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대한체육회와 종목단체에만 책임이 있을까?

배정호 기자 2024. 9. 12.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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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배정호 기자] 체육계가 연일 시끄럽다. 파리올림픽 직전부터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 유인촌 장관과 대한체육회(이하 체육회) 이기흥 회장의 힘 겨루기는 시작됐다.

안세영은 파리올림픽 여자 단식 금메달 직후 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문제점을 폭로했다. 오는 9월 24일에는 축구 A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공정성 문제로 정몽규 회장과 홍명보 감독이 국회 현안 질의에 나선다.

문체부는 '체육단체 개혁'이라는 명분 아래 체육회-배드민턴협회-축구협회에 대한 조사를 강도 높게 진행하고 있다. 문체부가 이렇게 압박 수위를 높일 수 있는 본질적 문제는 이 세 개 단체가 문체부의 보조금을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좀 취재를 면밀하게 할수록 문체부 명분에 의구심이 생기게 된다. 먼저 문체부가 문제를 삼는 가장 큰 이슈를 살펴보자.

회원 종목단체 및 대한체육회장 연임과 배드민턴협회에서 나온 승강제 리그와 유청소년 클럽리그 보조금 지급 위반 사례, 스포츠 공정위원회 구성은 모두 문체부가 사전에 대한체육회 및 종목 단체들과 협의해 최종 승인했던 사안들이다.

첫째, 배드민턴협회의 승강제 리그 및 유청소년 클럽리그의 최종 사업 승인권자는 문체부다. 기본적으로 7개 승강제 리그와 5개 유청소년 클럽리그의 사업체계는 다음과 같이 이뤄진다.

1단계 (승인요청) : 종목 협회 → 체육회 → 문체부 승인

2단계 (보조금교부) : 문체부 사업계획 승인 → 국민체육공단 보조금 교부 → 체육회 → 배드민턴협회

3단계 (관리 / 점검) : 배드민턴협회 → 문체부&체육회 중간보고, 점검출장, 평가참여 등

4단계 (사후 정산) : 집행 후 회계법인 정산

문체부가 3단계 '관리 및 점검'에서 문제를 삼고 시정 조치를 할 수 있는 골든 타임은 있었다는 지적이 많다.

김홍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과장은 스포티비뉴스와 전화통화에서 "문체부가 3단계 관리 및 점검 단계에 참여를 하는 것은 맞다. 중간브리핑 자료에 있듯이 회장이 협회 직원도 모르게 구두계약을 한 사항이라 협회 직원, 대한체육회 직원들도 모르고 있던 사항"이라고 말했다.

▲ 축구, 양궁, 핸드볼을 포함한 종목단체들의 정관은 문체부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둘째, 체육회장 연임 문제도 마찬가지다.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 연임에 관한 내용은 정관을 바꿔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문체부 승인 없이 절대 불가하다. 체육회는 이미 6년 전 (2018년 4월) 회장 연임에 대한 규정을 문체부로부터 승인 받았다.

셋째, 종목단체장 협회장 선거도 마찬가지다. 축구(정몽규), 양궁(정의선), 핸드볼(최태원) 등 종목단체 회장에 대한 연임 규정도 모두 문체부 승인이 있었기에 정관을 수정한 것이다.

즉, 종목단체와 체육회가 모두 정관을 수정할 때 문체부에 보고했다.

문체부가 승인을 했기에, 현 회장들은 (스포츠공정위원회 심의 통과시 연임이 가능) 재출마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나 다름 없다.

마지막으로 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구성 문제다. 이 사안 역시 체육회는 이미 2023년 4월 문체부에 공문을 보냈고, 보고 후 협의를 마쳤던 내용이다. (위 공문 참고)

문서에 '문제없다'는 내용이 그대로 적혀 있다.

"현 스포츠공정위원회 위원은 2023년 2월 28일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대한체육회장이 선임 권한을 위임받았으며, 4월 13일 우리 문화체육관광부 협의를 거쳐 4월 14일 선임됐습니다. 당시 우리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한체육회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회원단체(축구,양궁,핸드볼 등) 임원 심사 등을 위해 대한체육회가 제안한 위원을 전부 수용하였습니다"

김홍필 문화체육관광부 체육과장은 문체부 입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 모두 문체부의 승인과 협의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1. 종목단체 및 체육회장 연임에 관한 정관개정을 문체부는 승인했다. 다만 지금와서 보니까 정관에 있는 재정적 기여, 국제대회 성적 등의 기여를 계량화하여 심사하도록 되어 있는데, 문체부 승인사항이 아닌 심사기준이 정관에 위반되어 개선을 요구한 것이다.

2. 스포츠 공정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는 회원단체 임원의 심사 등을 고려하여 회장의 의견을 100% 반영한 것이다.

