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강 멀어졌지만…대전 신구장 '160km 트리오' 구축, 1R급 좌완+거포 포수까지 넝쿨째 굴러왔다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의 5강이 점점 멀어지고 있다. 한때 5위에 1경기 차이로 바짝 따라붙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의 마지막 시즌이 이렇게 저물어가고 있지만 내년부터 열릴 신구장 시대를 맞아 희망이 깃들고 있다. 2025 신인 드래프트에서 ‘156km’ 강속구 투수 정우주를 비롯해 유망주들을 대거 품으면서 밝은 미래를 그렸다.
한화는 지난 11일 대전 삼성전에서 1-10 무기력한 대패를 당했다. 선발투수 하이메 바리아가 3⅔이닝 9피안타(1피홈런) 1볼넷 7탈삼진 6실점으로 일찍이 무너졌고, 타선도 5회까지 노히터로 끌려다니며 꽁꽁 막혔다. 7회말 권광민의 솔로 홈런으로 무득점 패배를 면하는 데 만족했다.
최근 4연패 포함 6경기에서 1승5패로 페이스가 완전히 꺾인 한화는 롯데에 7위 자리를 넘겨주며 8위로 떨어졌다. 5위 두산과 격차도 3.5경기로 벌어졌다. 남은 14경기에서 이 격차를 뒤집기는 어렵다. 핵심 선발 문동주도 이날 어깨 피로 누적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실낱같던 5강 희망이 더욱 옅어졌지만 한화에 마냥 우울한 날은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 열린 2025 KBO 신인 드래프트에서 11명의 미래 전력들을 새로 뽑았다.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파이어볼러’ 정우주를 품으면서 2022년 전국 1차 지명 문동주, 2023년 전체 1순위 김서현에 이어 정우주까지, 최근 4년간 3명의 고교 최고 강속구 투수들이 한화에 모였다.
정우주는 다른 해였더라면, 전체 1순위 지명권을 가진 키움이 아니었더라면 가장 먼저 이름이 호명될 선수였다. 팀 내에 좌완 투수가 많지 않고, 즉시 전력 선발이 필요한 키움으로선 완성도 높은 정현우가 딱 맞춤형 선수였다.
1순위 영광은 내줬지만 정우주도 밀릴 게 없다. 오히려 고점은 더 높다. 올해 고교 16경기(45⅔이닝) 4승1패 평균자책점 1.57 탈삼진 80개로 활약하며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러브콜도 받은 정우주는 최고 시속 156km까지 뿌린 우완 강속구 투수. 직구 분당회전수(RPM)가 최대 2700까지 나올 만큼 볼끝도 좋아 프로 무대에서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성장이 이뤄진다면 160km까지 뿌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졌다. 이미 한화에서 시속 160km를 던진 문동주, 김서현과 함께 강력한 강속구 트리오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손혁 한화 단장은 지명 후 “정우주를 뽑은 이유를 설명하려면 시간이 모자랄 것 같다. 우리가 주목한 것은 부드러운 투구 동작이다. 선발과 불펜 어느 곳을 가도 완벽한 투구 내용을 보여줄 투수라고 생각한다. 특히 속구는 배운다고 가질 수 있는 속구가 아니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정우주 지명에 만족해하며 사명감을 드러냈다. “이름이 좋아, 우주”라며 웃은 김경문 감독은 “요즘 고등학교 1차 순번 선수들은 몸도 좋은 데다가 공도 빠르다. 팀에 와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우리도 열심히 잘 도와야 한다. 좋은 자원인 거는 분명하다. 볼이 빠르다는 건 좋은 거다. 잘 다듬어서 (문동주, 김서현과 함께) 좋은 트리오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화는 정우주에 이어 2라운드 좌완 투수 권민규(세광고), 3라운드 포수 한지윤(경기상업고), 4라운드 내야수 배승수(덕수고), 5라운드 좌완 투수 이동영(대구상원고), 6라운드 우완 투수 박상현(안산공업고), 7라운드 내야수 이지성(라온고), 8라운드 우완 투수 엄상현(홍익대), 9라운드 우완 투수 엄요셉(구리인창고), 10라운드 우완 투수 최주원(북일고), 11라운드 외야수 이민재(동원과학기술대)를 뽑았다. 투수 7명, 포수 1명, 내야수 2명, 외야수 1명을 뽑았다.
한화 구단은 “이번 신인 지명에선 구위형 투수와 팀 내 필요하거나 보완이 필요한 포지션의 자원을 계획적으로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무엇보다 1라운드급으로 평가받았던 선수들을 3라운드까지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특히 만족스럽다”며 정우주뿐만 아니라 2~3라운드에서 각각 좌완 유망주 권민규, 공격형 포수 한지윤 지명에 큰 의미를 뒀다.
올해 고교 14경기(44⅔이닝) 5승3패 평균자책점 1.40 탈삼진 45개를 기록했다. 투수풀이 유난히 좋았던 올해가 아니었더라면 1라운드에 뽑힐 만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직구 평균 구속은 140km대 초반이지만 제구가 좋고, 날카로운 슬라이더가 위닝샷이다. 짧은 이닝을 던지는 불펜이라면 향후 구속 상승 여지가 높다.
포수 한지윤은 올해 23경기 타율 3할4푼9리(83타수 29안타) 3홈런 20타점 출루율 .417 장타율 .627 OPS 1.044를 기록했다. 강한 타구를 생산하는 거포형 타자다. 박상언, 장규현, 허인서 등 20대 젊은 포수진을 갖춘 한화가 한지윤을 뽑은 건 이런 타격 능력 때문이다. 향후 포지션 전향 가능도 있다.
한화 구단은 “정우주는 시즌 초부터 1순위로 평가했던 선수로 150km대 중반 직구 구속은 물론 무브먼트까지 우수한 선수인 만큼 1라운드 지명은 당연했다”며 “2라운드에선 현재 팀에 필요한 좌완 불펜 자원 강화에 초점을 맞춰 권민규를 지명했다. 타격 강화가 목표였던 3라운드에선 당초 1라운드급으로 평가된 우타 거포 잠재력을 갖춘 한지윤까지 지명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한화 구단은 “중위 라운드에선 내야 수비 강화 및 좌완 투수 확보를 목표로 한 결과 배승수, 이동영, 이지성을 지명하게 됐다. 이후 라운드에선 불펜 뎁스 강화를 위해 구위형 투수들을 충원하는 데 노력했다. 최대 150km 직구까지 투구 가능한 엄상현을 비롯해 140km대 중반 직구를 던질 수 있는 박상현, 최주원, 엄요셉을 지명했다”고 밝혔다.
두산과 NC 시절 지명 순위가 낮거나 육성선수들을 끊임없이 발굴하고 스타로 키워낸 김경문 감독은 지명 순위가 중요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경문 감독은 “일찍 지명됐다고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밑에서 들어온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곳이 프로다. 숨은 노력, 보이지 않는 노력으로 자기 것을 끄집어내는 선수가 프로에 와서 성공하고, 이기는 것이다”며 중하위 라운드 선수들에게도 메시지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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