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급계약 해지 후 하청 문닫았다면 원청이 사용자?
백승현 2024. 9. 12. 12:01
한경 CHO Insight
원청이 사내하청에게 생산 공정 중 일부 공정을 도급하였는데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조합 설립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원청에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노동조합법 제81조에서는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를 '사용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원청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원청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른바 ‘현대중공업 사건’(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부터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로 인정해왔다.
이와 같은 판례에 근거하여 최근 대법원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2015. 5. 28. 사내하청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원청은 2015. 6. 31.자로 도급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원청을 사내하청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로 인정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18두44661 판결. 다만, 부당노동행위 자체는 부정했다).
그런데 해당 판결의 원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8. 4. 18. 선고 2017누60170 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원청이 사내하청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① 원청이 하청의 현장대리인들에게 작업지시서 또는 작업계획서를 교부하거나 구두로 계획을 전달하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하청의 관리자들이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방법으로 작업지시 및 감독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고, 원청이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적·구체적으로 일상적인 업무를 지시하거나 감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일부 공정의 작업공간은 원청 근로자들과 하청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나, 업무상으로 구분되며 통상의 경우 별도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청의 결원 또는 업무과다 등 사정이 발생하더라도 원청 소속 근로자들의 일상적인 업무를 하청 근로자가 대신 수행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하청 소속 근로자에 대한 출결 및 근태관리는 하청에서 했고, 하청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징계권은 하청이 행사하였으며, 하청 근로자들의 연장·휴일·야간 근로 등 근로시간은 하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④ 도급금액은 하청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실제 작업물량에 단가를 적용하여 산출한 단가제 부분과 실제 도급작업에 정하여진 월별 총액제를 병용하여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실제 도급금액이 지급되었다.
원심판결의 사실인정이 맞다면 이 사건 하청은 불법파견이라기보다는 적법도급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원청 근로자들과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의 상호 연동성 및 협업관계,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의 채용이나 작업배치, 작업 환경 및 방식에 미친 영향력 내지 지배력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하청이 폐업하고 하청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이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하며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가 원심판결의 사실인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사건 하청이 실질적인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판시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하청이 폐업하고 하청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을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서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사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내하청이 하나의 원청 사업장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만일 위와 같은 기준을 섣불리 적용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원청의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 기준으로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성을 엄격하게 인정하였던 것을 넓혀 대부분의 사내하청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판례의 경향이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를 원청으로 확대하는 판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물론 대법원의 입장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원청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것인지는 후속 판결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근로자 지위 확인과 직접고용이라는 개별적 근로관계 영역에서 문제가 된 사내하청이 집단적 노사관계 영역에서도 문제가 되어 갈 것이라는 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향후 사내하청과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들을 눈여겨 보고 그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원청이 사내하청에게 생산 공정 중 일부 공정을 도급하였는데 원청이 사내하청 노동조합 설립을 이유로 도급계약을 해지하는 경우, 원청에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노동조합법 제81조에서는 부당노동행위의 주체를 '사용자'라고 규정하고 있고, 원청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사용자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원청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부당노동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른바 ‘현대중공업 사건’(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7두8881 판결)부터 대법원은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기본적인 노동조건 등에 관하여 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로서의 권한과 책임을 일정 부분 담당하고 있다고 볼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경우에는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로 인정해왔다.
이와 같은 판례에 근거하여 최근 대법원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2015. 5. 28. 사내하청노동조합을 설립하였고, 원청은 2015. 6. 31.자로 도급계약을 해지한 사안에서 원청을 사내하청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로 인정했다(대법원 2024. 7. 11. 선고 2018두44661 판결. 다만, 부당노동행위 자체는 부정했다).
그런데 해당 판결의 원심 판결(서울고등법원 2018. 4. 18. 선고 2017누60170 판결)은 아래와 같은 사실관계를 인정하면서 원청이 사내하청에 대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시했다.
① 원청이 하청의 현장대리인들에게 작업지시서 또는 작업계획서를 교부하거나 구두로 계획을 전달하면, 관련 기술을 보유한 하청의 관리자들이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는 방법으로 작업지시 및 감독이 이루어졌던 것으로 보이고, 원청이 하청 소속 근로자들에게 직접적·구체적으로 일상적인 업무를 지시하거나 감독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② 일부 공정의 작업공간은 원청 근로자들과 하청 근로자들이 공동으로 사용하나, 업무상으로 구분되며 통상의 경우 별도로 업무를 수행하였다. 원청의 결원 또는 업무과다 등 사정이 발생하더라도 원청 소속 근로자들의 일상적인 업무를 하청 근로자가 대신 수행하는 일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③ 하청 소속 근로자에 대한 출결 및 근태관리는 하청에서 했고, 하청 소속 근로자에 대한 징계권은 하청이 행사하였으며, 하청 근로자들의 연장·휴일·야간 근로 등 근로시간은 하청이 자율적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④ 도급금액은 하청 직원들이 근무하는 시간과 무관하게 실제 작업물량에 단가를 적용하여 산출한 단가제 부분과 실제 도급작업에 정하여진 월별 총액제를 병용하여 결정되었고, 이에 따라 실제 도급금액이 지급되었다.
원심판결의 사실인정이 맞다면 이 사건 하청은 불법파견이라기보다는 적법도급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원청 근로자들과 하청 근로자들의 업무의 상호 연동성 및 협업관계,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의 채용이나 작업배치, 작업 환경 및 방식에 미친 영향력 내지 지배력의 내용과 정도,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하청이 폐업하고 하청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원심이 원청이 하청 근로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의 사용자가 아니라고 판단한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시하며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이다.
이와 같은 대법원의 판시가 원심판결의 사실인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이 사건 하청이 실질적인 불법파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판시상 명확하지 않다. 그러나 '이 사건 도급계약이 해지됨에 따라 하청이 폐업하고 하청 근로자들이 모두 해고된 사정'을 원청의 부당노동행위로서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근거로 사용한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사내하청이 하나의 원청 사업장에서만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만일 위와 같은 기준을 섣불리 적용하는 경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원청의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성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대법원 판결에서 원청의 하청 근로자의 근로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판단 기준으로 부당노동행위에서의 사용자성을 엄격하게 인정하였던 것을 넓혀 대부분의 사내하청에 대해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특히 이와 같은 판례의 경향이 단체교섭의 상대방으로서 사용자를 원청으로 확대하는 판결로까지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물론 대법원의 입장이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주체로서 원청을 폭넓게 인정하겠다는 것인지는 후속 판결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근로자 지위 확인과 직접고용이라는 개별적 근로관계 영역에서 문제가 된 사내하청이 집단적 노사관계 영역에서도 문제가 되어 갈 것이라는 추세는 분명해 보인다. 이런 점에서 향후 사내하청과 관련된 대법원의 판결들을 눈여겨 보고 그에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종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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