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스 지지 밝히자 33만이 움직였다…美 대선판 흔드는 스위프트 효과
유권자 등록 사이트에 약 33만 명 접속
해리스 측, 스위프트 인기 모금에 활용
트럼프 "시장서 대가 치를 것" 비난
마침내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지지를 선언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효과가 심상치 않다. 스위프트가 "이번 대선에서 해리스 부통령에게 투표하겠다"며 투표 독려에 나선 지 하루도 안 돼 유권자 등록 사이트에 30만 명 이상이 몰리는 등 벌써부터 표심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에 민주당은 발빠르게 편승에 나섰고, 공화당은 스위프트의 영향력을 애써 축소하기 시작했다.
"해리스, 토론 뒤 지지 소식 전해듣고 놀라"
스위프트는 지난해 세계 투어로만 대중문화 사상 최초로 티켓 수익 10억 달러(약 1조3,390억 원)를 돌파한 미국 여성 가수다. 그가 가는 곳마다 사회경제적으로 엄청난 파급력을 일으켜 미국에서는 그의 인기를 하나의 '현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스위프트가 누구를 지지할지는 그간 미국 사회 초미의 관심사였다. 그가 지난 대선 때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한 점 등으로 미뤄 이번에도 해리스 부통령 편에 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기는 했지만, 빨리 지지 선언을 해줬으면 하는 해리스 캠프의 바람과는 달리 긴 침묵을 이어왔다.
11일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위프트의 전날 지지 선언은 해리스 부통령 본인도 모르게 전격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매체는 "해리스 부통령이 TV 토론 후 열린 파티에서 지지자들을 맞이하려고 할 때 보좌진이 그를 따로 데려가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전했다"며 "그에게는 기분 좋은 놀라움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스위프트 팬, 가수와 자신 동일시... 이례적"
스위프트의 말은 예상대로 즉각적인 반향을 불러왔다. 그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지지 선언 글은 하루 만에 1,000만에 가까운 '좋아요'를 얻었다. 또 유권자 등록 사이트(vote.gov)에는 이날만 33만7,000여 명이 접속했다고 미국 연방조달청(GSA)이 밝혔다. 스위프트가 투표를 독려하는 뜻에서 자신의 글에 해당 사이트의 링크를 첨부한 데 따라 방문이 급증한 것이다.
미국은 유명인들이 자신의 정치 성향을 드러내고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지만, 스위프트의 파급력은 차원이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조엘 페니 몬트클레어 주립대 교수는 "스위프트의 팬들은 스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경향이 강하다"라며 "이 같은 강력한 관계는 지금 시대 대중문화에서 거의 찾을 수 없는 사례"라고 NYT에 말했다. 케이스 마이어스 버지니아공대 교수도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스위프트의 젊은 팬들은 전통적 미디어보다는 SNS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다"며 "따라서 스위프트가 SNS를 통해 정치적 사안을 언급하면 팬들은 그를 통해 뉴스를 접하게 된다"고 밝혔다.
"내 아이 줄게" 비꼰 머스크, 되레 역풍
이 같은 스위프트의 영향력을 해리스 캠프는 적극 활용할 전망이다. 해리스 캠프는 이미 전날 스위프트의 글이 올라온 직후부터 우정팔찌를 착용하는 스위프트 팬들을 겨냥해 팔찌를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하루도 안 돼 전량 품절됐다고 한다. 캠프는 또 이날 유권자들에게 '스위프트와 함께 해리스 부통령 선거운동을 지원하겠습니까?'라는 문구와 함께 25달러 기부를 권하는 이메일을 발송했다.
반면 공화당은 심란한 표정을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스위프트에 대해 "시장에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내놨고, 부통령 후보인 JD 밴스 상원의원은 "대부분의 미국인은 억만장자 유명인의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다"며 영향력을 축소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그래, 테일러. 당신이 이겼다"라며 "내가 당신한테 아이를 주겠다"고 말했다. 결혼하지 않은 여성들에게 정자를 기증해 여러 아이를 출산해 온 것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며 스위프트의 결정을 비꼰 것인데, 이 같은 성희롱성 발언이 스위프트 팬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은 전했다.
실리콘밸리= 이서희 특파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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