선 적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주주 입장에선 주식 가치 희석에 따른 주가 하락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재무 여력이 충분치 않은 기업들이 선택하는 방식이라는 점도 부정적 요인이다. 하지만 이날 인벤티지랩 주가는 전일 대비 5.52% 상승한 채 장을 마감했다.
양사 주가 악재로 여겨지는 대규모 자금 조달에도 상승세를 지속한 배경은 비만치료제 관련 기술수출 가능성이다. 양사는 향후 비만치료제 핵심 경쟁력으로 꼽히는 '장기지속형' 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현재 시장을 장악한 노보노디스크 '위고비'와 일라이릴리 '젭바운드' 등은 주 1회가 투약 주기다. 이에 현재 업계 최대 목표는 보다 체내 지속 시간이 긴 월 1회 제형 개발이다. 획기적인 투약 편의성 제고로 치열한 시장 경쟁 내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펩트론과 인벤티지랩은 독자 장기지속형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펩트론은 체내에서 분해되는 구슬에 약물을 담아 일정한 농도로 서서히 퍼지게 하는 '스마트데포' 플랫폼과 해당 기술 기반의 당뇨·비만치료제 후보물질 'PT403·404'을 보유하고 있다. 인벤티지랩 역시 초기 약물 과방출을 방지하고 균일한 품질을 유지하는데 특화된 'IVL-DrugFluidic' 플랫폼과 이를 기반으로 한 다수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펩트론은 시장 내 노보노디스크, 일라이릴리로 알려진 글로벌 제약사와 관련 기술이전을 위한 물질이전계약(MTA)을 체결한 상태다. 인벤티지랩 역시 유한양행과 위고비 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 1개월 제형 주사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독자 권리를 보유한 기술수출 역시 잠재적 글로벌 파트너와 논의 중이다.
양사 주가는 해당 경쟁력과 기대감을 기반으로 올해 꾸준히 상승해 왔다. 펩트론은 지난 2월 2만원 수준에서 7월 8만원을 넘어섰고, 4월 1만원 미만이던 인벤티지랩 주가 역시 이날 2만원을 돌파했다.
이번 자금 조달을 선제적 투자로 받아들인 시선도 상승 동력이 됐다. 실제로 펩트론은 조달 자금 1200억원 중 절반 이상인 650억원을 장기지속형 의약품 신규 생산 시설에 투입한다. 이를 통해 생산 능력을 현재의 10배 수준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펩트론의 생산시설 가동율이 53.6%였던 만큼, 미래 수요 선제적 대응을 위한 자금 조달이라는 점에서 기대감이 우려를 넘어서는 중이다.
최호일 펩트론 대표는 "해외 생산 기술이전을 위해 검증된 대규모 생산 시설 확보가 필요하다"며 "회사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제약사 높은 관심에 따른 임상약 수요 등에 빠른 대처를 위해서도 신공장 건립은 지금이 적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인벤티지랩도 390억원 중 150억원을 자체 우수의약품품질관리기준(GMP) 시설 구축에 투입한다. 이 회사의 IVL-DrugFluidic 플랫폼 관련 파이프라인은 위더스제약과 생산협력을 체결해, 인벤티지랩 전용 장비를 위더스제약의 GMP 사이트에 설치해 생산하는 구조다. 회사가 IVL-DrugFluidic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10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을 보유 중인 데다, 최근 비만 치료제 기술수출 수요 등에 대응하기 위한 자체 GMP 시설 필요성이 높아진 만큼 투자 적기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인벤티지랩 관계자는 "비만치료제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물질의 감량 효과도 상향 평준화 됐고, 추가 차별화를 위해 장기지속형 기술이 주목받으며 최근 다양한 기업들의 연락을 받고 있다"며 "이밖에 회사 파이프라인이 다양해 많은 제제들을 다뤄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론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는 것이 장기적 사업성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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