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가계부채 비율 다시 상승 추세…통화정책에 집값 고려해야”
(시사저널=이주희 디지털팀 기자)
올해 2분기 이후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최근 수도권 주택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한 데 따라 가계부채 비율이 현재의 높은 수준을 이어갈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12일 한은이 발표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금리 인하의 시기·속도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고려 요인으로는 성장 흐름, 기준금리 조정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위험) 두 가지가 지목됐다. 이번 보고서 작성을 주관한 황건일 금통위원은 "금리 인하가 성장과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며 "두 목표의 상충 정도를 최소화하려면 통화정책과 재정정책, 거시건전성 규제의 적절한 조합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경제 성장 흐름의 경우, 더디게 회복되는 내수와 성장에 기준금리 조정의 파급 시차를 감안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변수로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 관련 불안이 꼽혔다.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주택가격 상승에 연계된 가계부채 비율이 이미 금융 부문을 위협하고 성장을 제약하는 수준까지 높아진 것으로 우려됐다.
한은은 두 목표 중 금융 안정과 관련한 분석 내용을 '최근 주택시장·가계부채 상황 평가 및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 담았다. 분석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주택가격이 계속 오르면서 소득, 사용 가치 등과의 괴리 폭은 다시 커지고 있다. 집값과 소득 등 경제 펀더멘탈(기초여건) 사이의 괴리가 커지면 향후 조정 과정에서 금융·경제의 변동성만 키우고, 소비를 제약하는 구조적 요인이 될 수 있다고 한은은 경고했다.
수도권 주택 가격이 상승세를 지속하는 가운데 서울 명목 주택가격은 2021년 고점의 90%를 회복했다. 서울의 주택시장 위험 지수는 7월 기준 1.11로 '고평가' 단계(0.5∼1.5)로 지난해 4분기(0.50) 고평가 단계에 진입한 뒤 계속 올라 과열 단계(1.5 이상)에 근접하는 추세다. 주택시장 위험 지수는 소득·임차 가격·전국 아파트 가격 대비 격차·GDP 대비 가계부채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해당 지역의 주택가격이 적정 수준인지 평가하는 지표다. 최근 서울 등 신축 아파트 공급 부족과 비(非)아파트 기피에 따른 수급 불균형 우려, 금리 인하 기대 등에 따른 대출 금리 하락,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 확대 등이 복합적으로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과거 네 차례의 주택가격 상승기(2001∼2003년·2005∼2008년·2015∼2018년·2020∼2021년)에서 공통으로 나타난 '주택거래량 큰 폭 증가와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상승' 현상도 지난 5월부터 관찰되고 있다. 가계부채 비율은 2021년 3분기(99.3%)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떨어져 올해 1분기 92.1%를 기록했지만 지금처럼 한 달에 5조∼6조원씩만 금융권 가계대출이 늘어날 경우 비율은 2분기부터 다시 오르기 시작해 올해 4분기 92.4∼92.6%에 이를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주택가격 상승은 이론적으로 건설투자나 부(富)의 효과 등과 함께 경기를 진작할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주택가격과 건물투자 간 연계성이 크지 않고 높은 가계부채비율 등으로 부의 효과도 제한적이라 경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수도권 주택가격과 가계부채 추이가 금융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서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주체들에 이런 정책 방향을 명확히 전달해 과도한 금리 인하 기대가 형성되지 않도록 시장 기대를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시 건전성 규제 등의 측면에서 주택공급 확대와 규제 강화 조치의 효과를 점검하고 필요 시 더 강화하는 조치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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