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인텔리전스 기대가 실망으로… 'AI 랠리' 여부는 내년에야?
[편집자주] 미래를 이끄는 테크주의 오늘을 전합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신제품 '아이폰16'을 공개하면서 인공지능(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의 순차적 도입 방침을 밝혔다. 대규모 상용화는 내년에야 이뤄져 애플 인텔리전스의 불확실성을 키운다. 애플 인텔리전스 효과에 따른 추가 주가상승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아이폰16 판매 성과와 AI 서비스 완성도를 지켜봐야 한다.
11일(현지 시각) 나스닥에서 애플은 전날보다 1.12% 오른 222.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 주가가 3% 떨어졌다. 지난 9일 아이폰16을 공개한 이벤트가 주가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현재 주가에 아이폰16 출시 효과가 선반영된 가운데 핵심 기능인 애플 인텔리전스가 투자자들에게 확신을 주지 못한 결과다.
아이폰16은 이달 20일 정식 출시된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바로 사용할 수 없다. 애플은 10월부터 미국에서 영어 버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뒤 12월 영국·캐나다·호주 등 영연방 국가로 서비스 지역을 확대한다. 내년에는 중국어, 프랑스어, 일본어, 스페인어로 지원 언어와 지역을 늘릴 방침이다.
애플 인텔리전스의 제한적인 서비스 제공은 애플의 AI 기술력에 대한 의구심을 키운다. 곧장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지 못할 정도로 애플의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MR(혼합현실) 기기 '비전프로'처럼 기술 완성도가 떨어진다는 사용자들의 비판에 휩싸일 여지도 있다.
올해 초만 해도 애플은 AI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200달러를 바라봤던 주가는 4월 말 170달러까지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 세계 기업 시가총액 1위를 내준 데 이어 AI 반도체 열풍을 탄 엔비디아에 2위까지 빼앗겼다.
애플이 6월 공개한 애플 인텔리전스는 반전을 이끈 주인공이다. 애플 인텔리전스는 다양한 AI 기술을 운영체제에 접목하는 것으로 애플의 AI 전략 그 자체다. 애플의 기기 인프라, 운영체제, 앱 생태계 등 자원과 결합해 AI 경쟁력을 단숨에 끌어올릴 게임 체인저라는 평가를 받았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 기대감에 힘입어 시총 1위를 되찾았다. 5월 이후 주가 상승률이 30%를 넘는다.
모건스탠리는 애플을 최선호 종목으로 유지하면서 애플 인텔리전스와 관련해 새로운 내용이 공유된 점도 고무적으로 봤다. 앞서 모건스탠리는 애플 인텔리전스가 잠재된 아이폰 수요를 끌어내고 교체주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긍정적인 분석을 내놨다. 웨드부시는 애플 목표주가를 285달러에서 300달러로 상향 조정했다. 애플 인텔리전스가 아이폰 슈퍼 사이클을 가져올 촉매제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웨드부시는 애플이 내년에 시총 4조달러(약 5364조원)를 돌파할 수 있는 전망까지 내놨다.
국내 아이폰 관련주는 애플 인텔리전스에 대한 실망감이 고스란히 반영됐다. 아이폰16 공개 직후인 10일 덕산네오룩스(OLED 소재) 10%, 비에이치(연성회로기판) 9%, LG이노텍(카메라모듈) 6%, LG디스플레이(패널) 3%, 자화전자(광학식 손떨림 보정) 2% 등 하락률을 기록했다.
삼성증권은 아이폰16 가격이 동결된 점을 강조하면서 "지금은 애플을 투자할 타이밍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올해 아이폰16 판매량은 전작보다 9% 증가한 7130만대로 추정했다. 이종욱 연구원은 "아이폰16 가격이 동결됐다는 건 아직 AI 디바이스 사이클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결정적 증거"라며 "AI 도입은 필연적으로 재료비 증가를 수반한다. 높은 가격에도 소비자들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서비스를 창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이폰16은 AI를 향한 중요한 이정표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화려한 시작이라고 볼 순 없다"며 "아이폰 가격 인상을 애플과 애플 부품주를 모으는 중요한 타이밍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서진욱 기자 sj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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