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 환자 폭증할텐데..의료현장 '초비상'

이지현 2024. 9. 12.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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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증환자 상급 응급실 가면 자부담↑..환자 ‘뚝’
‘빅5’ 추석연휴도 평일처럼 진료…"경증환자는 No"
의료진 확보 못 한 지방 응급실 ‘빨간불’ 여전

[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전국에서 ‘응급실 뺑뺑이’ 사례가 끊이지 않으며 이번 추석연휴 응급실 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한시적 수가 인상에 인력지원책 등 응급실 대책을 쏟아냈지만 한번 싹튼 불안감은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국가보훈부가 추석 연휴 전후인 11일부터 25일까지 전국 6개 보훈병원의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하고 구급 차량을 상시 대기시킨다고 발표한 가운데 11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보훈공단 중앙보훈병원에서 환자 및 보호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번 추석 연휴 기간에 문 여는 당직 병·의원이 잠정적으로 일 평균 8000개소로 예상된다. 지난 9일 7931개소였던 것이 추가 신청 병·의원이 늘며 8000개소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는 지난 설연휴 때보다 2배 이상 많은 규모다. 전국 150여개의 분만병원도 문을 연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연휴에도 평소처럼 응급실을 24시간 운영한다”며 “다만 경증환자는 안본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은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대병원 등과 같은 ‘빅5’ 병원 대부분 비슷하다.

‘빅5’ 병원 한 관계자는 “사실 정부가 지난달 말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도구) 4~5에 해당하는 경증환자와 비응급환자가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역응급의료센터를 이용할 경우 외래진료 본인부담분을 현행 50~60%에서 90%까지 올리겠다고 한 이후 응급실을 찾는 비응급환자가 줄었다”며 “예상보다 의료진의 업무량이 크게 늘지 않은 편이지만 연휴 땐 상황을 봐야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문제는 지방이다. 11일 기준 응급실 문을 24시간 열지 않은 병원 중 이대목동병원을 제외한 3곳(세종충남대병원, 건국대충주병원, 강원대병원)이 모두 지방일 정도로 지방에서는 의료진 확보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 병원 한 관계자는 “추석이 고비지만, 추석 이후에도 상황이 개선될 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정부는 의료진 지원을 위해 추석연휴 문을 여는 병·의원, 약국에 대해, 진찰료·조제료 수가의 공휴일 가산을 기존 30%에서 50% 수준으로 한시적으로 인상해 진료비 3000원, 조제료 1000원을 정액으로 추가 지원한다. 권역응급의료센터 전문의 진찰료를 평소의 3.5배로 인상한다. 신속한 입원·전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응급실 진료 후 수술, 처치, 마취 등 행위에 대한 수가 또한 인상한다.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가 충분한 인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인력 이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응급의료센터에 신규 채용 인건비 37억원을 지원한다. 군의관, 의사, 진료지원 간호사 등의 대체인력도 최대한 투입할 계획이다.

각 지역의 응급의료체계 유지 및 관리를 위해 단체장 책임하에 ‘비상의료관리상황반’을 설치·운영하고 전국 409개 응급실에 1대 1 전담 책임관을 지정해 문제 발생 시 즉시 조치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병원 간 신속한 이송·전원이 가능하도록 지역 내 협력체계를 가동한다. 중증·응급환자는 권역, 거점지역센터에서 우선 수용하고, 경증·비응급환자는 중소병원 응급실이나 가까운 문 여는 병·의원에서 치료하여 응급실 쏠림현상을 최소화한다.

추석 연휴 기간 의료기관을 이용하고자 한다면 119, 129로 전화하거나 ‘응급의료포털’ 누리집, ‘응급의료정보제공’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이용 가능한 의료기관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주요 포털의 지도에서도 명절 기간 문을 연 의료기관을 쉽게 검색할 수 있다.

하지만 시민들은 병원에 갔다가 제대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를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며 고향방문도 최소화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세종에 사는 이주연(47)씨는 “혹시 누가 다치거나 아프기라도 하면 병원에서 치료받기 어려울까 봐 혼자서 고향에 다녀올 계획”이라며 “음식을 많이 해 먹고 탈이나는 것도 겁이 나고 코로나19도 아직 사라지지 않아 부모님 감염도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서울에 사는 한상길(45)씨 또한 “아플 때 치료받지 못하는 상황이 나에게도 닥칠까 봐 겁이 난다”며 “이번 연휴가 길지만 먹는 것도 이동도 최소화해서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ljh423@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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