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겨냥 사상초유 고강도 감사"...김건희 여사 관여 정황은 못 찾아
감사원이 2022년 윤석열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공사 과정에서 관련 법령이 일부 지켜지지 않은 사실을 적발했다. 다만 이전과 관련한 의사 결정 과정은 적법했던 것으로 파악했다.
촉박하게 이전 공사 등이 이뤄지다보니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했지만 세간의 추측처럼 거대한 부패 행위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 감사원의 판단이다. 일각에서 제기된 김건희 여사 개입 의혹 등에 대해 권한 내에서 최선을 다했지만 위법 행위의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감사원 측은 "대통령실 관련 사안에 대해 이처럼 1년 이상 고강도로 감사를 벌인 것은 역사상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원은 1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관련 불법 의혹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가 2022년 10월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으로 재정이 낭비됐고 특정 업체에 공사를 맡기는 등 직권을 남용했다며 감사를 청구한 사안이다.
감사원은 같은해 12월 국민감사청구심사위원회가 이전과 관련한 건축공사와 계약체결 등에 있어 위법·부패행위가 있었는지, 이전을 결정하는 과정에서의 위법·부패행위가 있었는지에 대한 감사 실시를 결정하고 본격적인 감사에 착수했다.
감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선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과 관련해 행정안전부·경호처·비서실이 발주한 모든 공사의 시공업체 선정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지만 특별한 위법 사항은 발견되지 않았다. 관련법상 보안상 필요가 있다면 수의계약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다만 실제 집무실 및 관저 이전과 보수공사 등을 진행하면서는 관계 법령에 부합하지 않은 공사계약, 시공, 사후정산 및 준공 등이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구체적으로는 예산 부족 및 시급한 공사 일정 등으로 일단 공사를 시작하게 하고 사후에 비용을 처리하면서 정산을 소홀히 해 3억여원을 과다 지급한 점, 공사 감독을 소홀히 해 공사업자가 발주자 승인 없이 무자격 업체에 하도급한 점 등이 드러났다.
김 여사가 업체 선정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있었던 관저 공사 계약과 관련해서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비서관과 실무자 등이 모두 "경호처 등에서 여러 업체를 추천받아 시공 능력, 보안유지 가능성을 고려해 선정했다"고 진술했다. 구체적으로 누가 추천했는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답변이 있었고 "집무실 이전을 담당했던 다른 업체도 고려했으나 '여력이 없다'고 부담스러워해 다른 업체를 찾았다"는 진술도 있었다.
이에 대해 감사원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업체 선정에 대해서는 확인할 수 있는 곳은 다 확인해서 물어봤고 그런 분들의 진술이 다른 관계자들의 진술과 엇갈리는 부분은 없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해당 업체에 공사비가 과다하게 지급됐는지 여부도 확인했다. 해당 업체에 특혜가 있었는지 파악하기 위해서다. 감사원 관계자는 "해당 업체가 인테리어 공사 등과 관련해 하도급 업체에 지급한 비용을 국세청 전자세금계산서, 은행 입금자료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행안부에서 총 30억여원을 지급받아 27억8000만원 상당을 공사비로 지출한 것을 확인했다. 자체 인건비 등을 포함해 8.5%의 이윤이 남는데 이것이 과도한 공사비 지급이라고 말할만한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사 과정에서 김 여사가 거론된 적이 있는지, 김 여사에 대한 서면조사 등이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관계자들 진술 등에서 김 여사가 거론된 사실 자체가 없어 서면조사를 시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감사원은 이 같은 일련의 감사 내용을 토대로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앞으로 유사한 사업을 추진할 때 예산확보등 사업계획을 면밀히 수립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해당 업무를 총괄한 비서관은 이미 사직한 상태로 책임을 묻기 어려워 향후 공직에 나아갈 때 인사자료를 통보하는 것으로 정리했다.
행안부 장관에게는 과다하게 지급된 3억여원을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또 비서실장과 행안부 장관에게 모두 이전 공사와 관련해 법령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업체에 대해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하라고 통보했다.
이와 별개로 집무실 및 관저 방탄창호 설치 공사 과정에서는 경호처 담당 직원과 브로커 등이 공사비를 부풀려 계약하는 등의 방식으로 15억7000여만원의 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현재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집무실 및 이전 결정 과정에서 관계부처 회의가 수차례 개최되는 등 직권남용 행위가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이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특정 사안으로 대통령실 등을 1년 넘게 감사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며 "전 정부 인사 등 다양한 구성원이 포함된 감사위원회에서도 의결을 거친 사안이다. 결과에 만족을 못 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감사원의 권한 내에서는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한정수 기자 jeongsuhan@mt.co.kr 민동훈 기자 mdh524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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