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참사 위로금 지원하자’던 충북도의회, 관련 조례 부결…유족·시민단체 “황당”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사망자 유족에게 위로금을 지급하는 조례안을 발의하기 위해 서명까지 했던 충북도의회 의원들이 정작 해당 조례안을 상임위원회에서 부결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조례는 국민의힘이 발의했는데 도의회와 해당 상임위는 국민의힘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12일 충북도의회와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와 등에 따르면 도의회 건설환경소방위원회는 지난 11일 420회 임시회 2차 본회의에 앞서 회의를 열고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지원 조례안’을 부결했다.
2017년 발생한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 사망자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원하는 것이 조례안의 주 내용이다. 앞서 2017년 12월 21일 제천 하소동 ‘노블휘트니스앤스파’ 건물 1층 주차장 천장에서 불이나 2층 목욕탕에 있던 여성 18명이 숨지는 등 29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다쳤다.
앞서 충북도는 제천 화재 참사 이듬해인 2018년 유족들에게 위로금을 지급하기 위한 조례를 만들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유족들이 충북도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하면서 백지화됐다. 소송은 유족들의 패소로 끝이 났다.
제천 참사 유족들에게 위로금 지급이 다시 논의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월 김영환 충북지사가 유가족 대표와 만나 ‘제천 복합건물화재 유족지원 협약’을 체결하면서부터다.
충북도의회도 김 지사를 도와 조례 제정 논의에 나섰다. 국민의힘 소속 김호경 충북도의원(제천2)이 해당 조례 제정을 위한 대표 발의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충북도의회 의원 35명 중 절반이 넘는 22명의 의원이 조례 발의 취지에 동감한다며 서명했다. 서명에는 도의회 건소위 의원 7명 중 6명도 참여했다.
그런데 본의회 상정을 앞두고 건소위 의원 일부가 다른 참사 사고와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 입장을 냈고 결국 논의 끝에 표결이 진행돼 조례안은 부결됐다.
표결 당시 찬성이 3표 나머지는 반대 2표, 기권 2표였다. 도의회 건소위 의원 7명 중 5명이 국민의힘 소속이다.
앞서 조례안을 만들면서 위로금 지급에 대한 형평성의 문제가 제기된 바 있다. 하지만 도의회는 다른 사회적 참사 사례를 참조해 문제가 없다는 잠정 결론을 내리고 조례안 작성을 마무리했다.
실제로 인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화성시 씨랜드청소년수련의집 화재사고 사상자 보상금 지급 조례, 대구지하철화재사고피해보상에관한조례, 창녕군 화왕산억새태우기 사고피해자 보상에 관한 조례, 부산 중구 신창동 사격장건물 화재사고 사상자에 대한 보상금 지급 조례, 인천 옹진군 연평면 피격사건 사망자 위로금 등 지급에 관한 조례, 광주시 예지학원 화재사고 사상자 보상금 지원조례 등 다수 지자체가 사회적 참사 희생자 유족에 보상금 또는 위로금을 지급한 바 있다.
이번 조례 부결을 놓고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류건덕 제천 화재참사 유가족 공동대표는 12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전날 상임위에서 조례안을 부결하는 장면을 생방송으로 봤다”며 “제천 참사 피해자들을 위로하겠다며 스스로 조례를 발의한 충북도의회가 조례안을 부결하는 모습이 허탈했다”고 말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충북도의회가 나서 조례를 발의해 놓고 스스로 부결해 참사 피해자를 두 번 울렸다”며 “이번 조례안 부결 배경에 도의원 간 갈등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원 간 갈등문제가 조례 부결의 발단이라면 도의회의 존재 이유를 묻지 않을 수 없다”며 “도의회가 사회적 참사로 고통을 겪는 지역 주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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