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만 보던 中 산업계, 이제 해외로… 상반기 글로벌 매출 ‘쑥’

베이징=이윤정 특파원 2024. 9. 12.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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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상장기업 상반기 해외 매출 13%↑
내수 부진에 지쳐 글로벌 영토 개척
배달 플랫폼 메이퇀도 홍콩·사우디행
지방정부, 재정난에도 해외 진출 지원

중국 기업들이 해외 영토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내수 부진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자 전통 제조업부터 배달 플랫폼 등 서비스 분야까지 앞다퉈 해외로 진출하는 것이다. 재정이 팍팍한 지방 정부들도 보조금을 줘 가며 기업들의 세계화를 지원하자, 상반기 상장기업 글로벌 매출이 13% 가까이 늘어나는 등 성과가 나고 있다.

12일 중국 증권시보는 중국상장기업협회 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상반기 상장기업의 해외 사업 매출은 3조8300억위안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84% 증가한 것으로, 1년 전 성장률보다 9.93%포인트 확대됐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사업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10.98%로 전년 동기보다 1.39%포인트 커졌다. 협회는 “3대 신유형(전기차·리튬이온배터리·태양광)부터 전자, 바이오 등까지 업종이 다양해졌고, 단순 제품에서 산업 체인으로 수출 영역이 넓어졌다”라며 “기업들의 세계화가 빨라지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라고 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 영토 개척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내수 부진이 있다. 중국 2분기 경제성장률은 4.7%(이하 전년 동기 대비)에 그쳤는데,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가 6월 2.0% 늘어나는 데 그치며 2022년 12월(-1.8%) 이후 가장 부진했던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소매판매는 7월 들어 2.7% 증가하며 개선 조짐을 보였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고, 8월 수치는 오히려 2.5%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8월 무역 지표에서 수출액은 8.7%(달러 기준) 늘어난 반면, 수입은 0.5% 늘어나는 데 그친 것도 내수 부진에 따른 불균형이다.

한적한 분위기의 중국 베이징 쇼핑 거리./로이터 연합뉴스

기업들이 내수 부진에 지쳤다는 것은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해외 진출에서 엿볼 수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에 따르면, 중국 최대 배달 플랫폼 메이퇀의 해외판 ‘키타’가 지난 9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알 카르즈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알 카르즈는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남동쪽 180㎞ 거리에 있는 농업 중심지다. 메이퇀은 알 카르즈에서 시범 운영해 본 뒤 리야드에 진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미 알 카르즈 지역 500여개의 상점이 키타에 입점했고, 48~72%의 할인을 통해 고객을 유인 중으로 전해졌다.

메이퇀은 중국 배달 시장의 60% 가까이 차지하며 1등을 달리고 있는 기업이다. 오로지 내수에 기대던 기업이었지만 지난해 5월부터는 본토 밖으로 눈을 돌려 홍콩에서 키타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지난 4월에는 홍콩 진출 10개월 만에 시장 점유율 44%로 업계 1위를 달성했다. 메이퇀은 홍콩과 사우디 등 중동 외에도 유럽, 동남아 등으로의 진출을 검토 중이다. 최근 메이퇀 경영진은 “해외 사업은 신규 사업에 속해 아직 실적 기여도가 낮지만, 장기 개발 전략의 필수 부분으로 인내심을 가지려 한다”라고 밝혔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 산하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지난 7월 ‘해외로 진출하는 천 개의 그룹(千团出海)’ 정책을 집중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 무역 진흥 시스템을 구축하고, 해외 사업에 관심 있는 기업을 선정해 지원하는 내용이다. 이 정책으로 상반기에만 1000개 이상의 무역투자촉진단을 조직해 93개 국가 및 지역을 방문했다.

부동산 위기로 인해 핵심 수입원이 줄어들어 재정이 팍팍한 지방정부들도 기업들의 해외 진출만큼은 적극 지원하고 있다. 애플의 최대 생산기지인 폭스콘이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 허난성 정저우시는 최근 19개 기업으로 구성된 경제무역교류단을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에 파견해 100억위안(약 1조88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따왔다. 쓰촨성 청두시는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별도의 조직을 구성하는 기업 또는 산업협회에 최대 3만7500위안(약 700만원)의 보조금을 준다.

쑹샹칭 중국상업경제학회 부회장은 “기업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는 것은 국제시장 확대에 대한 기업들의 수요를 반영한 것”이라며 “중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발전을 실현하기 위해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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