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은 유급? 무급? 반드시 명문화해야 될까
백승현 2024. 9. 12. 12:01
한경 CHO Insight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등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근로조건의 불확정 상태 하에서 근로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는 사항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에 토요일 유급처리 합의와 관련된 통상임금 사건에서 이 조항의 해석이 문제된 사례가 있다.
사안은 이렇다. A사는 단체협약에서 법정수당 계산방법에 대해 '통상임금×시간 수×1/220로 한다'고 정하고 있었는데, 2004년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토요일이 쉬는 날이 되자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위 조항은 그대로 두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갱신하여 체결하였다. A사의 노동조합 또한 조합원들에게 배포하는 단체협약서 안내자료에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220시간으로 기재해 왔고, A사는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하자 22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조정수당을 지급하였다. 다만 2004년 단체협약 개정 당시 '토요일을 휴무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으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상 ‘유급’휴일에 관한 규정에는 토요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즉,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상 토요일을 ‘유급’ 휴일로 처리한다는 명문의 기재는 없었고,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그러자 노동조합은 토요일을 ‘유급’ 휴일로 처리한다는 명문의 기재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어디에도 없으니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토요일은 ‘무급’ 휴일로 처리되어야 하며, 그 결과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토요일 무급을 기준으로 한 209시간이 되어야 하는데(근로기준법상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토요일 8시간이 유급처리되면 243시간, 토요일 4시간이 유급처리되면 226시간, 토요일이 유급처리되지 않고 무급처리되면 209시간이 된다), 단체협약에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220시간’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 조항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고 209시간을 기준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지급 법정수당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제1심 판결은 노동조합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법정수당 계산조항에 토요일 4시간 유급휴(무)일 처리를 전제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220시간으로 명시돼 있는 이상 근로조건이 명시·고지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서울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2나2018325 판결). 반드시 토요일 ‘유급’이라는 명문의 규정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항소심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14조의 벌칙이 적용됨은 별론으로 하고 그 근로계약이 사법상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취지는 예를 들면 기본급의 액수가 미정이라거나, 상여금이나 별도 수당 지급 여부와 액수가 미정인 등 근로자가 무슨 임금 항목을 어떻게 산정해 얼마를 받게 되는지 모르는 채로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명시해야 하는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은 그 임금 항목이 무엇이고 어떻게 계산해 얼마의 금액이 지급되는지가 명시돼 근로자가 계산해 알 수 있으면 입법 목적은 달성된다. 위 사안과 같이 단체협약에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를 220시간으로 명시한 법정수당 계산조항이 있고(단체협약에 규정된 것이므로 회사가 그때그때 시간 수를 바꿔서 법정수당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도 220시간으로 통상시급을 계산하는 법정수당 계산식을 조합원들에게 안내했다면, 근로자들도 이를 보고 자신의 통상시급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 없다. 따라서 근로조건 명시의 목적을 다한 것이므로 더 이상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으로 볼 만한 것이 없다. 항소심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7조의 근본 취지를 정확히 해석·적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항소심 판결은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4. 8. 29. 선고 2024다208346 판결).
참고로, 위 항소심 판결에서는 ①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관한 단체협약상 법정수당 계산조항을 변경 없이 계속해 갱신 체결하면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220시간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토요일 4시간을 유급처리하는 경우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인 226시간에 가까운 점, ②2004년 단체교섭 과정에서 작성된 회사 측의 내부 문건과 노동조합 측의 소식지에서 토요일 4시간을 유급처리한다는 동일한 기재가 발견되는 점, ③2004년 이후 단체교섭 과정에서 작성된 노동조합 내부자료에도 A사는 토요일 4시간을 유급처리해 현재 220시간이 적용된다고 기재한 점, ④원고들 중 일부는 토요일이 유급처리된 22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준수 조정수당을 지급받은 점이 함께 고려되었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사용자는 근로자에게 임금의 구성항목, 계산방법, 지급방법, 소정근로시간, 휴일 등이 명시된 서면을 교부하여야 한다. 이 조항은 사용자가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구체적인 근로조건을 제시하지 않은 채 근로조건의 불확정 상태 하에서 근로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이 조항에 따라 서면으로 구체적으로 명시하여야 하는 사항들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문제가 될 수 있을 것인데, 최근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에 토요일 유급처리 합의와 관련된 통상임금 사건에서 이 조항의 해석이 문제된 사례가 있다.
