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일부 긍정적 반응, 대화 물꼬 트이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대위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박민규 선임기자

정치권에서 제안한 ‘여·야·의·정 협의체’에 대해 의료계 일부에서도 일단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여야는 의료계와 공식·비공식 자리를 가지면서 요구사항을 청취하고 있다. 다만 의료계에서도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나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이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보이고, 여야도 협의체 구성 방식에 이견을 있어 실제 협의체가 출범하기까지는 많은 조율이 필요해 보인다.

서울 의대 비대위-민주당 간담회, “전공의들 희망 가질 수 있는 상황 돼야”

12일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의료대란대책특위)는 서울 의대·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간담회를 가졌다. 의료대란대책특위에서 협의체 구성과 관련해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려달라고 요청해 마련된 자리다. 강희경 비대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서울 의대 비대위가 의료계 대표는 아니지만, 당장 의료대란이 해소되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이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 돼야 한다”고 했다. 강 위원장은 “의료계가 협의체로 나와야 (의·정갈등) 사태가 해결될 것처럼 하지만 정부 입장이 바뀔 준비가 돼 있어야 사태가 해결될 것”이라며 “오늘 논의가 현실적이고 효과적인 방안을 마련할 첫 걸음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서는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려면 정부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신뢰’가 우선돼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하게 오고갔다. 박주민 의료대란대책특위 위원장은 “(여야와 정부간에) 입장이 정리된 것이냐, 믿을 수 있는 것이냐 문제 제기가 나왔다”며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국민의힘의 정리된 입장이나 정부의 전향적 태도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전했다. 박 위원장은 “협의체에는 의료공백을 해결하고 의료대란을 정상화할 수 있는 단체들이 들어와야 한다”며 “비공식적으로 의료단체들을 많이 만나서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부 단체들 “대화 시도 환영, 정부가 의료계에 신뢰 줘야”

의료계 일부 단체들은 협의체를 통해 대화가 재개되는 것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와 상급종합병원협의회 등은 협의체 참여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는 이날 상임이사회를 열고 협의체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다. 대한수련병원협의회 관계자는 “일단은 전공의 선생님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그게 힘들더라도 어떻게든 대화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사회에서 논의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이진우 대한의학회장은 “여당과 정부가 합리적인 단일안을 내놓고 의료계에 신뢰를 주는 것이 먼저지 지금 어떤 단체가 들어가고 어떤 의제를 논의하는지를 이야기할 때는 아니라고 본다”면서도 “대화 시도 자체는 환영한다”고 말했다.

의협·대전협은 참여 미온적, 여·야 출범방식 두고 이견

다만 의료계 내에서 가장 큰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대한의사협회(의협)와 사태 해결의 키를 쥐고 있는 전공의·의대생 단체들은 아직까지 참여에 대해서 부정적이거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의협 임현택 회장은 지난 1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여야, 정부, 대통령실이 다 다른 목소리를 내는 상황에서 협의체에 들어갈 의사가 전혀 없다”고 적었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가 없음을 알린다”며 선을 그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박단 대전협 회장은 지난 10일 SNS를 통해 “(전공의 및 의대생 단체 대표들이) 그 어떤 테이블에서도 임현택 회장과 같이 앉을 생각이 없다”고도 했다.

이혜인 기자 hyein@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