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급발진'…전문가들 "브레이크 밟으면 반드시 선다"

김태환 2024. 9. 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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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MA·KAIDA 공동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 개최
"급발진 상황서 두 발로 페달 함께 밟은 뒤 착각 여부 인지해야"

(왼쪽부터)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 조민제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이 12일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 참석해 기자들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차량 급발진 사고가 지속해서 발생하는 가운데 급발진 시 차량의 전자제어장치(ECU) 오류로 인한 기계적 결함이 일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급발진이 나타나더라도 브레이크를 잘 잡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고, 대부분의 대형 급발진 의혹 사고는 가속 페달을 브레이크로 착각한 '페달 오조작'이 피해를 키우는 것으로 파악된다.

가속 페달은 세로로 긴 형태이기에 두 발로 밟을수 없다. 이에 따라 급발진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는 두 발로 페달을 함께 밟아본 뒤 페달 착각 여부를 빠르게 인지해야 한다.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가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 발표를 통해 자동차 사고기록장치(EDR)의 실물을 소개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는 12일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자동차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례를 돌아보고 예방책을 논의하는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에서는 최영석 원주한라대학교 교수가 '사고기록장치(EDR)'를,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는 '브레이크 시스템'을, 박성지 대전보건대학교 교수는 '급발진 의심 사고 분석 절차'를, 조민제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 연구관은 '경찰청의 공학적 교통 사고 조사 및 사례'를 주제로 발표를 했다.

최영석 교수는 차량에 장착되는 EDR의 신뢰성과 더불어 데이터 저장과 관련한 법 개정안 등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EDR은 전 세계 수만건 이상 교통사고 분석에 활용하는 법적 신뢰성을 가진 장치"라며 "특히 EDR이 수집하는 데이터와 규격 등이 모두 법제화돼서 일개 자동차 회사가 기준과 내용을 바꾸거나 임의로 조작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EDR은 애초에 에어백이 작동하도록 만들기 위해 개발됐고, 기록을 저장하기 위한 장치는 아니었기에 수집하는 데이터의 한계가 있다"면서 "최근에는 복잡하고 정밀한 데이터도 저장되도록 법안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법상으론 EDR이 제동 페달 작동여부, 가속 페달 변위량 등 필수항목 15개와 조향핸들각도, 합성속도 최대 변화값 시간 등 선택항목 30개를 기록하고 있다. 개정안에서는 필수항목은 55개로, 선택항목은 12개로 바뀌게 된다.

기록 조건도 기존에는 가속도가 일정 수준 이상에 도달하는 경우와 에어백이 전개된 경우로 국한되지만 개정안에는 보행자나 자전거 등의 충돌 상해를 완화하기 위한 장치 작동시에도 기록하도록 한다.

최 교수는 EDR 데이터가 잘못 기록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는 "EDR은 평균적으로 20여개의 차량 제어기와 연결돼 있는데, 제어기의 고장이나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기록 자체가 아예 안 되지 잘못된 기록이 남지는 않는다"면서 "EDR은 마치 이메일 기능 중 단체메일을 보내는 것처럼 대량으로 보내는데, 기록이 잘못됐다는 얘기하는 것은 마치 단체메일 수신인 수십명 중 단 한명의 메일만 글자가 바뀌어 나가는 것이라고 얘기하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 참석해 차량 브레이크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이호근 교수는 차량의 브레이크 시스템의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급발진 상황 속에서도 브레이크를 제대로 밟는다면 차량이 반드시 멈춘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브레이크는 운전자가 밟는 페달의 힘이 유압으로 전환되고, 그 유압이 브레이크 패드에서 마찰력으로 전환돼 제동력을 내도록 하는 원리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서 '진공배력장치'가 사람이 밟는 힘보다 강하게 압력을 가하도록 돕는데, 배력장치에 고장이 나거나 시동 꺼짐 등으로 작동이 멈추면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하게 굳으며 제동력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 교수는 "브레이크 페달이 딱딱해진다는건 스로틀밸브가 활짝 열리거나 시동 꺼짐이 발생하는 등의 원인으로 마이너스 압력을 제공하는 배력장치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나타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로 밟는 힘이 남아있기에, 아무리 급발진 상황이라도 브레이크를 밟으면 최소한 가속이 되지 않거나 속도가 등속을 하며 서서히 줄어들게 된다"고 강조했다.

