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용산 이전, 예산 확보 없이 공사 착수…16억 국고손실

이기림 기자 2024. 9. 12.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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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1년8개월만에 감사 결과 발표…수의계약은 '위법 아냐'
정산업무 소홀로 공사비 3억 과다지급…경호처 간부 파면 요구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DB) 2023.3.6/뉴스1

(서울=뉴스1) 이기림 기자 =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 과정에서 국가계약 및 건설공사 관련 법령 위반이 이뤄진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방탄창호 공사 과정에서는 16억 원가량의 국고 손실 사례가 확인됐고, 민간업자와의 위법·비위행위도 확인됐다.

감사원은 대통령실 용산 이전 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대통령실 관리비서관의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보고 향후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하도록 대통령실에 인사자료를 통보했다.

집무실 및 관저의 방탄창호 설치공사 과정에서 15억 7000만 원 상당을 계약알선 등 대가로 편취한 브로커와 사업책임자인 대통령경호처 부장 등 주요 관련자 3명에 대해선 지난해 10월 대검찰청에 수사를 요청했고, 경호처 부장는 징계처분(파면)토록 경호처에 요구했다.

감사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대통령실‧관저의 이전과 비용 사용 등에 있어 불법 의혹 관련'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2022년 12월 대통령 관저와 집무실 공사 관련 위법 여부 감사를 실시한지 1년 8개월 만이다.

우선 감사원은 집무실·관저 이전 관련 행정안전부·경호처·대통령실이 발주한 모든 공사 시공업체 선정이 수의계약으로 이뤄진 것에 관해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법령상 관저는 보안시설로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고, 계약업체도 기본적인 공사업으로 등록한 점 등을 고려할 때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관저 보수공사, 방탄창호 및 경호청사 이전공사는 예산 부족 및 시급한 공사 일정 등을 이유로 계약체결 전 공사가 착수된 점은 문제가 있다고 봤다.

집무실 이전 공사 대부분은 행정안전부가 예비비로 4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후 감독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고, 일부 잔여 공사는 대통령실이 자체예산으로 계약 체결 후 공사감독을 수행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공사 착수 및 계약 체결 방식 관련 부분이 문제의 출발점이자 가장 큰 원인"이라며 "대통령실은 필요한 예산이 모두 확보되지 않은 사실을 알면서도 일단 공사에 착수한 다음 예산을 확보해 나가는 등 국가계약 법령상 절차와 다르게 추진됐다"고 말했다.

이어 "더군다나 계약도 한 번에 체결되지 않고 나눠서 체결되다 보니 1차 계약 자체가 실제 진행되던 공사 세부내용과 다르게 체결됐고, 1차계약 준공검사도 실제 공사내용대로 준공검사를 할 수 없게 되니까 1차 계약 때 어그러진 게 2차 계약에서도 어그러졌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 행정안전부는 준공검사 때 공사비 정산업무를 소홀히 해 2개 업체에 공사비 3억 2000만 원 상당을 과다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권에서 신생업체에 특혜를 준 것이라고 지적한 관저 보수공사 업체 다누림건설의 경우, 수의계약 자체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감사원은 관저가 보안시설이기 때문에 법령상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하고, 공사업을 등록한 업체를 대상으로 한 수의계약 자체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

감사원은 앞으로 유사한 사업 추진 시, 예산확보 및 설계완료 전에 공사에 착수해 국가계약 관련 법령 등이 지켜지지 않는 일이 없도록 대통령비서실장에게 주의를 요구했다.

인수위 태스크포스(TF)에서부터 사업계획 수립 및 공사관리·감독업무를 총괄한 김오진 전 관리비서관에게는 사업 관리·감독 책임이 있다고 보고 인사자료를 통보하라고 대통령실에 전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인사자료 통보는 감사원에서 책임을 묻는 조치로 징계에 준하는 것"이라며 "실무자 책임을 일일이 묻기보다 총괄이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게 맞겠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관저 보수공사 관련 건설산업기본법 등을 위반한 것으로 의심되는 6개 업체에 대한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또한 집무실과 관저에 방탄창호를 설치하는 공사 과정에서의 위법·비리도 감사결과 적발됐다. 브로커 A 씨는 전체 방탄창틀 제작비용이 1억 3000만 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경호처와 시공업체 간 계약 당일 방탄창틀을 납품하는 목적의 서류상 회사를 배우자 명의로 설립한 뒤, 방탄창틀을 17억여 원에 시공업체에 납품하는 내용의 계약을 별도 체결해 15억 7000만 원 상당을 편취했다.

A씨와 상당한 친분이 있었던 경호처 전 부장 B 씨는 A 씨가 단순 브로커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2022년 3월 방탄창호 설치공사의 실질적 사업관리자로 선정해 계약금액을 임의로 협의했고, 계약부서와 협의하지 않은 채 A 씨에게 방탄창호 제작에 착수하도록 지시했다.

감사원은 경호처장에게 건설산업기본법을 위반한 시공업체에 대해 적정한 조치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하고, B 씨는 징계처분(파면)하도록 요구했다.

lg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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