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 드라이브···의료계 불참, 야당은 반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추석 전 여·야·의·정 협의체 출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의료계 단체들이 참여에 부정적이고, 야당도 대표적인 의료계 단체가 빠진 ‘식물협의체’는 의미 없다는 입장이어서 현실화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 원내지도부도 2025년 의대 정원도 재논의할 수 있다는 한 대표의 입장에 비판적이다.
한 대표는 12일 국회에서 의료대란 관련 당정협의회를 직접 주재했다. 그는 “의사는 정부의 적이 아니다”라며 “일부 관계자들의 다소 상처를 주는 발언이 있었는데 여당 대표로서 그런 일이 있었던 것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관계자’는 의사를 비하하는 ‘의새’ 발음 논란에 휘말렸고, 라디오 방송에서 “환자 본인이 전화할 수 있으면 경증”이라고 말한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 등을 지목한 것으로 해석됐다.
한 대표는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적인 대응에 신중해 줄 것을 다시 한번 요청한다”면서 “‘의사 블랙리스트’ 논란 같은 것으로 대화의 시작에 방해가 있는 것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을 앞에 두고 정부가 의사들을 자극하지 말 것을 주문한 것이다.
한 대표는 “참여하는 의료계와 함께 일단 출발하고”라며 여·야·의·정 협의체가 “추석 전에 출범해야 한다”고 거듭 밝혔다. 김상훈 정책위의장도 “추석 당일까지를 목표로 잡고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이날 전국 40개 의대 학장 단체인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를 만나 협의체 참여를 요청했다.
그러나 의료계 단체들은 다수가 참여에 부정적이다.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입장문을 내 “김상훈 의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가) 협의체 참여 의사가 있다고 하였으나 현재까지 참여 여부에 대해 논의하거나 결정한 바 없다”고 밝혔다. 전공의와 의대·의전원 학생 단체도 물밑 접촉만 있을 뿐 참석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의사협회도 2025년 증원을 취소하고 2027년 증원부터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부 의료계 단체만 참여한 출범에 반대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명실상부한 의료계 대표의 참여가 없는 식물 협의체 발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일단 야당을 끌어들여서 ‘중재자 한동훈’을 명절 밥상에 올려놓고 싶은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무엇보다 전공의가 큰 문제”라며 “전공의 단체가 들어오는 것이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여당에서도 한 대표의 협의체 출범 드라이브에 불편한 반응이 나온다. 특히 한 대표가 최근 2025년 의대 정원에 대해 “논의하면 될 문제”라고 열어두는 것을 비판적으로 본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논의 참여자들이 정말 2025년 정원도 원점으로 돌릴 수 있다고 잘못 판단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당정협의회에서도 2025년 의대 정원 논의를 열어두면 안된다는 한 총리와 그러면 지금의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느냐는 한 대표의 이견이 노출된 것으로 전해졌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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