또 이 교수는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으면 브레이크 페달을 우선 인식하는 '브레이크 오버라이드 시스템'이 적용돼 안전성이 더욱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급발진 상황에 놓이게 될 경우 자신이 페달을 잘못 밟고 있는지 빠르게 확인을 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선 양발로 한 페달을 밟아보라고 조언한다.

가속 페달의 경우 세로로 길쭉한 형태에 한발로 밟으면 다른 한 발이 페달 위로 올라올 수 없는 구조다. 반면 브레이크는 페달이 가로로 넓적해 양발로도 충분히 밟을 수 있다.

이 교수는 "급발진 의심 상태에서 만일 가속 페달을 밟고 있었더라면, 양발로 밟으려 할때 스스로 잘못 페달을 밟음을 인지할 수 있게 된다면서 "브레이크 페달을 양발로 밟게 되면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급발진 상황에서 사람의 밟는 힘을 높여 제동력을 더해줄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성지 대전보건대학교 교수가 12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 참석해 급발진 원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태환 기자

박성지 교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16년간 2400건 이상 감정을 수행한 결과를 토대로 급발진에 대한 정의와 더불어 급발진 의혹 사고 검사 방법 등을 소개했다.

박 교수는 지난 2016년 8월 차량의 전자제어장치인 ECU 결함으로 급발진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음을 세계 최초로 증명하고 논문을 내기도 했다.

박 교수는 "ECU에 인가되는 전압이 일상에서도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12~14볼트 사이로 매우 불규칙하게 흔들었는데, 가속 페달을 일정하게 20~30% 밟는 가운데 스로틀밸브가 100%열렸다"면서 "이는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100% 밟지 않았음에도 엔진이 최대출력을 내는 효과를 가져왔으며, 전자제어 계통 결함에 의한 급발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대형 급발진 사고에 대해 '기계적 결함 + 휴먼에러'라고 정의했다.

그는 "급발진은 존재하지만 브레이크를 밟으면 차는 반드시 선다"면서 "대형 급발진 사고가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지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급발진이 나타난 상태에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밟는 등 페달 오조작으로 제동해야 하는 시점에서 가속을 하게 된 것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실제 왼발로 브레이크를 밟고 오른발로 가속 페달을 최대로 밟는 기본적인 '스톨테스트'만 진행해도 차량의 가속력보다 제동력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수 있으며, 모든 차는 이렇게 설계된다"면서 "브레이크만 제대로 밟으면 (급발진 상황에서도) 차는 결국 감속이 된다"고 지적했다.

사고 피해를 늘리는 페달 오조작을 줄이기 위해서는 급발진 현상에 대한 운전자 대처방안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12일 서울 여의도 FKI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자동차 급발진 의심 사고 설명회'에 EDR 장치 실물이 전시돼 있다. /김태환 기자

조민제 연구관은 실제 현장에서 경찰들이 교통 사고에 대해 어떻게 데이터를 검증하고 조사하는지 소개하고, 미래모빌리티 대응과 관련한 내용을 발표했다.

경찰은 교통사고가 발생하면 일선 경찰이 교통사고 현장조사시스템을 통해 조사를 진행하고, 경찰서 단위에서는 교통조사팀이 EDR 등 주행기록장치에 대한 기초분석을 한다. 시·도 경찰청 단위에서는 심화공학분석에 들어가 시뮬레이션과 블랙박스 영상 정밀분석을 하고 있다.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거나 대형사고가 나타날 경우 도로교통공단이나 국과수에서 현장조사와 차량분석, 감식 등을 진행한다.

조 연구관은 "오는 2027년까지 레벨 5 수준의 완전자율주행을 상용화하기로 했는데, 자율주행차의 경우 사고책임이 다양한데다 새로운 기술이 적용되기에 교통사고 분석에도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면서 "자율주행에 대비한 통합관제시스템 등 융합신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범부처 R&D 사업을 통해 치안 자율주행 부문 신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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