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경호처 간부, 브로커 알고도 공사 맡겨…16억원 국고 손실"

변해정 기자 2024. 9. 12.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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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회사 설립·허위 견적 제출…공사비 뻥튀기 묵인
계약 외 공사 제멋대로 추진…토지매매 고가 알선도
[서울=뉴시스] 대통령실·관저의 방탄창호 설치 공사 사업책임자인 대통령경호처 간부(지칭 U부장) 관련 비위 사건 개요도. (자료= 감사원 제공) 2024.09.12.

[서울=뉴시스] 변해정 기자 = 감사원은 12일 대통령경호처 간부(U부장)가 계약수주 대행 브로커인 줄 알고도 대통령실·관저 이전 공사를 맡겨 16억원의 국고 손실을 초래했다면서 '파면'을 요구했다. 파면은 최고수위 중징계에 해당한다.

감사원에 따르면 경호처는 2022년 4월 대통령 집무공간으로 예정된 옛 국방부 본관 2개 구역에 경호에 필요한 방탄창호를 설치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한 후 '㈜가다'(가칭)와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행정안전부 소속 정부청사관리본부는 경호처의 요청을 받아 관저로 쓰일 옛 외교부 장관 공관의 방탄창호 설치 공사를 역시 ㈜가다에게 발주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가다는 브로커 A씨가 알선한 업체로 드러났다.

방탄창호 설치공사 사업 책임자인 U부장은 A씨와 수년 전부터 식사와 여행을 함께 할 정도로 친분이 두터웠다. A씨가 여러 창호업체의 본부장 등 직함이 적힌 명함을 소지하고 다니면서 계약을 알선하는 브로커로 활동하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U부장은 그가 소개해 준 ㈜가다를 2022년 3월 말 방탄창호 설치 공사의 실질적 사업관리자로 선정하고 계약금액을 임의로 협의했다. 이후 계약부서와 아무런 협의를 하지 않은 채 A씨로 하여금 방탄유리·창틀 제작에 나서도록 했다.

U부장은 그 해 4~6월 사이 A씨가 요구한 공사비 약 21억원이 부풀려졌을 가능성을 인지했지만, 원가 계산이나 가격조사를 하지 않았다.

A씨는 전체 방탄창틀(방탄필름 포함) 제작 비용이 1억3000만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도 ㈜가다의 견적서에는 실제 총비용 대비 5배 이상 높은 금액을 적어 냈고, ㈜가다의 사업·계약담당 직원인 Z씨로부터 제공 받은 또 다른 업체 3곳의 직인이 찍힌 견적서 양식 내 비교견적가를 ㈜가다의 견적가보다 임의로 높게 기재한 후 경호처에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가다의 견적가가 최저가인 것처럼 발주처를 기망한 것인데, 사업관리자 선정 후에는 배우자 명의로 서류상 회사(일명 유령회사)를 세워 ㈜가다가 도급받은 공사를 하도급 줬다. 이런 수법으로 제작비용과 납품대가의 차액인 15억7000만원 상당을 가로챘고 이는 고스란히 국고 손실로 이어졌다.

수의계약 체결 뿐 아니라 착공 후 과정도 엉터리였다.

A씨는 공사가 완료된 후 관할청에 사후 제출하는 서식인 착공계를 허위로 썼다. ㈜가다 소속 건설기술인인 F씨를 현장대리인으로 배치하는 것으로 기재했지만, F씨는 공사 현장을 단 한 차례도 방문한 적이 없었고 A씨와 그의 친형이 이를 수행했다. U부장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묵인했다.

다만 ㈜가다 측이 납품 설치한 방탄창호의 품질과 성능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 이는 경호처가 ㈜가다 측으로부터 제출받은 방위사업청 산하 국방기술품질원 명의의 시험성적서를 검토하고 실제 실탄 사격을 진행해 확인한 것이다.

감사원은 ㈜가다도 A씨의 범죄 행위에 공모했거나, 적어도 방조함으로써 공동불법행위자로서의 책임을 부담한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보고 있다.

U부장과 A씨가 유착된 사건은 더 있었다.

경호처는 2022년 4월 말 국방부로부터 한남동 소재 토지와 건물을 이관받아 긴급출동대기시설로 사용키로 하고 보수공사를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예비비나 경호처 예산은 편성돼 있지 않았다.

U부장은 '㈜바바'(가칭)의 대표인 B씨에게 계약 없이 이를 수행할 것을 지시했고, 공사비 1억7000여 만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A씨가 현장관리를 하고 있던 방탄창호 공사의 품질을 문제 삼으며 A씨에게 대납할 것을 요구했다.

감사 과정에서 U부장은 "A씨가 방탄창호 공사에서 이윤을 많이 남겼을 것으로 생각해 대납을 요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A씨도 "U부장이 품질에 트집을 잡으면 막심한 손해가 우려돼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바바 역시 사업자 선정 당시부터 건설기술인이 단 1명도 없어 건설업등록기준(2명 보유)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었다. U부장을 비롯한 경호처 계약부서는 계약체결 때 관련 서류를 제출받지 않거나 제출된 서류를 제대로 검토하지 않아 ㈜바바의 공사 자격 미충족 사실을 모른 채 수의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파악됐다.

㈜바바 측과 체결한 경호처 시설공사는 전체 6건 중 5건(22억8000여 만원)이나 된다.

㈜바바는 또 계약 사항을 어기고 사무공간 액세스플로어 자재의 이중마루 시공을 하지 않거나 저가 자재로 대체 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U부장은 이미 액세스플로어 시공이 불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서도 계약 체결 시 1억 원 상당 부풀려진 산출내역서를 작성하도록 한 후 그대로 준공 처리했고, 이를 빌미삼아 계약 외로 경호처 시설의 보수 공사를 시행할 것을 지시했다.

감사원은 U부장을 감사하는 과정에서 경호처 퇴직 직원의 토지 매매 부탁을 받고 ㈜바바를 경호처 발주 공사 수의계약 상대방으로 선정한 뒤 고가에 매입하도록 강요한 사실도 적발해냈다. U부장은 토지 매매를 고가 알선해준 대가로 그에게서 빌렸던 채무 160만원을 탕감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 관계자는 "U부장은 브로커와 10여년 전부터 알던 사이였다"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전 공사 관련 감사 과정에서 추가 비위를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jp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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