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AFC에 10월 홈구장 변경 가능성 통보…25일 최종 결정
(서울=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놓고 축구 대표팀 선수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가운데 대한축구협회가 아시아축구연맹(AFC)에 10월 15일 예정된 이라크와의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 4차전 홈 경기장의 변경 가능성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12일 "최근 AFC에 다음 달 예정된 이라크와의 북중미 월드컵 예선 홈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다른 경기장으로 옮길 수 있다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라며 "서울시설공단에서는 잔디 보수를 위해 특단의 대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내린 조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달 마지막 주에 이라크축구협회에서 실사단이 방한할 예정"이라며 "늦어도 25일까지는 AFC에 이라크전 경기장을 통보해야 한다. 그때까지 서울월드컵경기장 잔디 상태를 예측할 수 없는 만큼 대체 경기장을 알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좋지 않은 잔디 상태는 이미 오래전부터 대표팀은 물론 K리그 선수들로부터 아쉬움의 대상이 돼 왔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관리하는 서울시설공단은 그동안 여러 차례 잔디 보수 공사를 벌였지만, 여전히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시설공단은 축구 경기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행사에도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대관하면서 잔디 관리에 애를 먹었고, 이 때문에 잔디 상태가 제일 중요한 축구 선수들의 불만은 쌓여가고 있다.
특히 지난 5일 팔레스타인과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1차전에서 0-0으로 비긴 뒤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은 "기술 좋은 선수들이 많은데 볼 컨트롤이나 드리블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빠른 템포의 경기를 못 한 것이 팬들에게도 아쉬우셨을 것"이라며 "홈에서 할 때 개선이 됐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오는 21∼22일 인기가수 아이유의 대형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이번 공연에는 이틀 동안 10만명의 관객이 모일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아이유 측도 잔디 보호에 최대한 신경을 쓰겠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축구 팬은 서울시에 콘서트를 취소해달라는 민원까지 넣기도 했다.
여기에 이달 29일에는 FC서울과 수원FC의 K리그1 경기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야 한다.
결국 10월 15일 A매치를 앞두고 서울시설공단이 잔디 보수에 나설 수 있는 시간은 보름 정도뿐이다.
잔디를 전부 교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일부 상태가 나쁜 잔디만 보수한다고 해도 제대로 뿌리를 내리기에는 시간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자칫 기존 잔디와 새로 심은 잔디의 상태가 균일하지 않으면 오히려 경기력에 좋지 않을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게 축구협회의 걱정이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잔디 관리는 전적으로 서울시설공단의 책임이지만 오히려 거액의 대관료를 내고 이용하는 사용자들끼리 신경전을 벌이는 안타까운 상황이 벌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이 때문에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 홈 경기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르기로 한 축구협회는 어쩔 수 없이 대체 경기장 찾기에 나서게 됐다.
다만 축구협회는 AFC 규정상 '국제공항에서 이동 거리 2시간 이내, 150㎞ 이내' 스타디움에서 경기를 치러야 하는 제약 때문에 대체 경기장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더군다나 수원월드컵경기장은 잔디 보수 공사로 사용할 수 없고, 인천 문학경기장은 그동안 쓰지 않아 대대적인 시설물 개보수가 필요한 데다 고양종합운동장은 10월 12∼13일 아이돌 그룹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어 역시 경기를 치를 수 없다.
축구협회는 용인 미르스타디움, 천안종합운동장, 안산 와스타디움 등 인천공항에서 접근할 수 있는 경기장 실사에 나섰지만 주변에 선수들이 묵어야 할 호텔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고, 일부 경기장은 훈련장이 인조 잔디라는 게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대형 콘서트가 끝나고 시설물이 치워지는 23일쯤이면 서울월드컵경기장의 사용 여부가 판가름 날 수 있을 것"이라며 "A매치를 치를 수 없을 상태로 판단되면 경기장을 옮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horn9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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