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가격 산정방식에 ‘시장변동률’ 반영… 시세 12억 아파트 8.67억→8.43억원으로
부작용 컸던 현실화 방안은 폐지 추진
‘시세반영률’ 대신 ‘시장변동률’ 적용
국토교통부가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면서 시장변동률을 반영한 ‘합리화 방안’을 내놨다. 시장 변화를 충실하게 반영하기 위해 산정방식을 변경한 것이다. 현실화 계획에 따라 시세 9억원, 12억원 아파트의 공시가격은 올해 4.52% 오를 예정이었지만, 합리화 방안에 따라 1.52% 증가하는데 그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 12일 부동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폐지 추진에 따라 공시가격 산정방식 개선과 균형성 제고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합리화방안은 대통령 공약 및 국정과제와 지난 3월 대통령 주재 민생토론회에 따른 현실화 계획 폐지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이행계획이다.
현실화 계획은 2020년 11월 지난 정부에서 2035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인상하는 것을 목표로 수립됐다. 시세반영률과 시세반영률 제고분을 더해 시세를 곱한 값으로 공시가격을 계산한다.
하지만 시장변화가 없어도 공시가격이 상승하도록 설계돼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켰다고 국토부는 봤다. 집값 급등기인 2021년부터 2022년에 시세반영률을 급격히 높여 공시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공시가격이 거래가격을 넘어서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고 국민의 보유세 부담도 가중됐다. 실제로 이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연평균 18% 상승했다.
국토부는 국민 인식조사를 통해 공시가격의 균형성과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은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인위적인 공시가격 인상이 아닌 공시가격의 균형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공시가격 산정체계를 개편했다고 밝혔다.
먼저 공시가격 산정방식을 매년 시세반영률 인상을 위한 현행 방식에서 시장변화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변경한다. 개선된 산정방식은 ‘공시가격=전년도 공시가격×(1+시장 변동률)’이다. 시장변동률의 경우 조사자가 시장 증거에 입각해 부동산 각각의 시장 변동률을 판단한다. 비교 시장가격과 해당 가격 활용사유, 정량적인 공시가격 산식 등을 시장 증거로 활용한다. 균형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인정한 부동산에 대해서는 균형성 제고분을 추가 반영하기로 했다.
변경된 산정방식에 따라 2025년 공시가격을 가정해 계산해보면, 2024년 공동주택 변동률 1.52%를 그대로 대입했을 때 시세 9억원과 12억원 사이에 있는 공동주택 공시가격 변동폭이 가장 클 것으로 보인다. 현실화계획에 따르면 각각 공동주택의 공시가격은 4.52% 증가한 6억5000만원과 8억6700만원으로 책정될 예정이었지만, 합리화방안에 따라 1.52%만 증가한다면 6억3200만원, 8억4300만원에 그치게 된다.
시세 6억원 공동주택은 3.72% 증가한 4억2300만원에서 4억1400만원으로 줄어든다. 시세 15억원과 20억원 공동주택은 4.42% 증가한 11억7900만원, 15억7200만원에서 1.52%만 증가해 11억4600만원, 15억2800만원으로 공시가격이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산정방식 변경을 두고 시장 정상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종전 로드맵보다 실거래가 반영 속도가 다소 둔화할 것으로 보이고 급격한 보유세 부담 문제는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서울과 수도권 등 실거래가격 및 감정평가 금액이 오르는 지역은 공시가격 인상폭이 조금 높게 나올 가능성도 있고 지역별 공시가격의 양극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시장정상화에는 긍정적이지만 이것 하나만으로 시장거래가 활성화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며 “최근 이슈인 가계대출 규제만 하더라도 시장거래에 당장 미치는 영향이 더 가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토부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균형성 평가기준을 활용해 공시가격 균형성이 크게 저하된 지역과 부동산을 선별해 개선하기로 했다. 지자체가 조사자의 공시가격을 평가하고, 균형성 평가 기준에 미달하는 곳은 심층검토지역으로 선정한다. 균형성이 낮은 부동산의 공시가격은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 심의를 통해 재산정을 요구할 계획이다. 요구된 재산정안은 외부 전문가가 최종 검수한다.
국토부는 새로운 방식에 따른 공시가격 산정체계가 도입될 수 있도록 ‘부동산 공시법’ 개정안을 즉시 발의할 계획이다. 진현환 국토부 제1차관은 “내년부터 국민 인식에 기반하여 공시제도가 보다 합리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공시가격 산정체계 개편이 필요하며, 조속한 시일 내에 법이 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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