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까지 흘리면서 억울함 호소했지만…손준호, ‘승부조작 혐의’ 의혹만 더 키워

강동훈 2024. 9. 12.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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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닷컴] 강동훈 기자 =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은 손준호(32·수원FC)가 공식 석상에서 직접 입장을 밝혔다. 말하는 내내 눈물을 흘리면서 승부조작 혐의를 부인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20만 위안(약 3800만 원)를 받은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하지 못해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손준호는 지난 11일 수원종합운동장 체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축구협회로부터 승부조작 혐의로 영구제명 중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해명했다. 손준호는 눈물을 흘리며 중국 공안의 강압 수사로 인한 두려움 때문에 거짓 진술을 했다고 강조하면서 승부조작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공안이 말도 안 되는 혐의를 제시하면서 인정하지 않을 경우, 외교부가 아내를 체포해서 같이 이곳으로 와 조사를 해야 한다고 했다. 빨리 (혐의를) 인정하라고 강요했다”는 손준호는 “공항에서 체포된 이후 가족들이 한국에 갔는지, 중국에 남아 있는지, 어디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알 수 없는 상태였다. 겁이 너무 났고 가족만 생각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안이 지금이라도 혐의를 인정하면 빠르면 7∼15일 뒤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고, 외교 문제도 있고, 보석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며 “너무 겁이 났고 살면서 이런 적도 처음이었다. 가족이 걱정돼서 빨리 가족 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에 어쩔 수 없이 혐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어 손준호는 “판사가 20만 위안을 받았다고 인정하면 수일 내로 석방하고, 한국에서도 선수 경력을 이어갈 수 있게 해주겠다고 제안했다”며 “한국에 돌아가는 게 최우선인 상황에서 변호사, 아내와 상의해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금품 수수만 인정했다. 승부조작 등 대가성을 인정한 적은 없다”고 사실대로 밝혔다.

손준호는 지난해 5월 훙차오공항을 통해 국내로 귀국하려다 공안에 연행됐다. 당시 중국은 승부조작과 뇌물 수수 등 축구계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했는데, 이때 산둥 타이산 감독과 선수 일부가 체포되면서 손준호 역시 뇌물 수수 혐의를 받았다. 손준호는 이후 비(非)국가공작인원(비공무원) 수뢰 혐의로 형사 구류돼 랴오닝성 차오양 공안의 조사를 받았다.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돼 구속 수사가 이어지자 손준호는 번번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의 호소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외교부가 불구속 수사를 요청하고, 또 대한축구협회에서도 변호사를 파견하는 등 손준호를 빼내기 위해 방법을 총동원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손준호는 공안에 구금된 상태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지난 3월 마침내 석방됐고 곧바로 귀국했다. 이후 다시 선수 생활을 이어가겠다는 목표로 구슬땀을 흘린 끝에 수원FC와 계약을 체결했다. 다만 손준호는 어떤 이유로 공안에 붙잡혔는지, 또 공안에 구금되는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면서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이런 가운데 지난 10일 중국축구협회가 “사법기관에 따르면 산둥 타이산에서 뛰었던 손준호는 정당하지 않은 이익을 도모하려고 정당하지 않은 거래에 참여, 축구 경기를 조작하고 불법 이익을 얻으면서 스포츠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며 “손준호의 축구와 관련된 어떠한 활동도 평생 금지한다”고 발표하면서 손준호에게 영구제명 징계를 내렸다.

이에 그동안 중국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구해 오던 손준호는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해명에 나섰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진징다오(31·무소속)에게 20만 위안을 받은 사실을 밝힌 가운데 ‘왜 받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그는 “진징다오와 사이가 돈독했고, 그간 큰 금액의 금전적 거래를 많이 했다. 이번에도 그런 돈거래였다”고 명확하게 답하지 못해 의혹을 더 키웠다.

또 손준호는 진징다오로부터 받은 20만 위안이 정말로 승부조작이 아니라 단순히 금전적 거래였음을 밝힐 수 있냐는 물음엔 “중국 공안에 압수됐던 핸드폰을 돌려받은 뒤 증거를 찾으려고 포렌식을 했는데, 지난해 12월과 올해 1월 내용만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진징다오와 단순히 금전적 거래를 했는지도 알 수 없게 됐다.

현재로선 무혐의를 입증할 자료가 없는 가운데 손준호가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가길 위해서는 더 확실한 논리 그리고 자신의 억울한 누명을 밝힐 뒷받침할 증거가 필요하다. 만약 손준호가 혐의를 벗지 못하는 가운데 중국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징계 내용을 통보한다면, 국제적으로 적용되면서 그의 선수 생명이 끝나는 건 시간문제다.

사진 = 게티이미지, 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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