스포츠공정위원회는 대한체육회 뿐만 아니라 시도체육회, 종목단체 임원의 연임제한 허용심의 기능도 수행한다. 다만 지금와서 보니까 아직, 현 회장의 연임제한 허용 신청 여부를 알 수 없지만, 본인이 임명한 위원에게 본인이 심사받는 문제점을 지적한 것이다.

파리올림픽 전후로 대한체육회와 종목 단체들이 문제투성이라는 기사들이 쏟아지고 있다.

문체부는 체육회와 종목단체들의 상위기관이다. 문체부는 이들에 대한 관리 감독에 책임이 있는데, 문체부의 관리 소홀 문제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찾기 어렵다. 최근의 현안에 대해 문체부 잘못을 지적한다면 '안일함'과 '방관'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 상황은 안세영(배드민턴), 정몽규와 홍명보(축구), 이기흥 (대한체육회) 개인의 이미지를 이용해 '체육단체 개혁'이라는 명분에 설득력이 더해지고 있다.

문체부의 관리소홀에도 현실적인 이유와 고충이 있다. 취재를 하다보면 문체부의 많은 관계자들이 체육분야 업무에 대해 매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파리올림픽 코리아 하우스의 날 행사에서도 한 문화체육부 관계자가 "체육은 종목도 많고 국제 협회와의 관계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많아서 너무 접근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사람도 모자라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올림픽 전 유인촌 장관이 개최한 배구 은퇴선수 간담회에서도 한 관계자가 "아직 우리 나라 여자배구는 프로화가 안됐죠?"라고 말해 주변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대한민국 프로배구는 2005년 출범해 20주년을 맞고 있다.

문체부는 8월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종목단체 자율성 확대 ▴보조금 관리의 공정성, 투명성 및 책임성 강화라는 토대로 대한체육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보조금을 교부하는 방식으로 바꿀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직 전산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지방체육회, 종목단체 및 시군구 체육회들이 많다.

한 지방 체육회 관계자는 "지방체육회와 하위인 시군구 체육회 직원들은 실무는 잘하지만 행정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지 않다. 문체부가 직접 예산을 편성한다면 투명하지 못한 예산 사용이 더 많아질 우려가 크다. 그래도 체육회가 체육업무에 적합한 전산 행정 시스템을 구축했기 때문에 사업이 운영될 수 있는 것이다. 체육 현장을 모르고 문체부가 주장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고 말했다.

▲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는 유청소년 클럽리그 사업에 더스틴 니퍼트 두산베어스 전 투수를 초빙하는 아이디어을 내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있다.

문체부가 조금만 더 일찍 체육계 현안에 관심을 가졌어야 한다는 지적들이 많다.

문체부는 수사기관이 아니다. 강도 높게 조사하고 브리핑을 하기 전에 체육회 및 종목단체 직원들이 수년간 현장에서 땀 흘리고 고민하며 만들었던 좋은 정책들을 살펴보는 내부회의도 필요하다.

익명의 문체부 관계자는 "우리 (문체부) 잘못도 있다고 본다. 체육에 배정된 사무관들의 숫자가 물리적으로 부족하고, 체육행정 이해도가 체육회 직원들 보다 높지 못하다. 또 인사이동도 많기 때문에 꼼꼼하게 예산이나 사업 과정들을 모니터링 할 수 없다. (국민들을 위해) 많은 체육사업들이 없어지면 안되는데, 우리도 학습을 더 할 필요가 있다"고 냉정하게 현 상황을 평가했다.

행정 구조상 문체부는 체육회와 종목단체들의 최종 관리 감독 단체이다. 스스로 체육회 및 종목단체 직원들과 현안에 대해 심도있게 토론할 수 있을 정도로 체육행정 이해도를 갖춰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꾸준한 학습이 필요하다.

또 실무 직원들이 체육회 도움없이 즉시 체육행정에 투입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문체부 직원들은 1~2년마다 인사 발령이 나서 체육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한계가 존재한다.

지방의 디비전 리그 당구 디렉터도 "문체부가 점검을 올 때는 미리 다 알려주고 준비를 할 때가 많았다. 형식적인 점검들이 많았다. 당구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담당관이 실사를 나오기도 한다"고 이야기했다.

문체부의 보조금으로 축구 저변확대(유청소년 클럽리그 사업) 및 K1~K7 디비전화(승강제 리그 사업)를 정착 중인 대한축구협회의 모델을 타 종목단체들이 배울 수 있도록 길잡이를 해줄 수 있는 문체부 직원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다.

'체육단체 개혁'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기 전에 문체부 스스로도 관리 감독에서 잘못은 없었는지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앞으로 있을 문체부 브리핑에서는 한번쯤은 "총 관리 책임자로 그동안 체육단체를 관리를 하지 못한 책임에 문체부도 먼저 사과를 드린다. 앞으로 체육에 대해 더 공부하고 체육회, 종목단체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면서 개선점을 찾아보겠다"는 말이 꼭 나오길 간곡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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