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대통령실 이전 과정 법위반…국고손실, 경호처 간부 유착 적발”
비서실, 행안부 등 공사감독 관리 소홀
경호처 간부, 비위 추가 적발…채무탕감 받아
[헤럴드경제=서정은 기자] 감사원 감사 결과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관저 이전 과정에서 다수의 각종 법규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 또 방탄창호 공사에서는 고가계약 체결로 10억원대 국고손실이 발생했고, 민간업자 및 경호처 사업책임자의 위법행위도 드러났다.
감사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의혹 관련’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2022년 12월 대통령 집무실·관저 이전 과정에서 부패 행위 및 법령위반 여부 감사에 착수한지 1년 8개월만에 결론이 난 것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전 과정에서 행안부·경호처·비서실이 발주한 모든 공사의 시공업체 선정은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감사원은 수의계약 자체가 위법하다고 볼 순 없다고 결론지었다. 하지만 주로 계약체결 전에 공사가 착수된 공사들의 계약·시공·감독·준공 과정에서 국가계약 및 건설공사 관련 법령이 지켜지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집무실 이전공사 과정에서 행정안전부는 사후원가검토조건부로 계약 후 공사비 정산 업무를 소홀히 해 공사비 3억2000만원을 과다지급한 사실이 적발됐다. 또 행안부와 비서실이 공사발주 및 공사참여 업체에 대한 자격검증이나 하도금 관리 등에서 공사감독을 소홀히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업체에 과다지급된 공사비에 대해 신속한 회수방안을 마련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관저 보수공사를 위한 업체 선정 경위를 살펴본 결과 비서실이 필요한 예산이 모두 확보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공사에 착수 후 예산을 확보, 법령상 절차와 다르게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종별 시공·용역업체에서도 다수 법령위반 사례가 나타났다. 발주처의 승인을 받지 않고 시공자격을 확인하지 않은 채 실내건축공사 하도급이 이뤄졌거나, 증축 공사에서는 실제 배치하지 않은 건설기술인을 현장대리인으로 신고한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대통령 비서실장에게 "유사한 사업 추진 시, 예산확보 및 설계완료 전에 공사에 착수해 공사계약·감독·준공 등 전 과정에서 국가계약 관련 법령 등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없도록 면밀한 사업계획 수립 등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라"고 했다.
또 "공사참여 업체의 자격 여부를 철저히 확인하고, 실제 공사 내역을 정확히 반영하는 도면 등을 시공·설계업체로부터 제출받아 준공검사 등에 활용하는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감사원은 인수위 태스크포스(TF)에서부터 사업계획 수립 및 공사관리·감독업무를 총괄한 전 비서실 소속 비서관의 관리·감독 책임에 대해서는 향후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하도록 인사자료 통보했다.
행안부 장관에게는 "관저 보수공사와 관련해 법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6개 업체에 대해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며 "집무실 이전공사와 관련하여 업체에 과다하게 지급된 공사비를 회수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는 한편,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주의를 요구하라"고 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집무실 및 관저 방탄창호 설치공사에서 민간업자와 경호처 간부 간 유착도 드러났다. 방탄창호 브로커는 계약알선을 대가로 총 공사비 20억4000만여 원 중 15억7000만여 원을 불법행위로 편취했다. 경호처 간부는 해당 브로커를 실질적 사업관리자로 선정, 계약금액을 임의로 협의했다. 또 부하직원 등에게 아무런 원가계산이나 가격조사를 지시하지 않은 채 고가 계약이 체결되게 했다.
감사원은 방탄창호 설치공사의 사업자 선정과 원가계산, 공사감독 업무 등을 부당하게 처리한 경호처 사업책임자를 징계처분(파면)하도록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11일 주요 관련자 3명에 대해서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한 상태다.
해당 경호처 간부의 추가 비위도 확인됐다. 해당 간부는 두터운 친분이 있던 경호처 퇴직직원이 보유한 강원도 평창군 소재 임야를 팔아달라는 부탁을 받고, 직무관련자로부터 하여금 해당 임야를 고가에 매입토록 강요했다. 토지매매를 고가에 알선해 준 대가로 퇴직직원에게 상환해야 할 잔여채무 160만을 탕감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대통령 경호처장에게 앞으로 사업관리 및 계약업무를 철저히 하고, 계약 외 공사수행 등 계약업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상급자에게도 주의를 촉구하도록 요구했다.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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