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토론 이후 엇갈린 양당 반응…경합주 표심은 여전히 미지수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상대로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오는 10일(현지시간) 첫 TV토론을 놓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표정이 엇갈리고 있다.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부진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거액의 후원금을 모금하며 대선 레이스에 탄력을 받는 분위기다. 하지만 토론에 대한 여론이 실제 대선 승부를 좌우할 경합주 부동층 표심과 직결되지는 않아 초박빙 판세를 당장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해리스가 질문에 익숙한 것처럼 보였다”면서 “아마도 정답을 알고 있는 듯한 조작된 쇼”였다고 주장했다. 전날에 이어 토론 주관사인 ABC방송의 편파 논란 주장을 이어간 것이다. 하지만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과 전략가들이 TV토론에 대해 “트럼프에 실망했다” “트럼프는 기회를 살리는 데 실패했다”며 “대선 승리의 길이 좁아졌다”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실책을 지적하고 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더힐은 “공화당과 트럼프가 네 탓 공방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으로 인해 트럼프 캠프의 후원금 모금에 적신호가 켜질 조짐도 보인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측 고액 후원가들이 토론 결과에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토론이 해리스와 트럼프의 후원금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텍사스의 고액 후원가 더그 디슨은 토론 시청이 “고통스러웠다”면서 “트럼프는 가만히 앉아서 정책에 대해 이야기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해리스 부통령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한 것을 환영하고 있다. 선거자금 모금도 쏟아졌다. 모금 플랫폼 액트블루에는 토론을 앞두고 4300만 달러의 후원금이 접수됐는데, 월즈 주지사의 러닝메이트 지명 이후 가장 많은 액수였다.
특히 토론 직후 나온 세계적인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공개 지지에 민주당 진영은 한껏 고무된 분위기다. 소셜미디어 팔로어가 2억8000만명인 스위프트는 청년층과 여성 사이에서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충성도가 높은 스위프트 팬덤이 대거 투표장에 나올 경우 특히 승부가 치열한 경합주에선 무시못할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다. 해리스 캠프는 스위프트 팬들을 겨냥해 ‘해리스-월즈’ 이름이 새겨진 우정팔찌를 기념품으로 팔기 시작했다.
하지만 토론 승자가 대선에서도 웃는 것은 아니다. 2016년 대선 당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세 차례의 토론 모두 우위를 보였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결국 패배했다.
미 대선 특성상 결국은 경합주 선거인단 확보 경쟁으로 수렴되는데, 토론이 판세에 실제로 미치는 영향은 높지 않다. 특히 부동층 유권자들에게 토론이 결정적 역할을 하지는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경합주 부동 유권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토론이 두 후보나 경제·이민·전쟁 등 현안에 관한 후보들의 입장에 대해 이미 갖고 있던 인식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CNN 등은 “해리스는 여전히 초접전 승부를 벌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토론에서 격돌했던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루 뒤 열린 9·11테러 23주년 추모식에 나란히 참석했다. 테러범에 의해 납치된 여객기가 충돌해 무너진 세계무역센터가 자리했던 뉴욕 그라운드제로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둘은 악수를 나눴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도 악수했다. 추모식에는 정치인들의 연설 대신 유족과 동료들이 무대에 올라 희생자 3000여명의 이름을 부르며 넋을 기렸다. 바이든 대통령과 해리스 부통령은 이후 9·11 당시 여객기가 추락한 펜실베이니아주 생크스빌의 플라이트93 메모리얼에서 열린 추모 행사에도 참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 곳을 찾아 헌화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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