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불구대천’ 선언한 뉴진스…아무도 안 다치는 출구는 없다

이정국 기자 2024. 9. 12.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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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 어도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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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 멤버들이 “25일까지 민희진 전 대표를 복귀시켜달라”고 요구한 11일 긴급 유튜브 라이브 방송 뒤 후폭풍이 거세다. 12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민 전 대표의 복귀를 요구하는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28만개 넘게 올라왔다. 이날 하이브 주가는 한때 6% 넘게 빠지는 등 요동쳤다. 에스엠(SM), 와이지(YG), 제이와이피(JYP) 같은 대형 엔터테인먼트사 주가는 이날 오른 상황이어서 뉴진스가 하이브를 떠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가요계에선 사실상 뉴진스가 하이브를 떠나겠다는 선언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멤버들은 민 전 대표의 복귀 시한을 오는 25일로 못 박으면서 “하이브가 일하는 방식은 정직하지 않고 올바른 방법이 아니다” “그 사람들(하이브)이 속한 사회에 순응하거나 동조하거나 따라가고 싶지 않다”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방 회장님(방시혁 의장)과 하이브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며 방 의장을 직접 겨냥하기도 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발언 수위를 볼 때 하이브와 같이 갈 수 없다는 뜻을 내비친 것 같다”며 “뉴진스가 하이브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멤버들이 직접 나선 데는 최근 어도어와 돌고래유괴단 신우석 감독의 갈등 속에 유튜브 ‘반희수’ 채널이 비공개로 바뀐 사건에 대한 실망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희수’는 신 감독이 연출한 ‘디토’ 뮤직비디오의 자투리 영상을 모은 채널로, 뉴진스와 팬 사이 가교 구실을 했던 콘텐츠다. 멤버들은 “뉴진스와 버니즈(팬덤)의 관계성을 상징하는 작업물들을 잃을 뻔했고 더 이상 다른 것까지 잃고 싶지 않다”고 토로했다.

이날 하이브는 멤버들 방송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이재상 대표는 “원칙대로 차분하게 대응해 나가겠다”며 말을 아꼈다. 뉴진스의 최후통첩이 받기 힘든 카드라는 점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분위기다. 뉴진스 요구대로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킨다면, 부당하게 해임됐다며 소송을 고민 중인 민 전 대표 주장을 인정하는 셈이 된다. 게다가 1천억원대로 추정되는 민 전 대표의 풋옵션 권리가 담긴 주주 간 계약도 부활하게 된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에게 주주 간 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 해지의 유효성을 확인해달라는 소송까지 제기한 상태다.

하이브가 25일까지 민 전 대표를 복귀시키지 않는 쪽으로 결론을 낸다면, 뉴진스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가거나, 거액의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해지하거나, 그대로 어도어에 잔류하는 세가지 선택지 앞에 서게 된다.

11일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진행 중인 뉴진스 멤버들. 유튜브 갈무리

가요계에선 법적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가요계 한 관계자는 “하니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발언하는 등 내용을 보면 하이브 쪽과 신뢰 관계가 파탄 났다는 점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전속계약 무효를 주장하는 소송에서 회사와의 신뢰 관계 여부는 매우 중요한 쟁점”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가요계 관계자는 “수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위약금을 내고 계약을 해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지금 국내에서 그 정도를 투자할 투자자는 없다”고 했다. 설령 투자받는다 해도 기존 뉴진스 아이피(IP)를 어도어에 놓고 나와야 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이 크다.

뉴진스가 잔류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 해도 정상적인 활동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미 하이브와의 감정의 골이 깊어진데다, 멤버들이 민 전 대표와 함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뉴진스가 어떤 선택을 하든 하이브는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뉴진스가 올해 하이브 전체 영업이익의 14%를 기여할 것이란 증권가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제대로 활동을 못하게 된다면 손해는 결국 하이브 몫이 될 공산이 크다.

회사 이미지 실추도 부정적 신호다. 서정민갑 대중음악평론가는 “음악을 만드는 회사는 음악뿐 아니라 이미지도 같이 소비된다. 이번 사태로 하이브가 기존 대기업과 다르지 않은 권위적인 회사로 비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아티스트 목소리와 경영적 판단이 부딪치는 갈등 상황에서 하이브의 판단에 따라 향후 엔터업계가 아티스트보다 경영적 판단이 우위인 시스템으로 바뀔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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