사안은 이렇다. A사는 단체협약에서 법정수당 계산방법에 대해 '통상임금×시간 수×1/220로 한다'고 정하고 있었는데, 2004년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토요일이 쉬는 날이 되자 주 44시간에서 주 40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하면서도 위 조항은 그대로 두고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갱신하여 체결하였다. A사의 노동조합 또한 조합원들에게 배포하는 단체협약서 안내자료에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220시간으로 기재해 왔고, A사는 2018년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하자 22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액을 정하고 그에 미치지 못하는 근로자들에게는 조정수당을 지급하였다. 다만 2004년 단체협약 개정 당시 '토요일을 휴무일로 한다'는 단서 조항을 추가했으나,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상 ‘유급’휴일에 관한 규정에는 토요일이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즉,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상 토요일을 ‘유급’ 휴일로 처리한다는 명문의 기재는 없었고, 지금까지 유지되어 왔다.
그러자 노동조합은 토요일을 ‘유급’ 휴일로 처리한다는 명문의 기재가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 어디에도 없으니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하여 무효이고, 따라서 토요일은 ‘무급’ 휴일로 처리되어야 하며, 그 결과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토요일 무급을 기준으로 한 209시간이 되어야 하는데(근로기준법상 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는 토요일 8시간이 유급처리되면 243시간, 토요일 4시간이 유급처리되면 226시간, 토요일이 유급처리되지 않고 무급처리되면 209시간이 된다), 단체협약에는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은 220시간’이라고 되어 있으니 이 조항은 강행규정에 반하여 무효이고 209시간을 기준으로 시간급 통상임금을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미지급 법정수당의 지급을 청구하였다.
제1심 판결은 노동조합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은 ‘단체협약에서 정한 법정수당 계산조항에 토요일 4시간 유급휴(무)일 처리를 전제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이 220시간으로 명시돼 있는 이상 근로조건이 명시·고지되지 않았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서울고등법원 2023. 11. 29. 선고 2022나2018325 판결). 반드시 토요일 ‘유급’이라는 명문의 규정은 요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아가 항소심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7조를 위반하였다고 가정하더라도 이에 대하여 근로기준법 제114조의 벌칙이 적용됨은 별론으로 하고 그 근로계약이 사법상 무효가 된다고는 볼 수 없다’라고 판단했다.
앞서도 말했지만 근로기준법 제17조의 취지는 예를 들면 기본급의 액수가 미정이라거나, 상여금이나 별도 수당 지급 여부와 액수가 미정인 등 근로자가 무슨 임금 항목을 어떻게 산정해 얼마를 받게 되는지 모르는 채로 근로를 제공하도록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명시해야 하는 임금의 구성항목과 계산방법은 그 임금 항목이 무엇이고 어떻게 계산해 얼마의 금액이 지급되는지가 명시돼 근로자가 계산해 알 수 있으면 입법 목적은 달성된다. 위 사안과 같이 단체협약에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 수를 220시간으로 명시한 법정수당 계산조항이 있고(단체협약에 규정된 것이므로 회사가 그때그때 시간 수를 바꿔서 법정수당을 계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조합도 220시간으로 통상시급을 계산하는 법정수당 계산식을 조합원들에게 안내했다면, 근로자들도 이를 보고 자신의 통상시급을 계산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한 것이 없다. 따라서 근로조건 명시의 목적을 다한 것이므로 더 이상 근로기준법 제17조 위반으로 볼 만한 것이 없다. 항소심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17조의 근본 취지를 정확히 해석·적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이 항소심 판결은 최근 대법원에서 확정되었다(대법원 2024. 8. 29. 선고 2024다208346 판결).
참고로, 위 항소심 판결에서는 ①시간급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에 관한 단체협약상 법정수당 계산조항을 변경 없이 계속해 갱신 체결하면서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을 220시간으로 적용하고 있는데, 이는 토요일 4시간을 유급처리하는 경우의 통상임금 산정 기준시간인 226시간에 가까운 점, ②2004년 단체교섭 과정에서 작성된 회사 측의 내부 문건과 노동조합 측의 소식지에서 토요일 4시간을 유급처리한다는 동일한 기재가 발견되는 점, ③2004년 이후 단체교섭 과정에서 작성된 노동조합 내부자료에도 A사는 토요일 4시간을 유급처리해 현재 220시간이 적용된다고 기재한 점, ④원고들 중 일부는 토요일이 유급처리된 220시간을 기준으로 최저임금법 준수 조정수당을 지급받은 점이 함께 고려되었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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