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서울 주택시장 고점 대비 90% 회복, 고평가 단계”
“불확실성 크지만 상승세 장기간 이어지지 않을 것”
한국은행이 서울 주택 가격이 전고점의 90% 수준을 회복하며 과거 부동산 상승기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고 진단했다. 가계부채도 가파르게 상승해 소비와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은은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단기적 불확실성이 크다고 평가하면서도 추세적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은행은 12일 수도권 주택시장과 가계부채 상황을 집중 점검한 ‘2024년 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를 발간했다. 국회에 제출하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는 연 2회 작성한다.
한은은 현재 서울의 명목 주택 가격이 2021년 고점의 90% 수준을 회복했고, 서초구 등 일부 지역 아파트 가격은 전고점을 넘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소득과 임차가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등으로 평균을 낸 주택시장 위험지수가 다시 상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이 산출한 지난 7월 서울 주택시장 위험지수는 1.11포인트로 ‘고평가’ 단계다. 1.5 이상이면 ‘과열’ 단계에 들어섰다고 판단하며, 가장 고점이었던 2021년 서울의 위험지수는 1.61이었다.
특히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은 과거 확장기였던 ‘2001~2003년’ ‘2005~2008년’ ‘2015~2018년’ ‘2020~2021년’과 수급상황이나 금융여건, 거시건전성 규제 등에서 유사한 측면이 많다고 분석했다. 과거 가격 상승기에 대체로 주택건설 감소 등으로 공급부족 우려가 제기됐고 대출금리가 낮아지고 거시건전성 규제가 완화됐는데, 최근 역시 서울 등 신축 아파트 공급부족, 금리인하 기대에 따른 대출금리 하락, 규제완화, 정책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 투자’ 비중이 낮다는 점만 과거 확장기와 다른 점으로 꼽혔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토대로 서울지역 갭 투자 비중은 올해 1~2분기 30% 내외로 집계됐다. 평균 45%이던 2021년보다 낮은 수준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다시 오르고 있다. 2021년 3분기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9.3% 정점을 찍고 올해 1분기 92.1%까지 내려왔지만 2분기부터 다시 올라 4분기 92.4~92.6%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우리나라에서 주택가격 상승에 따른 경기 부양 효과는 제한적”이라며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관건은 수도권 아파트 가격 상승세가 장기화할지 여부다. 주택 가격이 안정되고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혀야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여건이 갖춰지기 때문이다.
한은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다만 내년 이후 장기적 관점에서 추세적 상승세가 이어지긴 쉽지 않다고 예상했다. 박종우 한은 부총재보는 “주택 가격이 최근 단기간 급등해 가격이 부담스러운 수준이고,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자체가 높지 않아 투기적 수요가 많진 않아 보인다”며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수도권 주택 가격의 추세적 상승세가 장기간 이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가격 상승률 자체가 높고 거래 규모도 예전보다 많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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